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칠중주: 홍콩 이야기 = 취권부터 황비홍, 강시 선생, 영웅본색, 천장지구까지.

홍콩 영화가 중화권을 넘어 국내 대중문화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 홍콩 영화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감독 7명이 모여 홍콩을 향한 애정 어린 칠중주를 펼친다.

훙진바오(홍금보), 안후이(허안화), 패트릭 탐(담가명), 위안허핑(원화평), 린링둥(임영동), 조니 토(두기봉), 쉬커(서극) 일곱 감독은 각각 만든 10∼15분짜리 단편을 엮어 옴니버스 영화로 완성했다. 홍콩 사회의 단면과 각자의 추억을 담았다. 1950년대부터 근미래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했다.

전설적인 액션 배우 훙진바오는 쿵푸를 배우던 어린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수련'을 만들었다. 앳된 목소리의 10대 훙진바오는 머리를 밀고 각종 기술을 연마한다. 게으름을 피우는 바람에 사부님에게 흠씬 두들겨 맞기도 한다. 영화 말미에는 백발이 성성한 훙진바오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한다. "시간은 쏜살같고 되돌릴 수 없다. 과거는 그저 추억일 뿐."

뒤이어 1960년대의 학교를 추억하는 '교장 선생님'(안후이), 손녀와 할아버지가 서로 영어와 쿵푸를 가르쳐주며 우정을 나누는 '귀향'(위안허핑) 등이 나온다. 쉬커는 '속 깊은 대화'를 통해 유일하게 미래를 이야기한다. 정신 병동에서 일어나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에서는 동시대 영화 감독에게 바치는 고마움이 느껴진다.

쉬커는 영화 제작 중 "드디어 함께 영화를 만들게 됐다. 홍콩 감독들이 하나가 됐다는 걸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거장들의 만남에 화답하듯 2020년 제73회 칸국제영화제는 이 영화를 공식 초청했다. 그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112분. 12세 관람가.

 

▲ 유랑지구 2 = '대륙의 스케일'을 엿볼 수 있는 중국 SF 영화다. 중국 작가 류츠신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유랑지구'(2019)의 속편이자 프리퀄이다. 궈판(곽범) 감독이 전편에 이어 연출을 맡았다.

수천 명의 배우·스태프가 투입돼 만들어진 영화는 우주 굴기를 향한 중국의 바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컴퓨터 그래픽은 물론이고 AI 딥러닝까지 활용해 지구와 달, 태양계와 우주를 묘사하는 한편 류더화(유덕화), 우징(오경) 등 배우들의 젊을 적 얼굴을 복원했다. 시각효과 총괄 책임자는 "영화 3편과 비슷한 규모라 작업이 방대했다. 불가능한 미션에 가까웠다"고 작업 당시를 회고했다.

시각 효과는 흠잡을 구석이 없을 정도로 기대 이상이다. 핵폭발, 우주 엘리베이터 추락, 드론과 전투기 간의 대결 등을 사실적으로 연출했다. 전편이 유작이 된 배우 우멍다(오맹달)도 CG로 만들어져 잠시 등장하는데, 완벽하진 않아도 진일보한 중국 기술력을 충분히 가늠하게 한다.

그러나 태양계 소멸로 지구가 멸망 위기에 직면하자 지구 표면에 엔진을 달아 궤도를 옮기려 한다는 스토리라인과 '각국이 하나 돼 지구를 지키자'는 메시지는 생동감있게 와닿지는 않는 편이다.

173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