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MZ 세대의 눈에 비친 '헬조선'의 풍경…영화 '한국이 싫어서'

작성자
KReporter
작성일
2023-10-09 13:48
조회
219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뉴질랜드로 떠난 20대 여성 이야기


 


영화 '한국이 싫어서'의 한 장면

영화 '한국이 싫어서'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물여덟 살 직장인 계나(고아성 분)는 한국 사회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겹다.

한국에서 '경쟁력 없는 인간'인 그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표범에게 잡아먹히는 톰슨가젤처럼 '멸종돼야 할 동물'인 것만 같다.

계나에게 한국은 '헬조선'일 뿐이다. 결국 그가 선택한 건 '탈(脫)조선'이다.

4일 막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한국이 싫어서'는 탈조선을 택한 청춘의 이야기다. 장강명 작가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이 영화는 새 삶을 찾아 뉴질랜드로 떠나는 계나가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족과 작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국에서 계나의 삶을 채운 건 인천과 서울 강남을 오가는 지옥 같은 출퇴근 길, 온갖 불합리를 견뎌야 하는 직장 생활, 출신 성분으로 사람을 서열화하는 문화 같은 것들이다.

가난한 집안 출신인 계나의 좌절감은 꽤 잘사는 남자친구 지명(김우겸)의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갔을 때 극에 달한다.

뉴질랜드에서 계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도 만만치는 않다. 계나는 영주권을 따기 위해 영어 실력을 끌어올리고, 학위를 따고,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백인들의 인종차별도 넘어야 할 벽이다.

이 영화는 계나의 삶을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대신, 한국에서의 삶과 뉴질랜드에서의 삶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두 개의 삶을 대비한다. 한국은 대체로 어둡고 쓸쓸한 겨울의 풍경으로 그려져 헬조선의 느낌이 극대화된다.

한국의 늦은 밤 술자리에서 계나와 친구들은 한국을 떠나는 것을 두고 토론을 벌인다. 행복을 찾아 떠나고 싶다고 고백하는 친구도 있고, 한국에 남아 사회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호기롭게 주장하는 친구도 있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의 한 장면

영화 '한국이 싫어서'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한국이 싫어서'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이 영화는 관객을 가르치듯 메시지를 내놓기보다는 한국 사회를 현실 그대로 바라보는 데 주력한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MZ 세대로 불리는 이 시대 청춘의 시점을 충실히 따른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일 것이다.

곱씹어볼 만한 질문도 던진다. 한국 사회에서 불행한 사람이 늘어갈수록 역설적으로 행복이란 말은 더 많이 쓰이고, 그러면서 행복의 의미도 점점 공허해지는 게 아니냐는 계나의 의문 같은 것들이다.

한국에 남는 게 맞는지, 외국으로 떠나는 게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계나가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그가 흔히 말하는 성공과 실패를 넘어 정신적 성장의 길로 갈 수 있었던 건 추위가 싫어 남극을 떠났다는 동화 속 펭귄처럼 진정한 행복을 찾아 모험에 나서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고아성은 한국 사회에서 고뇌하는 청춘을 빼어나게 연기했다. 그의 연기는 마치 MZ 세대를 대변하는 듯하다.

장건재 감독은 '진혼곡'(2000), '싸움에 들게 하지 마소서'(2003), '꿈속에서'(2007) 등 단편 연출을 거쳐 '회오리바람'(2009)으로 장편에 데뷔했다. 이어 장편 '달이 지는 밤'(2020),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2022),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2022) 등을 연출했다.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전체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341

무덤 팔 때의 서늘한 긴장감이 그대로…영화 '파묘'

KReporter | 2024.02.20 | 추천 0 | 조회 35
KReporter 2024.02.20 0 35
340

이름 잘못 팔았다 죽은 사람이 된 남자…영화 '데드맨'

KReporter | 2024.01.29 | 추천 0 | 조회 79
KReporter 2024.01.29 0 79
339

마체테 칼 휘두르고 장총 쏘는 마동석…넷플릭스 영화 '황야'

KReporter | 2024.01.25 | 추천 0 | 조회 88
KReporter 2024.01.25 0 88
338

어린 시절 꿈꾼 초콜릿 향 가득한 환상의 세계…영화 '웡카'

KReporter | 2024.01.23 | 추천 0 | 조회 86
KReporter 2024.01.23 0 86
337

히어로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힘…영화 '시민덕희'

KReporter | 2024.01.11 | 추천 0 | 조회 109
KReporter 2024.01.11 0 109
336

미스터리 풀리고 액션·유머 강해졌다…영화 '외계+인' 2부

KReporter | 2024.01.03 | 추천 0 | 조회 118
KReporter 2024.01.03 0 118
335

더 코믹하게 돌아온 '상남자' 슈퍼히어로…영화 '아쿠아맨 2'

KReporter | 2023.12.21 | 추천 0 | 조회 155
KReporter 2023.12.21 0 155
334

늘 대중과 호흡했던 정치인의 초상…다큐 '길위에 김대중'

KReporter | 2023.12.18 | 추천 0 | 조회 136
KReporter 2023.12.18 0 136
333

역사 앞에서 고뇌하는 영웅 이순신…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KReporter | 2023.12.12 | 추천 0 | 조회 156
KReporter 2023.12.12 0 156
332

반란군에 맞선 군인과 가족의 고통…'서울의 봄' 뒷이야기들

KReporter | 2023.11.30 | 추천 0 | 조회 238
KReporter 2023.11.30 0 238
331

이순신 최후 '노량' 김한민 감독 "'명량''한산' 경험 다 녹였죠"

KReporter | 2023.11.15 | 추천 0 | 조회 280
KReporter 2023.11.15 0 280
330

이 시대에 딱 맞는 듯한 설렘과 웃음…영화 '싱글 인 서울'

KReporter | 2023.11.15 | 추천 0 | 조회 181
KReporter 2023.11.15 0 181
329

12·12 군사반란 9시간의 긴박감을 그대로…영화 '서울의 봄'

KReporter | 2023.11.10 | 추천 1 | 조회 243
KReporter 2023.11.10 1 243
328

로맨스를 빌린 힐링 드라마…영화 '어느 날 그녀가 우주에서'

KReporter | 2023.11.10 | 추천 0 | 조회 177
KReporter 2023.11.10 0 177
327

아름다운 판타지 속 거장의 질문…'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KReporter | 2023.10.25 | 추천 0 | 조회 248
KReporter 2023.10.25 0 248
326

데이비드 핀처의 차갑고 스타일리시한 스릴러…영화 '더 킬러'

KReporter | 2023.10.25 | 추천 0 | 조회 268
KReporter 2023.10.25 0 268
325

24년 전 '나라슈퍼 사건'으로 한국 사회를 보다…영화 '소년들'

KReporter | 2023.10.25 | 추천 0 | 조회 270
KReporter 2023.10.25 0 270
324

부모의 잘못된 사랑을 파헤치는 스릴러…영화 '독친'

KReporter | 2023.10.25 | 추천 0 | 조회 226
KReporter 2023.10.25 0 226
323

김해숙·신민아 모녀 연기한 영화 '3일의 휴가' 12월 개봉

KReporter | 2023.10.13 | 추천 0 | 조회 299
KReporter 2023.10.13 0 299
322

탈북민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KReporter | 2023.10.13 | 추천 0 | 조회 231
KReporter 2023.10.13 0 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