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아이 ‘명문대’ 보낸 보통엄마 김종선씨
일반
일반
작성자
지은
작성일
2007-01-14 00:09
조회
3391
» 과외 한 번 하지 않고 5남매 모두 명문대를 나왔거나 다니는 김종선씨 가족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넷째 은경씨, 첫째 현경씨, 둘째 희경씨, 막내 형석군, 아버지 곽병운씨, 어머니 김종선씨, 다섯째 미경씨.
정말 대단한 엄마입니다. 배울점이 많구요...
“백과사전 끼고 살며 아이들 궁금증에 답했죠”
곽병운(63), 김종선(59)씨 부부의 첫째 딸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강남의 한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둘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통과한 뒤 국내 굴지의 로펌에 다닌다. 셋째는 서울대 약대를 나와서 종합병원 약사로 일하고 있고, 넷째는 한양대 수학과에 다니고 있다. 막내딸은 연세대 의대에 재학중이다. 늦둥이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인데, 모의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몇 차례나 차지했다.
도대체 어떤 집안일까 싶다. 자식 하나 서울대 보내기도 어려운 마당에 5남매를 모두 명문대에 보내다니…. 하지만 아무리 이리저리 뜯어봐도 특별한 집안은 아니다. 일단 요즘 서울대 합격을 많이 시킨다는 강남이나 목동에 살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방배동에 살고 있지만, 애초 대구 변두리에서 오래 살았고 둘째가 서울 예원중에 입학한 뒤 강북 쪽으로 이사와 거기서 죽 살았다. 돈이 있는 집도 아니다. 아버지는 동업으로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고, 어머니는 전업주부다. 과일을 사오면 1인당 2개씩만 먹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살림 형편이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어느 누구 하나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켜본 적이 없다. 심지어 첫째가 1년 동안 유치원에 다닌 것 말고는 누구도 유치원 문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살림 궁핍해도 넓은 마당서 “다시 안 올 시간 행복하도록”
특기교육도 놀이로 전부 해결, 답 찾기는 아이몫…복습이 비결
■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와 함께 성장했다
엄마 김종선씨는 “애초부터 아이들을 키우는 특별한 목표를 정한 적은 없다”고 했다. 대신 아이가 자라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맘놓고 뛰어놀게 하는 것을 가장 기본적인 철학으로 삼았다. 대구에서 살 적에 살림은 궁핍했지만 마당이 넓은 집을 선택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의 집 마당에는 늘 동네 아이들이 몰려들어 같이 놀았다. 동요를 부르며 고무줄놀이도 하고 줄넘기도 하고, 탁구도 치고, 숨박꼭질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고. 놀다 지치면 두 사람씩 네 사람이 마주앉아 탈 수 있는 그네에 앉아 놀기도 했다.
미술, 음악 등 기본적인 특기 교육도 놀이로 해결했다. 달력이나 크레파스는 늘 방에 둬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맘껏 그리게 했다. 아이들은 집안 구석구석을 도화지 삼아 낙서를 했다. 그 때문에 전세집을 나올 때 도배값을 물어준 적도 있었다. 또 아이들이 있을 땐 늘 동요나 클래식 테이프를 틀어줬다. 그리고 아이들과 동요를 같이 듣고 따라 부르고, 춤을 췄다. 김씨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귀중한 시간인데, 행복하게 보내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 아이들의 행동과 말에 언제나 눈과 귀를 열어 두라
김씨는 그러면서 아이들이 놀든 공부하든 잠자든 항상 아이들의 행동에 눈과 귀를 열어놓고 어떤 경우에도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아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면 열 일 제쳐두고 아이들의 물음에 답한 뒤 자신의 일을 했다.
백과사전을 옆에 끼고 산 것은 그 때문이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땐 백과사전을 뒤적여 대답을 찾았다. 지금도 그의 집에는 시커멓게 손 때 묻은 컬러학습대백과, 학생대백과, 새생활대백과, 두산대백과 등이 집 거실장 한 가운데 꽂혀 있다. 김씨는 “내가 수시로 백과사전을 보니까 아이들도 궁금하거나 모르는 게 생기면 참고서를 보기보다는 백과사전을 뒤적이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식탁에서 공부를 하게 한 것도 아이들과의 즉각적인 상호작용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둘째 희경(31)씨는 “학교에 갔다 오면 식탁 위에 오손도손 앉아 같이 숙제를 하고 공부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엄마는 우리가 숙제나 공부를 하다가 어렵거나 모르는 걸 물으면 즉각 설거지하던 고무장갑을 벗어 던지고 달려와 설명을 해줬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초등 4학년까지는 식탁이 최고의 공부방”이라고 말했다.
■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가 결국엔 성공한다
김씨 부부는 어떤 일이든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조급한 마음에 부모가 미리 해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해가 된다고 본 것이다. 예컨대 문제집을 풀다가 질문을 하면 개념을 충분히 설명한 뒤 교과서 몇 쪽에 관련 내용이 있는지 알려줬다. 답 찾기는 항상 아이들 몫이었다. 막내가 피시방을 상습적으로 드나들며 게임에 빠져 있을 때도 그는 따끔하게 혼을 내되 스스로 정리를 하도록 참고 기다렸다. 아이는 한달여만에 피시방을 끊었다.
학원도 절대로 보내지 않았다. 그럴 형편도 못됐지만,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 장애가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두 개만 다닌다고 해도 집에 와서 숙제 하고 자기 공부할 시간이 부족할 게 뻔하다”고 했다. 대신 교과서와 백과사전을 애용하도록 유도했다. 어차피 시험이라는 게 학교에서 배운 게 나오는데, 교과서를 완벽히 다 이해하면 100점을 맞지 않겠느냐는 게 김씨의 논리다.
김씨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를 원한다면 우선 교과서 안의 내용을 확실히 다 알게 하라”며 “그런 다음 적당한 문제집 한 권을 선택해서 점검해 보고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다시 가르쳐주면 틀림없이 90점 이상은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복습이 선행학습보다 100배 낫다
김씨가 보기에 학교 공부는 예습과 복습의 반복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선행학습을 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김씨는 “늘 새로운 것을 배운다고 해서 그게 다 흡수되는 게 아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라는 말이 있듯이 배운 것은 익히고 또 익혀야 자기 것이 된다”고 했다. 반복 학습을 통해서 확실히 알아갈 때 공부가 재미있어지고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그의 아이들은 학교 진도 이상으로 앞서 나가본 적이 없다. 대신 그 때까지 배운 것은 최대한 소화할 수 있도록 교과서를 통해서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김씨 부부는 최근 자신들의 자녀교육 경험을 모아 <방배동 김 선생의 공부가 희망이다>(이다미디어)라는 책으로 펴냈다.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 kseattl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1-22 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