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만 아미? 다윈도 아미가 있었다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3-02-14 15:08
조회
157
최재천 교수 "BTS만 아미? 다윈도 아미가 있었다"
세계적 다윈 전문가들 연속 대담한 '다윈의 사도들' 출간 도킨스 "다윈은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에 답을 제공한 사람"
"아미(Army)는 BTS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다윈에게도 아미가 있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신간 '다윈의 사도들'(사이언스북스)에서 이렇게 찰스 다윈(1809~1882)을 소개한다. 다윈은 과학계의 슈퍼스타였지만 도대체 방탄소년단(BTS), 아미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최 교수에 따르면 BTS는 비틀스처럼 영국과 미국 주류 팝 시장에서 성장하지 않았다. 변방인 한국 가요계 출신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아미의 '팬덤 문화' 덕택에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 미국서 '비틀스 연상' 무대 펼쳐
다윈도 BTS처럼 변방 출신이었다. 그는 재야의 생물학자였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아니고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연구원도 아니었다. 심지어 학계의 중심인 런던도 아닌 시골에 내려가 살았다.
BTS에 SNS가 있었다면 다윈에게는 '편지'가 있었다. 그는 SNS 옛 버전 '편지'를 통해 평생 2천 명과 교류했다. 케임브리지대학교가 모은 그의 편지만 해도 1만4천500통에 달한다. 하루에 한 통 이상씩은 쓴 셈이다. 최 교수는 다윈을 "네트워킹의 귀재였다"고 평한다.
이 세계의 원류를 설명한 '종의 기원'(1859)은 서신을 통해 민들레 씨처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당대 최고의 생물학자였던 토마스 헉슬리는 "나는 왜 이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정말 바보 같으니라고" 자책했고, 사회학자인 허버트 스펜서는 재빨리 다윈의 개념을 응용해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라는 문구를 만들어내 세계적인 '히트'를 쳤다.
찰스 다윈
다윈은 죽었지만, 그가 심어놓은 관념은 여전히 과학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거, 대니얼 데닛 등 후학들은 다윈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계와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탐험하고 있다. 국내 다윈 포럼 대표이기도 한 최 교수는 다윈주의를 계승한 12명의 세계적 석학들을 만나 다윈이 가진 현대적 의미를 물었다. 인터뷰집 '다윈의 사도들'은 그 결과물이다.
최 교수는 지난 2009년부터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피터 그랜트·로즈 메리 그랜트 교수 부부를 시작으로 헬레나 크로닌, 스티븐 핑거,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피터 그레인, 제임스 왓슨 등을 만났다. 녹취록을 정리하다가 의문이 들면 다시 이메일을 통해 질문해 답을 얻었다. 내용이 방대하다 보니 책을 완성하기까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리처드 도킨스와 대담 중인 최재천 교수
오랜 세월이 걸린 만큼, 현대 생물학과 유전학, 철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야기 줄기는 다윈에서 시작해 인류의 기원, 유전자, 신, 철학, 우주 등 무수히 많은 분야로 뻗어나간다. 책은 현대 과학의 경향과 흐름을 날 것 그대로 전한다.
무엇보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여타 전문 서적에 견줘 쉽다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나 '만들어진 신'을 읽기 전에 도킨스와의 대담을 읽으면 도킨스가 주장한 개념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구어체로 쓰인 데다가 책을 집필할 때의 사회적 맥락 등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가령, 도킨스가 '불멸의'라는 말 대신 '이기적'이라는 형용사를 유전자 앞에 내세운 건 "자연선택이 종의 이익을 위해 작용한다"는 당대 주류 과학계의 그릇된 의견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였다.
대니얼 데닛 미국 터프츠대 교수와 최재천 교수
그렇더라도 나온 지 150년이 훌쩍 넘은 다윈의 진화론을 알 필요가 있을까?
최 교수는 "탁월한 이론은 모름지기 단순함, 응용성, 그리고 직관적 아름다움을 지녀야 하는데, 다윈의 이론은 더 할 수 없이 간결한데다 설명하지 못할 현상을 찾기 어렵다는 데 차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도킨스는 "다윈은 아마도 우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인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에 답을 제공한 사람"이라며 다윈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대니얼 데닛은 "다윈은 탄소 원자와 포도당 분자가 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이언스북스가 펴내는 '드디어 다윈'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2012년 출간된 '다윈 지능'의 개정 증보판도 함께 출간됐다.
▲ 다윈의 사도들 = 476쪽.
▲ 다윈 지능 = 384쪽.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