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탈북민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Author
KReporter
Date
2023-10-13 12:55
Views
403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한 장면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북한을 떠나 중국을 거쳐 한국에 온 20대 여성 한영(이설 분)은 중국어를 잘해 관광 가이드가 된다.

한영은 꿈이 뭐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돈 많이 벌어 잘살고 싶다"고 답하고, 친구들과 맥주 한잔하면서 건배할 때도 "돈 많이 벌자"고 주문이라도 외듯 외친다.

그에게 한국은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나라, 기회의 땅이다.

곽은미 감독의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코리안 드림을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에 온 탈북민 한영의 이야기다. 2015년 가을 한영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시험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영은 서울의 고궁과 명동 거리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하며 열심히 살아가지만, 얼마 못 가 난관에 부딪힌다.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추진하면서 중국 관광객들이 끊기자 여행사들은 경영난에 빠진다. 일거리가 확 줄어든 한영은 호프에서 아르바이트한다.

함께 탈북한 남동생은 지방 조선소에 취업해 잘 지내는가 싶었는데 무슨 일인지 연락이 닿지 않아서 걱정이다. 중국에서 친동생처럼 지낸 샤오(박세현)도 한영을 찾아왔다가 불법 체류를 하려고 갑자기 잠적하면서 한영은 경찰 조사까지 받는 처지가 된다.

한영은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다. 한국에서는 '인맥 빨'이 중요하다는데 도와줄 사람도 없다. 둘도 없는 탈북민 친구 정미(오경화)마저 이민을 떠나려고 한다.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한 장면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탈북민의 시선으로 오늘날의 한국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극적인 효과를 내려고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인 소재를 끌어들이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탈북민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 얼굴에 스쳐 지나가는 표정 같은 것들로 한국 사회의 차가움과 각박함을 드러낸다.

이는 탈북민들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한국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곽 감독은 지난 10일 시사회에서 이 영화의 촬영을 앞두고 젊은 탈북민들을 만났다며 "그들의 말을 듣다 보니 탈북민뿐 아니라 많은 청년이 겪는 취업난과 같은 현실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배우 이설은 꿈을 안고 한국에 왔으나 현실에 부딪혀 좌절하는 한영을 연기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는 이 작품으로 올해 4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았다. 드라마 '옥란면옥'(2018)에서도 탈북민을 연기했던 그는 북한식 말투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제28회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제42회 밴쿠버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도 초청됐다.

이 영화는 곽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갈거야'(2011), '첫 데이트'(2012), '열정의 끝'(2015), '대자보'(2017) 등 단편으로 주목받았다.

18일 개봉. 95분. 12세 관람가.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한 장면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Total Reply 0

New
Number Title Author Date Votes Views
354

티모테 샬라메가 부르는 밥 딜런 명곡…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KReporter | 2025.02.18 | Votes 0 | Views 521
KReporter 2025.02.18 0 521
353

미래 우주에도 '위험 외주화'가…웃픈 복제인간 영화 '미키 17'

KReporter | 2025.02.18 | Votes 0 | Views 392
KReporter 2025.02.18 0 392
352

봉준호 '미키17'에 할리우드 벌써 들썩…"기다린 보람 있다"

KReporter2 | 2025.02.15 | Votes 0 | Views 538
KReporter2 2025.02.15 0 538
351

AI 기술로 회춘한 톰 행크스의 가족 연대기 '히어'

KReporter | 2025.02.14 | Votes 0 | Views 460
KReporter 2025.02.14 0 460
350

느슨하고 투박한 하드보일드 스릴러…영화 '브로큰'

KReporter | 2025.02.14 | Votes 0 | Views 435
KReporter 2025.02.14 0 435
349

홀로코스트 투어에서 느낀 진짜 고통…영화 '리얼 페인'

KReporter | 2025.01.10 | Votes 0 | Views 575
KReporter 2025.01.10 0 575
348

핏빛으로 되살린 원조 뱀파이어 영화…'노스페라투'

KReporter | 2025.01.10 | Votes 0 | Views 575
KReporter 2025.01.10 0 575
347

레이싱에 미친 남자의 일생일대 승부…영화 '페라리'

KReporter | 2025.01.10 | Votes 0 | Views 555
KReporter 2025.01.10 0 555
346

동화작가의 '19금' 소설 창작기…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KReporter | 2025.01.10 | Votes 0 | Views 652
KReporter 2025.01.10 0 652
345

볼링공에 비친 삶을 가만히 들여다본다…영화 '돌핀'

KReporter | 2024.03.04 | Votes 0 | Views 1008
KReporter 2024.03.04 0 1008
344

'좋좋소'의 극사실주의로 그려낸 로맨스 '미나씨, 또 프사…'

KReporter | 2024.03.04 | Votes 0 | Views 1040
KReporter 2024.03.04 0 1040
343

삶을 포기한 여자가 삶이 절실한 남자를 만났을 때…'로기완'

KReporter | 2024.02.28 | Votes 0 | Views 1177
KReporter 2024.02.28 0 1177
342

첫사랑처럼 아름답고 가슴 저민다…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KReporter | 2024.02.28 | Votes 0 | Views 1008
KReporter 2024.02.28 0 1008
341

무덤 팔 때의 서늘한 긴장감이 그대로…영화 '파묘'

KReporter | 2024.02.20 | Votes 0 | Views 1224
KReporter 2024.02.20 0 1224
340

이름 잘못 팔았다 죽은 사람이 된 남자…영화 '데드맨'

KReporter | 2024.01.29 | Votes 0 | Views 965
KReporter 2024.01.29 0 965
339

마체테 칼 휘두르고 장총 쏘는 마동석…넷플릭스 영화 '황야'

KReporter | 2024.01.25 | Votes 0 | Views 1007
KReporter 2024.01.25 0 1007
338

어린 시절 꿈꾼 초콜릿 향 가득한 환상의 세계…영화 '웡카'

KReporter | 2024.01.23 | Votes 0 | Views 1016
KReporter 2024.01.23 0 1016
337

히어로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힘…영화 '시민덕희'

KReporter | 2024.01.11 | Votes 0 | Views 1041
KReporter 2024.01.11 0 1041
336

미스터리 풀리고 액션·유머 강해졌다…영화 '외계+인' 2부

KReporter | 2024.01.03 | Votes 0 | Views 572
KReporter 2024.01.03 0 572
335

더 코믹하게 돌아온 '상남자' 슈퍼히어로…영화 '아쿠아맨 2'

KReporter | 2023.12.21 | Votes 0 | Views 525
KReporter 2023.12.21 0 525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