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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을 찾아서: 살며 사랑하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

Chapter. 31 산에 오른다

작성자
LaVie
작성일
2023-06-14 10:21
조회
671

                                                         5월인데도 아직 눈이 많이 쌓여있는 레이크 22    .<Lavie 사진>

 

산에 오른다.

숨이 차 오르고 땀이 흘러내린다.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오를 수록 숨이 차 오르는 만큼 기쁨도 차 오른다.

 

내가 살고 있는 워싱턴주는 등산하기에 너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노스 캐스케이즈 국립공원, 마운트 레니어 국립공원, 올림픽 국립공원 뿐만 아니라 마운트 베이커 스노퀄미 내쇼날포레스트등 수많은 등산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그동안 코로나로, 산불로 산행하는데 제한이 많았는데 올해 부터는 어느정도 코로나가 잠잠해 지면서 다시 산행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했다. 더군다나 평소 운동 부족이다 보니 가끔씩이라도 등산을 하며 땀을 빼야한다.

 

워싱턴주는 4월부터 10월까지 산행하기 딱 좋다.

지난 5월에 딸네와 함께 레이크 22 트레일을 갔다. 이른 더위로 기온이 80도가 올라 갔는데도 산 깊이 들어가니 아직도 눈이 잔뜩 쌓여있었다. 눈 속에 발이 푹푹 빠지고 미끄럼방아도 찧으면서 올라간 목적지 레이크 22의 장관은 역시나 너무 아름다웠다. 이번이 두번째 갔음에도 자연의 위대함이 주는 감동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유부초밥에 컵라면까지 산 정상에서 먹는 맛이야 어느 만찬과도 비교할 수 없는 꿀맛이라고 할까?

 

그리고 이번 달 6월에 또 산행을 또 했다.

이번에는 스노퀄미 내쇼날 포레스트 안에 있는 탈라푸스 와 오랄리 호수를 정하고 이번에도 딸네와 함께 등반을 했다. 지난번 레이크22에 비해 산길이 비교적 완만하다.  첫번째 호수 탈라푸스에서 역시 컵라면과 주먹밥을 먹었다. 두번째 호수 오랄리에서는 커피와 사위가 구워 온 쿠키를 먹고 사진을 찍었다. 마치 인증샷이라도 남기듯이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다. 사진 속의 내 모습은 못생기고 살이 찐 중년의 아줌마이다. 사진만보면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사진 속의 내 모습이 가장 정직하게 나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크게 불만은 없다.

 

                                   6월의 오랄리 호수 아직 바람이 차지만 상쾌하다   <Lavie 사진>

 

딸네는 바쁘다. 딸과 사위는 부지런하다. 독립적이고 생활력이 강하다. 하루가 24시간으로는 부족할 만큼 바쁘게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을 빼서 요즘 나와 놀아준다. 그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추측하기에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추억을 남기고 싶었나 보다.

나 역시 독립적이다. 그리고 추진력도 빠르다. 그런데 이제는 혼자 하기에는 조금 두렵고 주저스러운 일이 있다. 혼자 등산하는 것과 혼자 여행하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 하는 일인데 내 맘껏 할 수 가 없다. 요즘 같이 미국이 끊임없이 총기 사고와 인종차별로 인한 범죄가 만연한 이때 아마도 용기내어 혼자 산에 간다면 아이들이 결사코 말릴 것이고 나는 포기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고맙게도 함께 산에도 가주고 여행도 같이 가준다.

몇년 전만해도 내가 주도해서 사람들과 함께 산을 다녔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인지 요즘 세상이 불안해져서 인지 이제 혼자서 뭔가를 시도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물론 워싱턴주에는 한인 산악회가 여러개 있다. 하지만 난 전문적이지 못해 산악회 등반은 엄두를 낼 수 없다.

 

                                                     산에 오른다. 산이 있어서   <Lavie  사진>

 

그러나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한시간 내외로 장엄한 산에 오를 수 있고 어디든 캠핑 할 수 있는 이 곳 워싱턴주에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함께 엄마와 추억을 공유해 가는 내 자녀가 옆에 있다는 것이 감사할 일이다.

그래서 다음에는 어느 산으로 갈지 행복한 고민을 한다.

이민 생활이라는 것이 늘 바쁘고 여유가 없지만 나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날씨 좋은 날이면 산에 가며 소소한 행복을 찾을 것이다.

 

 

 

  •  
  • 글쓴이 LaVie
  • 전 금성출판사 지점장
  • 전 중앙일보 국장
  • 전 원더풀헬스라이프 발행인
전체 1

  • 2023-06-14 13:29

    이 글 보고 저도 하이킹이 가고싶어지네요. 요번 여름에는 꼭 도전 해봐야겠어요.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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