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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서의 마지막 하루 - Travel to Seattle #3. 스페이스 니들과 아트 뮤지엄

여행기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0-05 13:39
조회
230

시애틀 시내와 레이니어 국립공원에서 이틀을 보내고 마지막 남은 약 반나절의 시간은 무얼 하며 보낼까 고민하다 스페이스 니들과 시애틀 아트 뮤지엄을 가기로 했다. 시애틀은 그리 큰 도시가 아니어서 하루 이틀이면 주요 관광지는 거의 둘러볼 수 있다. 물론 어느 도시나 속속들이 들여다보려면 몇 개월, 혹은 몇 년을 머물러도 모자라겠지만, 며칠간의 여행으로 도시의 이면까지 파헤칠 수는 없기에 유명한 곳만 돌아본다는 전제하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먼저 숙소에서 가까운 레이크 유니언 공원으로 향했다. 한낮의 공원은 한산하고 조용하다. 호숫가 계단에 앉자 따듯한 햇살 때문인지 대낮의 여유로움 때문인지 기분 좋은 노곤함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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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크 유니언에 있는 시애틀 산업사 박물관에 설치된 벤치의 모습. 선명한 노란색이 바로 뒤 희고 푸른 벽과 대조를 이루어 무척 감각적으로 보인다.

이따금씩 공원의 정적을 깨고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한낮이고 햇살이 좋아도 9월의 호수는 수온이 제법 낮은데 아이들은 물이 차갑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는지, 혹은 자신들의 열기로 물을 데우기라도 할 셈인지 그저 노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시애틀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테니 마지막을 불태우고 싶은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나는 아이들의 혈기에 묘한 경외심마저 느끼며 공원에서 나와 다리를 건너 스페이스 니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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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다리를 건널 때 두 명의 젊은 아가씨들이 난간 위에서 강물로 뛰어내리며 다이빙을 즐기고 있었다. 이 평범한 곳에서도 단지 젊음 하나로 짜릿함을 즐길 수 있는데, 왜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마약에 빠져드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레이크 유니언 공원에서 20여분을 걸어 그 유명한 스페이스 니들에 도착했다. 전망대에 오르자 날씨가 맑아서 그런지 시애틀 전경의 모습이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왔다. 둥근 형태의 전망대는 유리창이 바깥쪽으로 살짝 기울어 있어 의자에 앉으면 자연스레 몸을 뒤로 기댈 수밖에 없다. 그 자세가 안정적이지 않아서인지, 높은 곳에 있어서인지 모르겠으나 나도 모르게 오금이 저려와 의자에 앉는 것은 포기하고 안에서만 바깥을 바라보았다. 전망대를 한층 아래로 내려가면 우리의 남산타워처럼 바닥이 천천히 움직이는 무빙 워크가 있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도 바닥이 360도 회전하기에 천천히 도시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은 없어서 다들 무빙 워크를 성큼성큼 걸어 다니며 구경 중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서도 바닥이 보여 겁을 먹는 바람에 제대로 무빙 워크를 즐겨보지도 못하고 냉큼 움직이지 않는 쪽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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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 니들 위에서 바라본 시애틀 전경과 어제 다녀온 레이니어 산의 모습

안전한(?) 전망대에 앉아 창밖으로 푸른 하늘 아래의 시애틀을 바라보며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다가 천천히 내려와 아트 뮤지엄으로 향했다. 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트 뮤지엄 앞에는 미술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사람의 움직이는 조각상이 위풍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조각이 하도 커서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으니 이미지가 왜곡되어 사진은 포기하고 그냥 안으로 들어갔다. 미술관은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은 대신 구성이 재미있어 관람자의 흥미를 돋운다. 보통 미술관은 각 나라별로 섹션을 나누어 전시하는데 반해 이곳은 테마별로 섹션을 나누어 한 공간에 여러 나라의 유물들이 섞여 있다. 물론 소장품이 충분해 별도의 섹션으로 구분할 수 있는 국가나 시대의 경우는 다른 미술관과 유사한 구성이었으니, 아마도 테마로 나눈 것은 소장품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리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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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에 문외한이라 대부분의 작가들이 생소한데, 개중 하나 알아본 마크 로스코의 작품(왼쪽 상단). 오른쪽 아래는 Lee Krasner의 작품 <Night Watch>를 관람하는 척하며 앉아 그냥 멍 때리는 중인 남편.

그리스, 이집트, 중세 시대의 소장품을 모두 둘러보면 현대 미술 코너로 연결이 된다. 또 다른 고난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형태를 알아본다 해도 미술적인 가치를 꿰뚫어 보지는 못하는 마당에, 형체까지 알아볼 수 없는 현대 미술의 세계는 심오하다 못해 그 깊이와 무게에 압사할 지경이다. 그 와중에 만난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눈물겹게 반갑다. 나는 또다시 현대 미술 관람은 포기하고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걸린 작품들과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을 풍경 보듯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흰 벽과 파란 창문과 붉은 그림 한 점, 그리고 검은 그림자처럼 그 앞을 서성이는 관람자들이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또한 미술관 관람의 새로운 매력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작품 사이 벤치에 앉아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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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애틀 아트 미술관에는 아프리카 미술품도 다수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미술관 전체를 통틀어 나의 눈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1000점에 가까운 접시와 찻잔들이었다. 한 점 한 점이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미술관에서의 한가로운 시간을 마치고 조금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부터 알래스카로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기에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문득 미술관에서 본 알래스카 그림 한 점이 떠올랐다. 그림 속 알래스카는 험준한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배를 뒤집을 듯 거센 파도가 일렁이는 거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제 곧 만나게 될 알래스카가 부디 그림처럼 너무 거칠고 삭막하게 느껴지지는 않기를 바라며 시애틀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뒤로 하고 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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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uis-Philippe Crepin의 1806년 작품 <Shipwreck off the coast of Alaska>. 이런 배를 타고 알래스카를 가니 난파되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적어도 이 작품에서만은 알래스카는 무죄인 걸로.



이 글은 브런치 작가 낭만토끼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출처: brunch.co.kr/@asilik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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