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영화 <토니 에드만>에 대한 자세한 해설 - Part 2. 아버지는 어떻게 부쿠레슈티에 도착했는가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0-28 13:23
조회
152

※ 스포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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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에서는 빈프리트가 부쿠레슈티에 가게 되는 과정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언뜻 보면 그는 별 이유 없이 갑자기 루마니아에 나타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꼼꼼히 되짚어보면, 아버지가 루마니아로 가게 되는 과정과 토니 에드만에 대한 설명까지, 마렌 아데 감독이 이미 영화의 전반부에서 완벽하게 설명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영화의 잔잔한 톤과 일상적인 대화처럼 스쳐 지나가는 정보들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들로서는 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저는 결론적으로 감독의 불친절한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유머러스하고 심플한 톤이 맘에 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많은 관계와 정보가 모두 강조된 어조로 영화에 등장한다면, 그 소란스러움이 영화가 관객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방해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여튼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여정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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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에 대한 예고

영화는 빈프리트가 우편물 배달부에게 '토니'에 대한 농담을 하며 시작됩니다.

그는 토니에 대하여 자신의 동생이며 우편물 폭탄때문에 감옥에 갔었고, 개밥을 먹는다고 설명하죠.

토니라며 나온 사내는 분장을 하고 있고, 다소 공격적인 말투를 구사합니다.

그리고 토니의 짧은 등장은 혈압계가 울리면서 끝나게 되죠.

이렇게 영화는 시작하자마나 대화 장면 하나로 '토니'라는 인물을 임팩트있게 설명하고 시작합니다.

그는 빈프리트의 형제, 즉 닮은 존재이자, 사회 범에 대하여 파괴적이고 반체제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입니다.

또한 토니는 자신의 존재를 '분장'을 통해서 드러내며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육체적, 혹은 물리적 한계 때문에 세상에 대한 그의 공격이 허무하게 끝나리라는 것도 느낄 수 있죠.

이렇게 영화의 도입부에서 우리는 이미 토니의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모두 제공받았습니다.

또한 <혈압계의 울림>도 주목할 만 한데요.

혈압계의 삐빅거림은 몇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빈프리트의 육체가 노화했다는 사실을 끊임 없이 상기시키구요, 이것은 동시에 죽음의 공기를 환기하기도 하며, 딸 이네스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을 때 울리는 경찰 사이렌 소리와 호응하여 일종의 '경고성 사운드'를 영화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빈프리트에 대한 설명

문 밖에서 토니가 배달원을 상대하고 문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강아지 빌리에 대한 언급을 합니다.

그리고서 빈프리트는 가짜 이빨을 뺍니다.

여기까지 이 짧은 진행에서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토니가 사회를 공격하는 위태로운 캐릭터라면, 빈프리트는 가정 내에 머무는 노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빈프리트가 가짜 이빨을 빼는 동시에 어린 소년에게서 해고 당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빈프리트로 돌아오자마자 자본주의적 세계에서 방출당하는 것이죠.

이때 아이가 "시간 여유가 없다"는 이유를 대는 것 역시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대사는 곧 딸 이네스가 아버지의 지혜를 거절할 때 다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서 빈프리트는 늙은 개 빌리와 비슷한 분장을 하고, 죽음에 대한 냉소적인 농담들을 한 뒤, 아이들과 작별의 노래를 연주합니다.

여기까지 일련의 과정에는 죽음의 공기가 짙게 배어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빈프리트에 대한 충분한 설명마저 들은 것입니다.

과격한 토니와 달리 빈프리트는 늙고 노쇄하였고, 해고당했으며, 그의 주변에는 죽음의 공기가 느껴집니다.

마렌 아데는 영화가 시작한지 10분이 채 안 되는 시간동안, 토니의 캐릭터와 그의 등장에 대한 예고, 그리고 빈프리트가 처한 상황까지 모두 다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혈압계의 소리, 힘없는 개 빌리 등으로 우울함이 서려있는 분위기를 직조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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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스와의 생일파티

그리고서 빈프리트는 전처의 집을 찾아갑니다.

이 곳에서는 이네스의 생일파티가 진행중입니다. 그녀의 진짜 생일은 아니지만 미리 조촐하게 축하하는 자리죠. 네, 이 영화는 이네스의 생일파티(전처의 집에서)에서 시작하여 생일파티(이네스의 집에서)로 마무리되는 영화입니다.

빈프리트를 본 전처의 새 남편은 하마터면 총 가지러 갈 뻔했다는 농담을 합니다.

빈프리트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미묘하게 '우스꽝스러운 누군가를 보는 듯'하며, 약간의 우월감마저 희미하게 느껴지네요.

그리고 빈프리트는 바베트 부부를 보고서 "부모가 된 것을 축하한다, 합심해서 잘 해봐라"고 말하는데요.

이 짧은 한 마디는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빈프리트는 스스로의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해서 의식하고 있으며,

이것이 부모 중 누구 한 명이 아닌 양자 모두에게 주어져야함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서 빈프리트는 문 밖의 이네스를 보며 새아빠의 목을 조르는 제스처를 취합니다.

물론 이 행동은 장난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빈프리트가 전처의 남편, 즉 이네스의 새아빠에게서 경쟁심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짧게 드러냅니다.

그리고서 이어지는 대화는 사실 처연합니다.

빈프리트는 끊임 없이 새아빠에게서 이네스에 대한 소식을 전해듣죠.

그는 심지어 비즈니스에 대한 용어들이 생소하여, 받아적어야겠다는 자조적인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본인은 분장때문에 딸의 재킷에 얼룩을 묻히고 말죠.

느껴지시나요?

빈프리트는 자신의 딸인 이네스를 두고, 새아빠 혹은 전처와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내몰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는 곧 잠시 가짜 이빨을 꼈다 빼면서 부쿠레슈티에 너를 보러 들르겠다고 전합니다.

'가짜 이빨', 그리고 '얼룩'의 등장에서 토니 에드만이 어떤 방식으로든 딸에게 흔적을 남길 것임이 예고됩니다.

그리고 이네스가 통화하는 척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이때 빈프리트는 이네스에게 할머니 집에 오라는 제의를 하는데요, 이네스는 비행기 시간을 이유로 이를 거절합니다.

할머니는 빈프리트 쪽 가족이죠.

즉, 빈프리트는 자신의 가정 내로 이네스를 끌어오려는 시도에 실패하고 맙니다.

물론 이는 이네스가 전처의 집에 방문한 사실과 대조를 이루면서 빈프리트의 아버지로서의 실패를 의미하죠.

이때 토니 에드만의 괴상한 유머가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가짜딸에 대한 언급이죠.

가짜딸이 대신 올 것이라는 농담을 던지자, 이네스는 잘 됐다며 되받아칩니다.

이네스에 대하여 아버지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이 예고됩니다.

빌리의 죽음

다음 장면에서 빈프리트가 스스로와 동일시했던 늙은 개 빌리가 죽음을 맞이합니다.

자, 여기까지.

빈프리트가 현재 맞이한 상황이 상상되시나요?

그의 육체는 망가졌고, 그의 주변에는 죽음의 공기가 얼쩡거리며, 그는 어린 아이에게서 해고당한 신세입니다. 게다가 부모의 역할에 대하여 자각할 때 쯤, 이네스의 곁에는 전처와 새아빠가 있을 뿐 자신의 자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빈프리트는 지금 인생의 막다른 코너에 몰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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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부쿠레슈티로.

그 다음 장면에서 빈프리트는 바로 딸 이네스의 회사 로비에 앉아 있습니다.

이 장면은 어떠한 효과 없이 바로 전환되기 때문에, 한 동안은 이 곳이 부쿠레슈티라는 것을 알아채기 쉽지 않습니다.

<토니 에드만>은 계속해서 이런 방식의 편집으로 영화를 진행하는데요.

두 장면이 어떠한 시간적 여백 없이 바로 접착되어 있기 때문에 얻어지는 분명한 효과가 있습니다.

바로, 앞의 장면들로 인해 뒤의 장면이 추동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의식과 부모로서의 자각, 자신의 자리에 대한 불안이 빈프리트를 이네스의 회사 로비로 곧바로 이끈 것입니다.

또한 빌리를 묻고서 정원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빈프리트의 자세는,

다음 장면에서 이네스의 회사 로비에 앉아있는 그의 자세로 곧장 연결됩니다.

이 짧은 전환은 마치 빈프리트의 행동이 숙고한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반응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며

이 모든 일들이 며칠이 아니라 단 하루안에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도 합니다.

(다음에 설명할 것이지만 미리 말하자면, 이 영화의 시간은 물리적인 '한 달'이 아니라, 이네스가 잠들고 깨어나는 '세 번의 잠'에 의해서 구분되고 있습니다.)

로비에 앉아있는 빈프리트를 배경으로 처음으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소리는 아버지로서의 그의 지위가 위험한 순간마다 경고음처럼 들려오죠.

어설픈 분장을 하고 딸의 회사에서 이네스와 처음 마주치는 빈프리트.

이제 본격적으로 그와 딸의 공방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 영화 리뷰는 영화평론가 홍수정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brunch.co.kr/@comeand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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