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정보

질병도 '화성男·금성女'…"성차의학은 맞춤치료 가는 길"

작성자
KReporter
작성일
2023-05-04 13:01
조회
373

"남녀 차이 몰이해로 심각한 부작용도…의학 교육과정에 성차의학 편성해야"




남과 여 (PG)

남과 여 (PG)

[양온하 제작] 일러스트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쯤, 연애 좀 해보겠다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다. 관계 상담 전문가인 존 그레이 박사가 펴낸 이 책은 오랜 세월 동안 남녀 심리학에 기반한 연애의 바이블로 여겨졌다. 그레이 박사는 남녀를 화성인과 금성인에 빗대며, 서로의 타고난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마음이 힘들어지면 남자는 동굴에 들어가고 여자는 우물에 들어간다'는 표현은 남녀 간의 다름을 잘 보여주는 명문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요즘 의학계에서도 '화성남(男)·금성녀(女)'가 화두다. 남녀 간의 근본적인 차이가 큰 만큼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도 이런 부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자들은 이를 '성차의학'(sex specific medicine)이라는 학문 영역으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이런 성차의학은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 속에서도 대부분의 질환에 대한 연구가 남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데서 출발했다.

 



성차의학

성차의학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성차의학연구소장 제공]

 




성차의학 권위자인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성차의학연구소장(소화기내과 교수)은 "그동안 의학계에서는 구체적인 발병 메커니즘이나 치료에 있어 키 170㎝, 몸무게 65㎏의 성인 남성을 표준치로 제시해 왔다"면서 "아마도 1900년도까지 의학자의 대부분이 남자였기에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시야의 협소성에서 이런 관점이 유래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의학 연구는 여성 환자에 대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임신부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킨 약물이 뒤늦게 시장에서 퇴출당한 '탈리도마이드 비극'은 대표적인 사례다.

탈리도마이드는 원래 진정 수면제로 개발됐다가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에는 임산부의 입덧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하지만 이 약물을 복용한 임신부에서 팔다리가 결손되는 등의 기형아 출산이 잇따르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김 소장은 "유럽에서는 임신부들이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이후 불과 2년 만에 8천명 이상의 기형아가 태어났다"면서 "약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성별 차이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비극"이라고 말했다.

불면증 환자에게 널리 처방되는 수면제 '졸피뎀'도 성차의학이 고려되지 않아 문제를 유발한 약물로 꼽힌다. 미국에서 졸피뎀 복용 후 교통사고가 늘어 조사해보니 유독 여성 운전자와의 연관성이 확인된 것이다.

이후 연구에서 졸피뎀의 약물 농도가 전반적으로 여성에서 30∼40% 정도 높고, 복용 후 4시간이 지나 운전해도 차량이 흔들리는 정도가 심하다는 점 등의 부작용이 밝혀지면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여성의 졸피뎀 복용에 대해 용량 감량을 권고하는 경고문을 넣도록 조치했다.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신약 개발은 환자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2000년 캐나다에선 폭식증에 따른 위 불편감으로 '시사프라이드'라는 위장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15세 여성이 심장마비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이 약은 심장박동 간격을 더욱 길게 하는 뜻밖의 부작용으로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돼 결국 시장에서 강제 퇴출됐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성차의학연구소장 제공]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성차의학연구소장 제공]




최근에는 남녀간 질병 발생과 양상의 차이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의 관상동맥질환이다. 근육이 괴사하거나 혈관이 좁아져 심장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이다.

과거에 이 질환은 남녀 간 발생 양상이나 경과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대규모의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남성과 여성 간 차이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남성의 경우는 좁아진 동맥의 파열이 관상동맥질환을 일으키는 주원인이지만, 여성은 혈관에 미세한 염증(미란)으로 인한 결손이 생기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 및 심혈관질환 발생에도 남녀 간 차이가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고대의료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 3가지 이상의 고혈압 약제를 복용해도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심근경색 발생률이 남성에서 여성보다 1.87배 높고, 심부전 입원율도 1.4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주형준 교수는 "앞으로 성별 차이에 맞는 치료법을 개발한다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및 심혈관질환을 조기에 선별하고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의학계에서는 성차의학이 개인별 맞춤의학(정밀의학)과 접목되는 만큼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석진 인제대 의과대학 학장(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협회 교육이사)은 "성차의학의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기본 의학 교육과정에 적절하게 녹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성차의학을 독립적인 학문 영역으로 진행하기보다는 모든 임상 분야에서 성차의학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통합적으로 교육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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