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감독 정우성의 연출력 보여준 다채로운 액션…영화 '보호자'

작성자
KReporter
작성일
2023-08-15 12:19
조회
78
영화 '보호자'의 한 장면

영화 '보호자'의 한 장면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폭력 조직에 몸을 담았던 수혁(정우성 분)은 살인죄로 10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

옛 연인을 찾아간 그는 자기에게 딸이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되고, 조직의 보스 응국(박성웅)을 찾아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한다.

응국은 조직의 2인자 성준(김준한)에게 수혁을 감시하라고 지시하고, 성준은 '세탁기'로 불리는 2인조 킬러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에게 수혁을 제거하라고 한다.

정우성이 주연뿐 아니라 연출을 맡은 영화 '보호자'의 이야기 구도는 어디서 본 듯 낯익다.

한때 갱스터였던 주인공이 새 삶을 추구하지만, 폭력의 세계를 쉽사리 못 벗어나는 이야기는 알 파치노 주연의 '칼리토'(1994)와 같은 영화에서 다뤄졌다. 류더화(유덕화) 주연의 '천장지구'(1990)도 비슷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보호자'는 이렇게 익숙한 이야기 구도에 새로움을 입혔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건 다채로운 액션이다.

수혁의 전사(前事)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그가 쥔 칼은 손전등처럼 빛을 낸다. 어두운 공간에서 수혁이 칼을 휘두를 때마다 빛이 난무한다. 관객은 한 편의 댄스 쇼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우진과 진아의 폭력도 여느 액션 영화와는 다르다. 이들이 쓰는 사제 폭탄은 강한 폭발력을 가졌지만, 자그마한 공 모양에 알록달록한 색은 장난감의 느낌을 준다.

이는 마치 게임이라도 하듯 폭력을 자행하는 우진과 진아의 모습과 어울린다. 이들은 사람이 있는 건물을 폭파해놓고 태연한 얼굴로 그 앞에서 셀카를 찍는다. 이들의 폭력 장면엔 경쾌한 음악이 흐른다.

수혁의 액션은 선이 굵고 힘이 있어 대조를 이룬다. 그의 액션은 자동차와 떼놓을 수 없다. 수혁은 자동차를 몰아 건물에 난입하고, 그에게 달려든 조직원들은 급선회를 반복하는 차에서 하나둘 떨어져 나간다.

 



영화 '보호자'의 한 장면

영화 '보호자'의 한 장면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영화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펼치는 추격전은 상당한 속도감이 있다. 중앙선을 넘어 아찔한 역주행을 하기도 한다. 자동차의 격렬한 충돌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해서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관객은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조바심 없이 편안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다만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고 감동하려면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할 텐데 이 부분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수혁과 옛 연인의 전사가 거의 없다 보니 이들의 마음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 수혁의 딸도 그를 새 삶으로 당기는 장치에 머무르는 듯한 느낌이다. 두 사람을 잇는 끈은 수혁이 딸에게 느끼는 혈육의 정 외엔 찾기 어렵다.

이 영화에서 수혁의 새 삶을 막는 건 그에 대한 성준의 열등감과 질투로 볼 수 있다. 누구도 벗어나기 어려운 과거의 굴레와 폭력 세계를 지배하는 냉정한 법칙도 아울러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우성은 '나와 S4 이야기'(2013), '세가지 색-삼생'(2014), '킬러 앞에 노인'(2014) 등 단편 영화를 연출한 적은 있지만, 장편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으로서 정우성의 가능성을 보여준 장편 데뷔작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특히 이 영화에서 펼쳐낸 개성적이면서도 강도 높은 액션은 차기작을 기대하게 한다.

이 영화의 액션은 상당 부분 정우성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김준한은 9일 시사회에서 정우성을 "대한민국의 보물 같은 액션 장인"이라며 극찬했다.

'보호자'는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55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2회 하와이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15일 개봉. 97분. 15세 관람가.

 



영화 '보호자'의 한 장면

영화 '보호자'의 한 장면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전체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319

판타지 게임서 튀어나온 듯한 퇴마사 강동원…영화 '천박사'

KReporter | 2023.09.19 | 추천 0 | 조회 11
KReporter 2023.09.19 0 11
318

나를 규정하는 건 무엇인가…영화 '한 남자'

KReporter | 2023.08.29 | 추천 0 | 조회 51
KReporter 2023.08.29 0 51
317

아시아계 여성 넷이 펼치는 17금 유머…영화 '조이 라이드'

KReporter | 2023.08.29 | 추천 0 | 조회 64
KReporter 2023.08.29 0 64
316

고통스러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영화 '어느 멋진 아침'

KReporter | 2023.08.29 | 추천 0 | 조회 59
KReporter 2023.08.29 0 59
315

감독 6명이 펼치는 킬러 이야기…단편 프로젝트 '더 킬러스'

KReporter | 2023.08.15 | 추천 0 | 조회 83
KReporter 2023.08.15 0 83
314

강동원 주연 '천박사 퇴마 연구소' 올 추석 개봉

KReporter | 2023.08.15 | 추천 0 | 조회 90
KReporter 2023.08.15 0 90
313

감독 정우성의 연출력 보여준 다채로운 액션…영화 '보호자'

KReporter | 2023.08.15 | 추천 0 | 조회 78
KReporter 2023.08.15 0 78
312

사진을 보듯 과거와 마주하는 남녀…영화 '너의 순간'

KReporter | 2023.08.15 | 추천 0 | 조회 73
KReporter 2023.08.15 0 73
311

삶은 지독하게 불평등하다!! 기생충 이후 칸이 선택한 2023년 최고의 이야기!!

KReporter2 | 2023.08.06 | 추천 0 | 조회 111
KReporter2 2023.08.06 0 111
310

질투마저 지휘한 아버지와 아들…영화 '마에스트로'

KReporter | 2023.08.04 | 추천 0 | 조회 98
KReporter 2023.08.04 0 98
309

악행은 있어도 악인은 없는 비극적 스릴러…영화 '비닐하우스'

KReporter | 2023.07.12 | 추천 0 | 조회 148
KReporter 2023.07.12 0 148
308

배두나 주연 잭 스나이더 SF물 '레벨 문' 12월 넷플릭스 공개

KReporter | 2023.06.22 | 추천 0 | 조회 172
KReporter 2023.06.22 0 172
307

멀티버스와 함께 열린 DC의 새 페이지…영화 '플래시'

KReporter | 2023.06.08 | 추천 0 | 조회 149
KReporter 2023.06.08 0 149
306

숨 가쁜 추격과 격투, 반전으로 채운 두 시간…영화 '귀공자' (1)

KReporter | 2023.06.08 | 추천 0 | 조회 187
KReporter 2023.06.08 0 187
305

마동석의 핵펀치처럼 강력해진 액션과 유머…영화 '범죄도시 3'

KReporter | 2023.05.22 | 추천 0 | 조회 253
KReporter 2023.05.22 0 253
304

흙빛 피부·레게머리로 재탄생한 에리얼…영화 '인어공주'

KReporter | 2023.05.22 | 추천 0 | 조회 199
KReporter 2023.05.22 0 199
303

최강 빌런에 맞선 자동차액션…'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KReporter | 2023.05.17 | 추천 0 | 조회 165
KReporter 2023.05.17 0 165
302

베일 벗는 디즈니 '흑인 인어공주'…인종·외모 논란 잠재울까

KReporter2 | 2023.05.06 | 추천 0 | 조회 265
KReporter2 2023.05.06 0 265
301

1세대 한인이민자 다룬 다큐 '사진신부' 휴스턴영화제 은상 수상

KReporter | 2023.05.04 | 추천 0 | 조회 244
KReporter 2023.05.04 0 244
300

칠중주: 홍콩 이야기 · 유랑지구 2

KReporter | 2023.05.04 | 추천 0 | 조회 180
KReporter 2023.05.04 0 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