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에블린), 스테파니 수(조이), 키 호이 콴(웨이먼드), 제이미 리 커티스(디어드리 보비어드리)
줄거리: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는데 오리지널 티켓이 나온다는 이야기에 그래~한 번 보자~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저번 주 토요일에 보았는데 아직도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뒤죽박죽 짬뽕 영화인데 메세지는 진국이다.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글에 올린 포스터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매우 중요한 장면이다. 저 장면만 생각하면 내가 광광 우럭..
바쁜 세탁소 일에 막 나가는 딸, 몸이 불편한 아버지, 거기다 이혼 서류를 준비한 남편까지 에블린을 둘러싼 모든 것은 지금 거슬린다. 그럼에도 에블린은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하나하나 해나간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현실을 탈출하고 싶다.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살고 싶다. 세무당국으로 조사를 받으러 가는 엘리베이터 안, 누군가 그의 간절한 마음을 들었는지 잠깐 시간이 멈추며 그녀의 남편인 웨이먼드가 그에게 단말기 하나를 씌워준다. 그러고는 말했다. "당신은 힘이 있어. 문이 열리면 당신은 어느 곳으로 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 에블린은 일단 남편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 방금 전의 일로 넋이 나간 에블린은 디어드리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한다. 그러다 그녀는 자신의 여러가지 모습을 보게 된다. 정확히는 멀티버스 세상에 또 다른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멀티버스 세상에선 그가 주인공이다. 다른 인물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낼 수 있다. 그의 멀티버스 세상은 초토화 상태이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악당 조부 투파키가 그의 세상을 뒤흔들어놨기 때문이다. 그곳에서의 이름은 조부 투파키..! 조부 투파키를 없애야 그의 멀티버스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딸 조이는 동성애자다. 부모님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했지만 엄마 에블린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에블린은 조이의 애인을 자신의 아빠에게 소개할 때 '친한 친구'라고 소개해버린다.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리고 싶었던 조이는 원망스런 눈길로 에블린을 쳐다본다. 이 지긋지긋한 가족의 품을 벗어나고 싶다.
멀티버스 세상에서 마침내 조부 투파키를 만난 에블린. 어딘지 자신의 딸과 닮은 그를 돕고 싶다. 사실 조부는 악당이 아니다. 어딜 가던 눈에 띄는 그를 사람들이 정상인으로 보지 않았을 뿐이다. 그가 가는 곳마다 그를 향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끌끌차는 혀도 느껴진다. 에블린은 조부를 그들로부터 구하기 위해 열심히 싸운다. 에블린은 또다른 자신의 멀티버스로 향한다. 그곳에선 모든 사람의 손이 핫도그이다. 거기서 그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바로, 세무당국에서 본 디어드리..? 둘은 서로의 손을 불편해하지만 이내 발로 서로를 보듬는다. 손이 불편한 곳에선 발이 발달한다고. 둘은 춤을 추고, 꼬옥 안는다. 사랑한다.
이제는 조부와 멀티버스에서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해하는 조부. 그런 조부를 보며 자신의 예전 모습을 떠올린다. 에블린은 이내 마음을 다 잡고 딸 조이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에블린은 자신처럼 속박된 삶을 살지 않길 바라서. 조이를 이해하기 시작한 에블린에게 어떤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하다면 당장 영화관에 가서 보자!
기대도 안한 작품이고, 심지어는 보지 않고 패스하려던 작품이기도 하다. 운이 좋게 나는 좋은 작품을 만났고, 오래 기억할 영화 한 편이 생겼다. (우연히 만난 주제에 깊게 엉켰다ㅠㅠ) 정말 좋았다. b급 요소들로 a급 메세지를 담아낼 수 있다니 참으로 놀라울 일이다. 분명 초중반까지는 오락 영화였는데 후반부에서 장르가 급변하며 웃음짓던 내 얼굴에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게 한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담은 영화이기에 모녀 분들이 꼭 보셨음 하는 영화다. 글쓴이는 딸인데 엄마랑 못 봐서 아쉬울 따름...그만큼 참 좋은 영화였다. 나도 시간이 된다면 엄마랑 꼭 같이 보고 싶다. (스포될까봐 돌려 써보고 지워 써보고..엉거주춤)
이 영화리뷰는 시인 종종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brunch.co.kr/@3448c76d935f4c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