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인문학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3-03-02 22:35
조회
241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의 '인구론'(1798)은 인류가 역사상 가장 커다란 발전을 이룩하던 산업혁명 와중에 출간됐다. 서유럽인 대부분이 인류 문명의 지속 발전을 낙관하던 시기였다. 맬서스는 식량의 증가가 인구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전쟁, 기아, 전염병이 없다면 출산율을 낮춰 인구증가를 둔화시켜야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밋빛 전망이 대세였던 유럽 사회에서 그의 주장은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이들이 패닉에 빠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주장은 상당 부분 틀린 것으로 판명됐지만 그의 이론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늘어난 쓰레기

오데드 갤로어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도 그런 학자 중 하나다. 그는 맬서스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계승한다. 그는 최근 번역 출간된 '인류의 여정'(원제 The journey of Humanity)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출산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인류는 인구 상황에 따라 성장과 퇴보를 반복했다. 신석기혁명 이전에 인류는 이동하면서 채집과 사냥으로 먹고살았다. 신석기혁명 때 정착 생활이 시작되면서 인구와 생산물이 크게 늘었다. 예컨대 메소포타미아 지역 1에이커(약 4천46㎡)에서 산출되는 생산물은 같은 토지면적에서 수렵·채집인이 생산한 것보다 100배나 많았다. 이런 생산성 향상에도 인류 전체가 더 부유해지지는 않았다.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난데다 부의 집중이 이뤄지면서다. 오히려 수렵·채집 부족은 농업공동체 구성원보다 오래 살았고, 영양가가 많고 다채로운 음식을 먹었다. 더 낮은 강도로 일하면서 감염병에도 덜 시달렸다.

1411년 토겐부르크 성서에 그려진 흑사병 환자

이런 패턴은 르네상스 시기와 근현대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영국은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1345~1500년 인구가 540만명에서 250만명으로 격감했다. 전염병이 잠잠해지자 노동수요가 빗발쳤다. 인구감소는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실질임금이 같은 기간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자 인구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인구증가는 다시 임금감소로 이어졌고, 불과 3세기 만에 인구와 임금 모두 흑사병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아일랜드 상황도 비슷했다. 아일랜드 인구는 감자 작황이 좋아지면서 1600년 140만명에서 1841년 820만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인구 증가에 따라 생활 수준은 낮아졌고, 전적으로 감자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경제 위험도는 높아졌다. 결국 대기근이 발생하자 1845~1849년 약 100만명이 굶주려 죽었고, 100만명 이상이 고국을 떠나 아메리카나 영국으로 이주했다.

변화는 산업혁명과 함께 발생했다. 통신, 무역, 농업 등의 분야뿐 아니라 교육 분야가 개선되면서 인적자본이 축적됐고,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 먹거리가 풍족해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인구가 급속히 증가했다. 지금까지 보여왔던 똑같은 역사 발전의 패턴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점이 달랐다. 19세기 후반이 되면서 선진국의 인구 증가율과 출산율이 가파르게 낮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자본이 증가하는 가운데 인구가 감소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부모가 자녀의 문해력, 기술, 건강에 투자를 집중했기 때문이다. 기술 진보에 따라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맞벌이하는 가정이 늘었고, 부모의 소득도 이에 따라 증가했다. 아이를 키울 시간적 여력이 없어진 부모들은 출산 횟수를 줄이고, 아들딸 구별 없이 소수의 아이에게 전폭적인 지원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고급 인력이 양산되면서 기술이 더욱 집약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제 세계 출산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인적자본 형성과 기술혁신이 가속화되는 '티핑포인트'(급변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는 "인류가 환경과 기후에 미치는 불리한 영향을 누그러뜨릴 수 있게 하며, 인류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서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다.

그는 "인류의 여정 밑바탕에 있는 거대한 힘이 계속 가차 없이 작동하는 가운데 교육과 관용, 그리고 더 높은 수준의 성평등이야말로 인류를 향후 몇십 년 또는 몇 세기 동안 번창하도록 하는 열쇠"라고 말한다.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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