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가본 길 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못 가본 길에 대한 새삼스러운 미련은 노망인가, 집념인가, (중략)
나는 누구인가? 잠 안 오는 밤, 문득 나를 남처럼 바라보며 물은 적이 있다. 스무살에 성장을 멈춘 영혼이다. 80을 코앞에 둔 늙은이다.
박완서 산문집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중에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이 책은 단순히 제목이 너무 공감이 되어 읽게 되었는데, 2011년 작고한 박완서 작가가 2010년 8월에 발간 된 살아생전 마지막 작품이었다.
작가는 스무살 꽃다운 청춘이 시작하는 나이에 겪지 말아야 할 민족의 아픔 6.25를 겪으며 상실의 시대를 살아남아 소설가가 되었으나 자신이 꿈꾸며 직조한 비단은 현재 실제로 획득한 비단 보다 못하다고 말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인생이란 것이 평탄할 수 없고 바라는 대로 살 수 없다지만 누구에게나 가장 보석같이 빛나는 청춘의 시작 스무살 시절이 있다.
나의 스무살 시절은 다행히도 전쟁은 없었지만 독재와 자유사이 개발도상국에 살면서 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것같다.
문학을 전공하면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를 만나고 니체와 까뮈, 쌩떽쥐뺴리등 많은 작가들과 현자들을 만나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의 탐미와 사색, 그리고 고뇌를 하는 것 조차도 낭만이었던 시절을 살았다.
물론 젊은 치기와 정의감에 독재 타도를 외치기도 했으며 사회 부조리에 분노하며 대학 신문 신문고에 기고문도 쓰면서 나름 저항의 표현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어른이 되고 낭만보다는 현실이, 저항보다는 순응을 하면서 삶의 무게를 담당해야 했으며, 젊은 날의 꿈은 기억 저편에 묻혀진 채 살아왔다.
하지만 나의 새로움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은 늘 익숙하고 빠른 길 보다는 느리게 가더라도 새로운 길을 가고 싶었다. 고속도로를 타면 빨리 갈 수 있어도 돌아가더라도 산천초목을 더 잘 볼 수 있는 국도를 더 좋아했다.
미지의 장소를 보고싶은 욕구는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고 여전히 여행할때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러한 나의 못 가본 길에 대한 호기심은 일가친척 하나 없는 미국 땅까지 와서 살게 만든 이유가 된것 같다.
이제 나 역시 공자가 60세가 되어 도달했다는 ‘어떤 말을 들어도 귀에 거슬임이 없다’는이순(耳順)인 예순을 앞에 두고 있다.
[60대의 회상]에 이런 글이 있다.
“내가 10대였을 때에는 60대는 할배인 줄 알았다. 내가 20대였을 때는 60대가 아지매인줄 알았다. 내가 30대였을 때는 내가 어른인 줄 알았다. 내가 40대였을 때는 60대를 대선배인 줄 알았다. 내가 50대였을 때는 60대를 큰 형님으로 알았다. 내가 60대가 되어서는 60대도 약간 젊은 나이네.”
이러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이라는 말이 맞다.
오순에도, 육순에도, 칠순에도 사랑을 할줄 알고 열정이 있고 낭만을 즐길수 있으며 지헤는 더 깊어져 있다.
아직도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면 가보시라, 도전해 보시라, 걸을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지금이 바로 나의 전성시대 헤이데이 (Heyday)이기 때문이다.
- 글쓴이 LaVie
- 전 금성출판사 지점장
- 전 중앙일보 국장
- 전 원더풀 헬스라이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