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의 꿈
오늘 아침 출근 준비하는데 뉴스에서 메가밀리언 복권이 11억달러 이상 당첨금이 불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상상할 수 없는 잭팟이 터지기 직전이라는 것이다.
한국 뉴스에서도 보도 할 만큼 미국의 두 대형 복권인 메가밀리언스와 파워볼 모두에서 잭팟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당첨금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메가밀리언스는 3월 26일 밤 추첨을 앞두고 약 11억 달러로 역대 6번째 당첨금에 도달했으며, 파워볼은 3월 25일 밤 추첨을 앞두고 8억 달러로 상승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까지 가장 큰 메가밀리언스 잭팟은 2023년에 16억 200만 달러였으며, 파워볼의 경우 2022년에 20억 4천만 달러로 기록되고 있다.
이 두 복권의 당첨금이 총합 20억 달러에 육박하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행운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첨금 11억 달러는 3년 동안 연금으로 받을 경우의 금액이고 일시불로 수령할 경우에는 약 5억 2,580만 달러가 지급된다.
그러나 이제 26일에도 아직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금액은 더 오를것이다.
뉴스를 들으면서 11억달러가 나에게 주어진 다면 나는 어떻게 이 많은 돈을 쓸 수 있을까? 잠시 행복한 고민을 해봤다.
남은 평생 쓰기에도 넘쳐나고 두 자녀에게 물려 주기에도 넘쳐나는 액수이다 보니 가족의 범위를 더 넓혀서 내 일곱형제들, 열다섯명의 조카들까지 분배 해줘도 남을 것 같았다.
그러니 폼나게 사회에 기부도 하고 그 동안 떼먹었던 십일조도 내고 세계일주를 할 것이다.
그리고 뉴스가 끝나면서 어의없는 상상에 허탈한 실소와 함께 바로 현실로 돌아왔다.
11억달러는 커녕 내가 죽으면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이 내게 과연 있을까 다시 생각해 봤다.
이십여년전 세브란스 병원 원목이 우리 교회에 오셔서 의대에 신체 기부의 필요성을 피력한 적이 있었다.
의대생들이 실습을 해야하는데 해부용 신체가 턱없이 부족해서 교육에 어려움이 있으니 사후 신체 기부를 약정하는데 많이 동참해 줄것을 호소하며 기부동의서가 필요한사람은 손을 들면 나눠주겠다고 했다.
몇몇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들고 있었고 나는 계속 망설이고 있었는데, 옆에 앉아 있던 열살된 나의 딸이 내 손을 번쩍드는 것이었다.(내 딸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했음에 분명하다)
그렇게 반 강제로 신체기증에 서약을 했고 그 이후로 운전면허증에도 사후 신체를 기증하겠다는 빨간 하트가 나에게 꼬리표 처럼 따라 다니고 있다.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해 뭐라도 해 주고 싶고 조금이라도 물려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래서 우리네 부모들은 자녀들을 위해 한푼두푼 모은 쌈짓돈 까지도 내어 주려한다.
하지만 자녀들을 위해 무엇을 물려주려 애쓰기 보다는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 함께 하는 것이 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나에게 결코 일어날 수 없을 만큼 희박한 로또 젝팟은 헛된 꿈이고 현실은 인생이란 빈 손으로 와서 빈 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
그래서 건강한 모습으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했던 기도들, 그리고 나의 신체가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데 쓰일 수 있도록 망가지지 않게 잘 보존한 나의 육신 이러한 것이 내가 줄 수 있는 유산이 될 것이다.
- 글쓴이 LaVie
- 전 금성출판사 지점장
- 전 중앙일보 국장
- 전 원더풀 헬스라이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