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살아있음의 의미, 존엄한 삶의 마무리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0-21 09:56
조회
232

여러 해 전 임종환자의 얼굴 스냅사진과 글들을 모은 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마지막 사진 한 장]이라는 책입니다. 독일의 전문 사진작가와 저널리스트가 호스피스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23인의 환자들을 만난 기록입니다. 인생의 마침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마지막 사진과 함께 전해주고 있습니다. 글과 사진을 보면서 살아있음의 의미와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인의 생전 모습도 함께 실려 있었지요.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눈을 감으신 대부분의 사진들이 마치 잠자는 것처럼 평온한 모습이기도 했지만, 더러 생존해 있을 때보다 더 힘든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육신의 고통이었을까요? 마음의 고통 때문에 그랬을까요?

'죽음'이란 주제는 누구나 피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피한다고 피해질 수 있는 길이 아니지요. 죽음은 마치 생일날 케익 위에 켜진 많은 촛불이 후~ 한번에 꺼지듯 그렇게 꺼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 명예, 사랑, 미움, 꿈과 희망 등에 켜져 있던 불들이 그저 한 숨 들이쉬고 내쉬는 한 호흡에 꺼지고 말지요.

사는 동안에도 품위있게 살아야겠지만, 떠날 때도 품격있게 떠날 수 있어야겠지요. 이 책은 실제 임상에서 수없이 많은 임종환자들을 대하면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자제하고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존엄함을 잃지 않으며 평온하게 죽을 수는 없는가?" 에 대한 질문을 놓고 함께 생각해보자는 저자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책의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앞에 실린 '편집자의 말'이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을 유도합니다.

62세의 어머니를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으로 앞서 가시게 하면서 일어났던 상황을 담담하면서도 가슴저리게 그려가고 있습니다. 먼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깁니다. 내게도 나의 가족에게도 일어 날 수 있는 일이지요.

이 책의 키워드는 둘입니다. 종말기 환자에게 비용이 얼마나 들든지 할 수 있는데까지는 다해보자는 '연명치료'와 '재택치료' 또는 그 대안인 '호스피스 병동' 치료입니다. 이 책의 저자가 있는 일본과 한국에선 아직도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결국 우리 각자가 임종을 앞두고 미리 깊이 생각하고, 가족들과 충분한 협의와 함께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듭니다. 이 책의 지은이 나가오 카즈히로의 생각을 미리 알려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한국이나 일본은 유교문화권의 영향으로 효(孝)에 대한 의식이 높습니다. 종종 부모님께 최고의 의료 혜택을 받게 하고 싶다는 장남을 만납니다. 과연 무엇이 종말기 최고의 의료일까요? 대개는 풀코스 연명치료를 쉽게 떠올리겠지만, 실은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연명치료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종말을 맞을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이 최고의 효도인 것이지요. 이 사실을 자식 세대에 전하는 것도 이 책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도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요.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 해보는거야" 냉정하게 생각하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의료진의 역할이지요. 물론 문자 그대로 '최선을 다하는' 의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구요. 가족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은 경제적, 시간적인 것에 국한됩니다. 그리고 내심 표현은 안하지만, 주위 사람들한테 뒷 말을 듣기 싫은 마음도 있겠지요. "돈 아끼려고 저런다"는 말.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비몽사몽간에 겨우 하루에 몇 번 잠깐씩 가족들의 얼굴을 보게 되겠지요.

지은이 이야기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기왕에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마당이니까, 좀 더 확실하고 명료한 단어를 옮겨봅니다. '평온사', '자연사', '존엄사'입니다. 지은이는 이 세 단어를 동의어로 생각해도 좋다고 합니다. 한편 '안락사'는 불치와 말기인 환자들의 희망으로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처치를 말하기때문에 존엄사와 안락사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연명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연명치료에 집중하느라 완화치료는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많은 환자들이 평온과는 거리가 먼 상황에서 죽음을 맞는다."

책에는 평온사를 위한 10가지 조건이 실려 있습니다만, 제목만 열거해선 선뜻 이해가 안 될 부분이므로 생략하겠습니다. 국내 사정상 재택요양은 아직은 일본과 차이가 있습니다. 방문요양 같은 경우도 뇌졸중 후유증이나 치매 환자에만 치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요즘 국내에도 복지 분야 재정지원과 함께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거주지 주변에서 많이 시행되곤 있으나, 말기암 환자들은 아직도 병원에서 치료를 담당하는 형편입니다. 물론 병원에서 하는 치료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받아 들이면 곤란하겠지요. 그래서 차선책으로 호스피스 병동에 대한 관심도 미리 갖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책 말미엔 2012년 기준 전국 44곳에 위치해 있는 '보건복지부 호스피스 완화치료 지원 기관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의 편집부에서 유용한 정보를 실어줬다고 판단됩니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생각하는 것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이다."

막상 내 몸이 심각한 병에 걸리거나, 내 가족 내 부모가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병으로 진단 되었을 때는 차분하게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환자는 이미 판단력과 분별력이 상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총기(聰氣) 있을 때 죽음에 대한 생각을 미리 해두는 것이 곧 평안한 삶, 지혜로운 삶이라는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현실적인 죽음'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지은이가 사례로 든 수많은 환자들 중(주로 재택 치료로 임종을 맞이한 환자)딱 한 분을 소개하고 싶군요.  그 이유는 굳이 설명 안하겠습니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서재에 틀어박혀 오로지 책만 읽었던 말기암 환자가 있었다. 곧 죽을 텐데 이제 와서 독서가 다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은 큰 잘못이다. 마지막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야말로 진정한 존엄이 아닐까?"

7lxrVN-mjO1xW14c0fLCzkr8tcc

[도서]평온한 죽음
나가오 카즈히로 저/유은정 역
한문화 | 2013년 04월





이 북리뷰는 칼럼니스트 쎄인트의 책 이야기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brunch.co.kr/@saint0565)

케이시애틀에 올라온 쎄인트의 책 이야기 북리뷰를 더 보고 싶다면: (클릭)
전체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25

메를르 퐁테의 애매성 철학에 대한 비판적 해석

KReporter3 | 2022.10.24 | 추천 0 | 조회 173
KReporter3 2022.10.24 0 173
24

새로운 과학기술 사회를 꿈꾼다

KReporter3 | 2022.10.24 | 추천 0 | 조회 188
KReporter3 2022.10.24 0 188
23

살아있음의 의미, 존엄한 삶의 마무리

KReporter3 | 2022.10.21 | 추천 0 | 조회 232
KReporter3 2022.10.21 0 232
22

나의 직업은 군인입니다 | ~ 답다는 것

KReporter3 | 2022.10.20 | 추천 0 | 조회 283
KReporter3 2022.10.20 0 283
21

왜 우리에게 지리학이 필요할까?

KReporter3 | 2022.10.19 | 추천 0 | 조회 200
KReporter3 2022.10.19 0 200
20

성공을 부르는 창업노트

KReporter3 | 2022.10.18 | 추천 0 | 조회 183
KReporter3 2022.10.18 0 183
19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KReporter3 | 2022.10.12 | 추천 1 | 조회 280
KReporter3 2022.10.12 1 280
18

역사 속 아픈 기억을 소환하는 이유.. | 소설 『파친코』

KReporter3 | 2022.10.10 | 추천 0 | 조회 206
KReporter3 2022.10.10 0 206
17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

KReporter3 | 2022.10.04 | 추천 0 | 조회 271
KReporter3 2022.10.04 0 271
16

엄마, 저리가!

KReporter3 | 2022.09.22 | 추천 0 | 조회 183
KReporter3 2022.09.22 0 183
15

세상을 담기에 충분히 짧은 단편집 세 권의 북 리뷰

KReporter3 | 2022.09.21 | 추천 0 | 조회 147
KReporter3 2022.09.21 0 147
14

왜 누구는 부자로, 누구는 빈자로 사는가?

KReporter3 | 2022.09.19 | 추천 0 | 조회 158
KReporter3 2022.09.19 0 158
13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KReporter3 | 2022.09.16 | 추천 0 | 조회 150
KReporter3 2022.09.16 0 150
12

무심한 듯 씩씩하게

KReporter3 | 2022.09.13 | 추천 0 | 조회 165
KReporter3 2022.09.13 0 165
11

하얼빈, 인간 안중근을 들여다보다

KReporter3 | 2022.09.12 | 추천 0 | 조회 180
KReporter3 2022.09.12 0 180
10

나는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을까? (1)

KReporter3 | 2022.09.07 | 추천 0 | 조회 337
KReporter3 2022.09.07 0 337
9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KReporter3 | 2022.09.03 | 추천 0 | 조회 308
KReporter3 2022.09.03 0 308
8

왜 미국의 도넛 가게를 캄보디아 이민자들이 많이 차릴까 (2)

KReporter3 | 2022.09.01 | 추천 0 | 조회 566
KReporter3 2022.09.01 0 566
7

미국 초등학교 킨더 선생님이 주신 책

KReporter3 | 2022.09.01 | 추천 0 | 조회 179
KReporter3 2022.09.01 0 179
6

과연 고스톱 쳐서 대통령이 된 건 아니군요 | 도널드 트럼프, 『거래의 기술』를 읽고 (2)

KReporter3 | 2022.08.29 | 추천 0 | 조회 215
KReporter3 2022.08.29 0 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