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질투마저 지휘한 아버지와 아들…영화 '마에스트로'

Author
KReporter
Date
2023-08-04 12:58
Views
313
영화 '마에스트로' 속 한 장면

영화 '마에스트로' 속 한 장면

[티캐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질투심을 느낀다.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시기하고 불운을 바라거나, 속수무책 자괴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만약 질투의 대상이 자기 자식이나 부모라면 어떨까.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닮은 사람이자 가장 사랑해야만 하는 사람이기에 그를 완전히 미워할 수도 없을 것이다.

브뤼노 시슈 감독이 연출한 프랑스 영화 '마에스트로'의 주인공 프랑수아 뒤마르(피에르 아르디티 분)가 딱 이런 상황이다. 프랑수아는 음악계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백전노장 지휘자지만, 차세대 거장으로 떠오른 젊은 지휘자 때문에 입지가 흔들린다. 그를 조급하게 만드는 사람은 다름 아닌 친아들 드니 뒤마르(이반 아탈)다.

프랑수아는 자신의 감정을 아들에게 숨기지 않는다. 드니가 최고의 지휘자에게 수여되는 상을 받는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집에서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도 빈말이라는 게 티가 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는 모습은 좀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다.



영화 '마에스트로' 속 한 장면

영화 '마에스트로' 속 한 장면

[티캐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들 드니 역시 아버지를 라이벌로 생각한다. 그에게 프랑수아는 음악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쳐준 스승이자 반드시 넘어야 하는 거산 같은 존재다. 아버지가 이탈리아 최고의 극장 '라 스칼라' 음악감독 제안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서 그의 얼굴이 차갑게 굳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축하 인사에 진심이 담기지 않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좌절감과 열등감을 동시에 맛보던 어느 날, 드니는 예상 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극장 직원의 실수로 아들에게 가야 할 음악감독 제안 전화가 아버지에게 갔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성이 같아 일어난 비극이다.

드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에 빠진다. 그가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를 잡는 대가는 아버지가 입을 크디큰 상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다지만, 밀라노로 떠날 생각에 들떠 있는 프랑수아에게 진실을 말할 용기가 드니에겐 없다. 이들 부자 중 누가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게 될까.



영화 '마에스트로' 속 한 장면

영화 '마에스트로' 속 한 장면

[티캐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에스트로'는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꼬장꼬장 슈콜닉 교수의 남모를 비밀'(2011)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에선 부자가 연구자로 나온다. 시슈 감독은 둘 다 의사인 자기 아버지와 형을 소재로 각색하려다가 사위와 남편 모두 지휘자인 지인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고 설정을 바꿨다.

서로에게 자기 성취를 대놓고 자랑하면서도 한편으론 경계하는 뒤마르 부자의 모습은 기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질투와 경쟁심을 결국엔 사랑으로 극복해내는 두 사람을 보여준다. 감정 해소 과정이 다소 급작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부모·자식 간 화해는 대개 그런 식이 아닌가 싶다.

스토리 못지않게 매력적인 건 두 주인공의 감정에 따라 변화무쌍한 배경음악이다. 음악 애호가인 시슈 감독이 인물의 내면을 암시하도록 삽입곡을 직접 골랐다. 브람스,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 베토벤, 드보르자크 등의 명곡이 오케스트라 선율을 타고 흐를 때면 클래식 콘서트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8월 9일 개봉. 88분. 12세 관람가.



영화 '마에스트로' 속 한 장면

영화 '마에스트로' 속 한 장면

[티캐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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