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인간 안중근을 들여다보다
김훈 작가의 신작 역사소설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거의 동시에 황현필 선생이 <하얼빈>을 추천하는 영상을 보았다. 게다가 예전에 <칼의 노래>를 읽었을 당시의 감동이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에 <하얼빈>을 바로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하얼빈>은 <칼의 노래>보다 두께가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맘먹고 읽으면 하루 이틀이면 읽겠다 싶었다. 좋은 책이란 읽고 나서 독자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하게 만드는 책이라 생각하는데 내게 이 책이 딱 그랬다. 반은 안중근에 대해서 나머지 반은 나에 대해서...
나는 안중근을 민족의 영웅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왔다. 그가 국권을 침탈했던 일본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를 하얼빈 역에서 권총으로 저격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은 딱 여기까지였는데 이 책을 통해서 영웅 안중근이 아닌 인간 안중근을 만나게 되었다.
나라를 빼앗긴 백성의 고뇌와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해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도마라는 세례명을 가진 천주교 신자였던 그가 비록 대의를 위한다고 하지만 기독교에서 금지했던 살인을 결심했을 때는 심정적으로 괴로움이 컸을 것이며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하면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중근은 강한 의지로 모든 것이 이겨냈다. 그가 정말 대단했던 것은 안중근은 감옥에 있는 시간 동안 마냥 죽음만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동양평화론> 등의 책을 집필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몇몇 유묵을 남겼다.
당시 뤼순 감옥에 묻혔던 그의 유해를 아직까지 찾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그의 유언대로 그의 유해가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