며칠 전 한 남성에게서 전화가 왔다. “매니저님 저 아시죠?”하고 본인의 이름을 얘기하는데, 누군지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매니저님이 소개해준 분과 다음 달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소개해준지 13년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제서야 조금씩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남성은 74년생으로 서울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상대는 79년생으로 명문여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근무하는 여성이었다.
여러가지가 잘 맞아서 소개했었는데, 당시 여성 부모님, 특히 아버님의 반대가 심했다.
여성의 아버님은 미국 아이비리그를 졸업하시고, 대기업 임원으로 계신, 그야말로 최고의 엘리트셨다. 그래서 사윗감 학벌이 SKY대 정도는 돼야 한다는 기대가 있어서 남성의 학벌을 문제 삼았다.
여성은 그런 부모님이 이해가 안된다며 너무 답답해했다. 물론 학벌 하나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아버지 눈에는 차지 않는 남자친구가 더 애틋하다고 했다.
여성에게 시간을 두고 천천히 부모님을 설득해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원하는 학벌 좋은 남성을 몇명 소개하기로 하고 만남도 진행됐지만,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두 사람은 꾸준히 교제를 했다. 그러나 결혼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렇게 3~4년 정도 교제할 때까지 안부연락을 했었던 것 같다.
보통 결정사를 통한 만남은 결혼까지 2년을 넘기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그 시기를 넘겨서까지 잘 만나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남성과 연락이 잘 되지 않으면서 그렇게 잊어버렸다.
그런데 바로 그 남성이 거의 10년 만에 결혼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던 남성은 내가 아직 근무하는 것을 알고 놀라워했다. 주변에서도 장기 교제 커플로 유명하다고 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다음 달에 결혼한다면서 연신 웃으며 행복해했다.
결정사는 조건 위주로 만남이 진행되고 결혼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곳도 일반적인 만남처럼 서로 느낌이 통하는 남녀가 만나고, 부모님 반대도 있고, 갈등도 겪으면서 사랑을 키워간다. 또 예전처럼 부모님 허락을 받아 결혼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자녀와 부모의 생각이 달라 헤어지는 안타까운 커플도 더러 있다.
그런 경우 다른 사람 소개받기가 쉬우니까 툴툴 털고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사람은 지고지순하게 서로만 바라보며 그 힘든 시간을 견뎌온 것이다.
‘자식 앞에 장사 없다’고 부모님이 40대 중반을 넘긴 딸의 결혼을 더는 반대할 수 없었겠지만, 나는 ‘사랑 앞에 장사 없다’고 생각한다. 37세, 32세에 만나 50세, 45세가 되어서야 드디어 한 이불을 덮게 된 두 사람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