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악행은 있어도 악인은 없는 비극적 스릴러…영화 '비닐하우스'

작성자
KReporter
작성일
2023-07-12 12:31
조회
148


영화 '비닐하우스' 속 한 장면

영화 '비닐하우스' 속 한 장면

[트리플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아무리 영화라도 악역을 응원하기란 쉽지 않다. 약자를 죽인 살인범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솔희 감독의 스릴러 영화 '비닐하우스'는 치매 노인을 살해하고 마치 이 노인이 살아 있는 것처럼 연극까지 하는 살인범 문정(김서형 분)을 응원하게 되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한다. 살해 사실이 발각될까 따라 조마조마하고, 그를 이용하는 남자를 보면 화가 솟구친다.

요양 보호사인 문정은 자신이 돌보는 할머니 화옥을 실수로 죽인다. 휴대전화로 119를 누르던 찰나, 소년원 출감을 앞둔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전화를 끊은 문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미친 듯이 살해 현장을 치우기 시작한다.

시신은 어찌어찌 처리했는데, 문제는 할머니의 남편 태강(양재성)이다. 그가 한집에 있어야 할 아내의 부재를 눈치채는 건 시간문제다. 문정은 치매에 걸려 입원 중인 자신의 엄마를 이 집에 데려다 앉힌다. 최근 시력을 잃은 태강은 문정의 엄마를 자기 아내로 착각하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세 사람의 아슬아슬한 동거가 시작된다.

 



영화 '비닐하우스' 속 한 장면

영화 '비닐하우스' 속 한 장면

[트리플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정은 기구한 여자다. 집이 없어 허허벌판 위 비닐하우스에서 산다. 낫질 몇 번, 작은 불씨에도 무너져 내릴 곳이다. 아들이 소년원에서 나오면 함께 살 번듯한 집을 구하는 게 그의 꿈이다.

그러나 문정의 연극이 들통나지 않기를 바라는 건 그가 불쌍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선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앞이 안 보이는 할아버지,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정성스레 돌보는 문정은 평생 악행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비닐하우스'에는 몇 건의 살인 사건이 더 나온다. 하지만 따져 보면 악역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다. 선생님에게서 성 착취를 당하는 지적장애 여성 순남(안소요), 아내처럼 치매 진단을 받고 눈도 보이지 않는 태강 등은 뉴스에 나오는 흉악한 악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은 가해자이지만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다. 마치 연쇄작용처럼,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게 해를 가하면 그 해가 자신에게도 돌아온다. 스스로 한 행동 때문에 형벌보다 매서운 천형이 내려지는 것이다.

 



영화 '비닐하우스' 속 한 장면

영화 '비닐하우스' 속 한 장면

[트리플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비닐하우스'는 각자의 욕심 때문에 서로를 공격하고 죽이는 일반적인 스릴러와는 다른 방향의 영화다.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아가던 약자들이 '어쩌다 보니' 죄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누군가가 이들을 돌봐줬더라면, 혼자서는 옴짝달싹 못 하는 구렁텅이에서 꺼내줬더라면, 우리 옆에서 이웃으로 살아갈 사람들이다.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의 비극적인 전개는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 캐릭터에게 끝없이 가해지는 고통에 관객마저 전염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보기 싫은 이야기라도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라면 바라봐야 한다고 영화는 말한다.

이솔희 감독은 지난 11일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집, 가족, 사랑을 얻고 지켜내는 게 아주 힘든 일이라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며 "위압적인 방식으로 이 주제를 말했다고도 생각하지만 '잘 살아내고 있다'는 격려를 건네는 것으로 받아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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