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적절한 개그, 그러나 심각한 우연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09-21 18:11
조회
136

육사오(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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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는 생각한다. 어쩌면 만약 내가 로또에 당첨되면 어떨까? 행복한 상상이고, 엄청난 행운이 닥쳐와야 한다. 그렇기에 현실에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우연히 겹쳐져야 현실에서 그 광경을 목격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가능하다. 그 확률이 아주 낮은 일이더라도 영화에서는 그 일은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감독이 작가가 그 일을 원한다면 영화는 그 장면을 관객들에게 보여 줄 수 있다. 설령 말이 안 되고 웃긴 상황이어도 영화에서는 손쉽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육사오>이다.


 


당첨 로또 57억 치. 그걸 당첨되면 어떻게 될까? 당장 눈을 감고 생각을 해봐라.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당첨 로또가 만약 북한 쪽으로 넘어갔다면? 북한 어딘가로 눈앞에서 천천히 멀어지고 있다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57억인데? 영화를 볼 때 57억이라는 거금 때문에 군인 한 명이 어디까지 하고 있는지를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을 것이다.       


 



<줄거리>


“45개 번호 중에 6개 맞히면 1등인 육사오라는 종이 쪼가리, 내가 주웠지 말입니다”

우연히 1등 당첨 로또를 주운 말년 병장 ‘천우’.

심장이 터질듯한 설렘도 잠시, 순간의 실수로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로또.

바사삭 부서진 멘털을 부여잡고… 기필코 다시 찾아야 한다!



우연히 남쪽에서 넘어온 1등 당첨 로또를 주운 북한 병사 ‘용호’.

이거이 남조선 인민의 고혈을 쥐어 짜내는 육사오라는 종이 쪼가리란 말인가?

근데 무려 당첨금이 57억이라고?!



당첨금을 눈앞에서 놓칠 위기에 처한 ‘천우’와

북에선 한낱 종이 쪼가리일 뿐일 로또를 당첨금으로 바꿔야 하는 ‘용호’.

여기에 예상치 못한 멤버들(?)까지 합류하고 57억을 사수하기 위한 3:3팀이 결성되는데…



주운 자 VS 또 주운 자

아슬아슬 선 넘는 지분 협상이 시작된다!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천우의 앞에 나타난 로또 한 장.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주운 그 로또는 57억 치의 당첨 로또였다. 당첨 로또를 가지게 된 천우는 무척이나 기뻐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시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그 로또는 북한 쪽으로 넘어가버렸다. 그렇게 하늘 높이 날아간 57억 치의 북한 로또. 그걸 줍게 되는 북한 병사 용호. 용호는 이 금액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일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을 한다. 한편 천우는 그 로또를 찾기 위해 경계선을 넘어 군사분계선으로 향하고, 용호 또한 이 로또를 돈으로 바꾸기 위해 군사분계선으로 향한다. 그리고 두 명이 만났고 긴 밤의 협상이 시작되었다


이런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돈을 가지기 위한 남북한의 3:3 협상. 과연 누가 얼마를 가져가게 될까        


 



<장점>


 


적당히 웃긴 상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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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말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북한


 


영화는 역시 개그 영화답게 적당히 웃기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엄청 웃기기도 할 것이며, 그럭저럭 웃기기도 할 것이다. 어찌 됐든 사람과 상관없이 웃긴 장면은 확실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웃음의 정도는 다르지만 영화는 관객들을 웃길 힘을 가지고 있다. 상황 자체부터가 말이 되지 않지만, 그 말이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웃음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서 특정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그 상황을 이끌어내기까지의 과정은 확실히 칭찬할 영화라 생각한다.


 



 


남한이 바라보는 북한 북한이 바라보는 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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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인이 바라봤을 때 남한군의 모습은 어떨까


 


영화는 남한과 북한을 다른 시점에서 바라본다. 바로 각 국민의 시점에서 서로의 나라를 바라보게 된다. 예를 들어 남한의 군인들 중 몇은 북한 군대의 차력과 같은 체제를 미개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의 군인들은 남한 군대의 부조리함이나 가혹함을 어떻게 생각할까? 영화에서는 이런 시선의 전환을 통해 기존의 관객들에게 반성을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북한을 마음속에서 무시하든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기든 하나의 시선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어정쩡한 남북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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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회의가 일어나는 상황 자체는 웃기다


 


영화의 가장 웃긴 장면은 바로 남북 회의이다. 남과 북의 병사들이 만나 로또 하나를 나눠가지기 위해 벌이는 남북 회의의 모습은 다소 우스꽝스럽다. 현실에서 일어날 리 없는 장면이라 웃긴 것이 아니다. 이들의 태도가 진심으로 진지하기 때문에 웃긴 것이다. 로또 하나, 단순히 종이 하나로 인해 이들의 인생이 달린 것처럼 절박하기도 하고 긴장감이 넘치기도 하다. 하긴 57억인데. 57억의 돈을 위해 회의에서 말로써 이기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웃음과 긴장을 부여하고 있다.    


 


     



 


<단점>


 


만약의 이야기우연성을 챙기고 개연성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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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우연. 저 둘이 만날 우연은 또 얼마나 일까


 


영화 자체는 우연의 이야기이다. 우연의 일치로 종이가 날아가 군용 트럭에 붙고, 그 종이가 날아가 박 병장에게 가고, 또 우연의 일치로 바람이 역풍을 불어 북한으로 날아간다. 모든 상황은 우연에서 시작이 된다. 그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우연. 물론 이런 우연히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 결말까지 가서도 영화는 우연의 힘을 놓지 않으려 한다. 멧돼지가 등장을 해 난장판을 벌인다. 그리고 또 우연의 일이 일어난다. 이런 우연적 요소가 크다는 것은 영화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을 적당히 숨기고 감춰서 말이 되게 이어가야 했지만, 영화는 그러는 데에는 확실하게 실패했다.


 



 


이상한 상황들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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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군인과 북한 군인의 사랑


 


군대가 배경이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과연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까 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있었다. 서로 방송을 가지고 대화를 하거나 삼행시를 하는 등 비웃고 웃는 상황이나, 하룻밤 사이에 동물들이 순식간에 교배를 하는 것. 허접하기 그지없는 군인들의 계획 등 다양한 상황은 실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자체가 현실에서 일어날 리 없는 일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생각하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은 로또가 날아간다는 상황인 것이지 그 상황의 기반들이 아니다. 북한과 남한, 그리고 군부대라는 기본 설정들의 모습은 기존의 영화들보다 약한 모습을 보였다.


 



 


우정의 이야기가 아닌 통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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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이야기가 진행되었던 순간


 


영화의 중반부까지의 이야기는 우정이었다남한과 북한 병사 사이의 우정. 그 우정은 통일이라는 내용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친구였고, 그저 하나의 관계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우정의 이야기로 끝이 나도 괜찮았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정말 뜬금없게도 통일의 이야기가 나온다그리고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신파로 인해 몸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그 이야기가 없더라도 충분히 영화의 내용은 끝맺음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필요하지 않아도 될법한 이야기를 꺼내 신파라고 느끼게 하는 영화의 모습은 한국 영화의 한계를 보는 듯했다.         


 



 


<평가>


 


한 줄 평 :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일치를 통한 적절한 개그.


 


스토리 : 3/5


[우연으로 일어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개연성이 떨어졌다. 상황의 개연성이 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그 시작이 되는 군부대에 대한 설정 또한 왠지 모르게 거슬렸다.]


 


연출 : 4/5


[적절한 개그를 위한 상황적 연출은 좋게 보았다. 개그 영화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장면을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 준비했으며, 그 장면들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상황이 말이 되지 않아도 그 상황을 위한 연출은 훌륭한 것 같다.]


 


작품성 : 2/5


[그냥 무난하게 볼만한 한국 개그 영화. 특별함 따위 기대하지 말고 웃으며 봐라]


 


총평 : 3/5


[뇌를 빼고 보면 적당히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개그의 장면은 확실히 훌륭했으나 개그를 위해 포기한 영화의 개연성은 아쉬웠다. 우연으로 일어나는 상황들의 연속으로 어처구니가 없지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 덕분에 몰입을 하는데 지장은 없었다.]


 


만약 오늘 북한으로 넘어가버린 로또의 이야기가 궁금하거나

북한과 남한 간의 이상한 회담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영화 <육사오>를 추천한다.


 



 


이 글은 작가지망생 동동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brunch.co.kr/@04f9751b25504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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