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의 도넛 가게를 캄보디아 이민자들이 많이 차릴까
올해 서울대 지리학과와 정치외교학과의 인기가 동반 상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정학이 올해처럼 화두가 된 적이 없었고 학생들이 학생부 자소서에서 지정학을 거론하지 않은 경우를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정외과야 원래 서울대 빅 3 인기학과였지만 지리학과는 비인기학과였죠. 아무리 서울대라도 지리학과 나오면 뭐 하나? 지리교사 하나? 이런 식으로 걱정하시는 부모님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삼프로TV 최고 인기 출연진인 지구본 연구소 최준영 박사가 서울대 지리학과 출신이고 하버드대 부동산학 박사로 국내 최고의 부동산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학부는 서울대 지리학과를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리학과 나와서 부동산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하면 학부모들이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겠지만 꼭 부동산 때문이 아닙니다. 앞으로 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고 지리학과 자체만으로도 기업이든 연구소든 많은 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익에 도움이 됩니다. 영국이 전성기 시절 왕립과학협회에서 국가 차원에서 지리학에 후원한 것은 유명하죠. 우리는 이미 세계 10대 선진국이고 BTS 오징어 게임 기생충으로 이미 문화는 세계를 제패 중이거든요. 즉 세계의 땅과 바다가 우리 민족의 활동 무대가 될 상황이 조만간 오겠죠.
정말 올해는 지정학과 지리 책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그중에 한 권이 ‘지리의 이해’입니다. 지리 경제학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쓴 이윤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와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정년퇴직한 도경수 저자가 공저로 쓴 책이죠. 인간의 문화 그리고 심리가 지리 즉 땅과 얼마나 깊은 관계를 갖고 있는지 수많은 역사적 실례로서 증명한 책입니다.
지리는 특수성의 학문입니다. 보편성의 학문이 수학이라면 그 반대가 지리라고 할 수 있겠죠. 미국에서 통한다고 한국에서 통한다는 보장이 없고 뿌리가 같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고 같은 민족끼리 계속 결혼해도 수많은 세대가 지나면 서로 외모도 달라지는 이유도 바로 지리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지리는 다름의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 다름은 사례로서 증명되죠. 책에는 재미있는 수많은 사례들이 있는데 정말 흥미로운 통계가 있었습니다.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동양인들에게는 놀라운 차이가 있었는데요, 바로 인도인들은 모텔을, 중국인들은 식당을, 한국인들은 세탁소를, 베트남계는 네일 살롱을, 캄보디아계는 도넛 가게를 많이 차린다고 합니다. 중식당은 미국에서 이탈리아 식당을 제치고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식당입니다. 전 미국에 5만 게 정도 된다고 하네요. 세탁소는 90년대까지 뉴욕 세탁소 80%가 한국계가 오너라고 합니다. 모텔업은 50%가 인도계, 네일살롱은 43%가 베트남계, 미국 캘리포니아 도넛 가게의 80%가 캄보디아 이민자들이 세웠다고 합니다.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목표를 이룬 방법이 다양한 것은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당연할 수밖에 없는데 이토록 민족마다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중국인들은 같은 민족이 운영하는 중식당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을 겁니다. 미국에서 중식당은 역사가 오랩니다. 서부시대 때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량으로 동원됐고 그들을 위해 식당이 필요했으며 노동자 중 일부는 식당을 차렸죠. 식당에서 일한 중국인 직원들은 나중에 창업했겠죠. 이런 식으로 숫자를 늘려가서 지금처럼 중국인=중국식당 이런 공식이 되었겠지요. 한국인들이 세탁소를 많이 차린 이유는 일단 한식당은 한국인들 외에는 주로 찾는 시감이 없어 시장이 적었을 것이고 중식당은 화교들에게 밀리니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는데 미국의 옷 수선 가격은 매우 높습니다. 한국 사람의 뛰어난 손재주가 발휘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했죠. 인도인들이 모텔을 많이 세운 이유는 모텔을 운영하려면 청소 등 허드렛일을 할 수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필수적인데 가족 단위로 이민 와 일할 노동력이 많은 덕분에 저가로 시골 모텔을 인수해 가족끼리 경영을 시작한 것에서 유래합니다. 베트남인들은 75년 사이공 함락 후 보트 피플이 된 사정을 들은 한 여배우가 베트남인들에게 손톱 미용기술을 배우도록 시작한 데서 연유합니다. 캄보디아는 영화 킬링 필드의 폴 포트의 학살 후 많은 이민자들이 발생했는데 그 첫 이민지가 주유소에서 일하다 옆에 있는 도넛 가게를 인수해서 성공한 뒤 그 소문이 이민자 사회에서 급속히 퍼지면서 캄보디아 이민자들의 도넛 가게 창업이 줄을 이었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중국과 베트남 캄보디아는 경제 수준과 맞는 아메리칸드림의 성공 방정식이라고 말하는데요, 한국=세탁소, 인도=모텔은 영 이상하다고 합니다. 한국과 인도의 격차를 생각하면 그 반대가 정상이죠. 그 이유는 동업에 대한 태도 때문이라고 합니다. 세탁소는 자영업이지만 모텔업은 자본금이 꽤 필요해 동업자가 필요한 경우가 많죠. 인도인들은 동업에 대해서 한국인들에 비해 너그럽고 핵가족인 한국과 달리 대가족인 인도에서 동업을 할 사람을 발견하기 쉬웠을 것이라는 해석을 합니다. 우리는 사촌끼리도 잘 동업을 안 ㅜ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리학은 일반론보다 구체적인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케이스 스터디를 그 방법론으로 삼고 있는 경영학과 가장 가까운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문화심리학과 지리학과 역사학의 즐거운 결합이면서 상식을 글로벌하게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책으로 앞으로 고등학생에게 많이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북리뷰는 『슈퍼리치들에게 배우는 돈 공부』의 저자 신진상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출처: brunch.co.kr/@a39bae7e056f493)
캄보디아 이민자의 성공담 그리고 몰락 도넛 킹 이야기
"한국=세탁소," 전에 "한국 = 가발 가게 "
그때 가발은 거의다가 한국 사람이 경영했고 돈을 많이 벌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