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뉴스

총선 앞두고 설 밥상서 싸움날라…"안 가고 불효자 될래요"

사회
작성자
KReporter
작성일
2024-02-09 07:37
조회
84

세대·성별 등 정치성향 간극에 '정치 양극화'가 기름 부어

전문가 "양극화 심각해 타협 어렵지만…비난·강압 없어야"

 

부자간 세대갈등(PG)부자간 세대갈등(PG)

[제작 이태호] 일러스트

 


수도권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A(23)씨는 올해 설 연휴를 가족과 보낼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총선이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가 화두에 오를 게 불 보듯 뻔해서다.

A씨는 "지난 대선 때 가족들이 특정 정당의 후보를 뽑으라고 강요해 크게 싸운 적이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또 불편한 의견 충돌이 일어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둔 명절이면 정치인들은 밥상머리에 올릴 유리한 이슈를 찾느라 고민이지만 정작 밥상에 오른 정치 이슈가 난데없는 언쟁으로 비화하면서 명절 분위기를 망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20∼40대 성인남녀 114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13.2%는 명절 갈등 유발 소재로 '정치적 견해'를 꼽은 바 있다.

8명 중 1명 꼴로는 구성원 사이에 지지 정당이 다르거나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 가족의 갈등 요인이 된다고 응답한 것이다.

견해차를 좁히기 어려운 소모적인 논쟁이 불편해 아예 가족 모임을 피하는 경우도 있다.

30대 직장인 천모씨는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모가 어느 순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면 무조건 비판하기 시작했다. 정치 관련 유튜브를 자주 본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며 "관련된 이야기를 안 하면 되는데, 뉴스를 볼 때는 물론 가족들과 밥을 먹으러 갈 때도 특정 정당 욕을 끊임없이 한다"고 토로했다.

천씨는 "계속 듣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게 되고 트러블이 생긴다. 특히 올해는 총선도 있는 만큼 이번 설에는 선약을 핑계로 친척 모임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차라리 불효자가 되는 게 정신 건강에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가정주부 김모(65) 씨는 몇 년째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 그는 "지방에 사는 친척들과 만나면 온종일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갈등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때로는 친척들이 서울 지역에 출마한 특정 정당의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문자 메시지까지 보내 피로감을 느낀다"면서 이번 연휴도 직계가족과 서울에서 조용히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명절에 모인 가족들 (CG)명절에 모인 가족들 (CG)

[연합뉴스TV 제공]

 

다양한 세대가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서로 정치적 견해가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앙대 박희봉 교수가 지난해 한국공공관리학보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22년 6월 서울시장 선거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당 후보 지지도는 60대 이상에서 가장 높았고, 40∼50대에서 가장 낮았다. 20∼30대의 선호도는 이들의 중간 정도였다.

정책 선호도에서도 연령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40∼50대는 북한우호정책과 복지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60대 이상의 연령층은 안보정책과 시장경제정책을 선호했다. 20∼30대는 복지 정책에 대해 가장 비우호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더해 지역과 성별에 따라서도 정치성향이 나뉘면서 가족 구성원 간 의견 간극은 더욱 벌어지는 모양새다. 지역주의는 상대적으로 옅어지고 있지만 성별 간 차이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2022년 6월 지방선거 이튿날 지상파 3사가 발표한 연령대별 지지 정당을 보면 20대 이하 남성의 65.1%가 국민의힘 후보를, 20대 이하 여성 66.8%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0대에서도 남성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58.2%, 30대 여성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56%로 각각 과반을 넘겼다.

문제는 정치 양극화가 점점 심화하면서 정치권의 극한 대립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 시민들 역시 서로 다른 정치적 의견을 인정하거나 타협하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치 이슈로 시작된 대화가 말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마저 결국 얼굴을 붉히고 마는 사례가 속출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양극화가 심각해서 대화와 토론을 한다고 해도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타협점을 찾을 수 없다"며 명절 연휴 정치와 관련된 주제는 최대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은 "서로 다른 시각과 의견을 충분히 나누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한 가족이 같은 당을 지지하거나 같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태도를 강요하거나 지나치게 비난조로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로의 논리를 수용할 수 없더라도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존중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전체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560

20대 부부의 일곱째…서울 중구 '출산지원금 1천만원' 첫 주인공

KReporter | 2024.02.22 | 추천 0 | 조회 101
KReporter 2024.02.22 0 101
559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행해도 되나"…막말 쏟아진 의사 집회

KReporter | 2024.02.22 | 추천 0 | 조회 88
KReporter 2024.02.22 0 88
558

정부 '구속' 엄포에도 전공의 4명중 3명 사직…커지는 의료공백

KReporter | 2024.02.22 | 추천 0 | 조회 75
KReporter 2024.02.22 0 75
557

전공의 사직 이어 의대생 46% 휴학신청…'학사운영 차질' 불가피

KReporter | 2024.02.21 | 추천 0 | 조회 89
KReporter 2024.02.21 0 89
556

'테라·루나' 권도형 측근 한창준 구속기소…"536억 부당이익"

KReporter | 2024.02.21 | 추천 0 | 조회 79
KReporter 2024.02.21 0 79
555

서이초 교사 순직 최종심의 끝…유족 "사망 책임, 사회에도"

KReporter | 2024.02.21 | 추천 0 | 조회 79
KReporter 2024.02.21 0 79
554

차에 치인 뒤 뒤따르던 차에 8㎞ 끌려간 50대 숨져

KReporter | 2024.02.20 | 추천 0 | 조회 86
KReporter 2024.02.20 0 86
553

"젊은데 일 안해" 훈계했다가 뺨 맞자 흉기로 찔러…징역 5년

KReporter | 2024.02.20 | 추천 0 | 조회 81
KReporter 2024.02.20 0 81
552

입원일 밀리고 원정 진료…"앞으로가 더 걱정" 파업 장기화 우려

KReporter | 2024.02.20 | 추천 0 | 조회 65
KReporter 2024.02.20 0 65
551

LPGA 박세리 챔피언십 여는 박세리 "역사에 남는 대회 만들겠다"

KReporter | 2024.02.19 | 추천 0 | 조회 121
KReporter 2024.02.19 0 121
550

전공의 수천명 집단사직…정부는 의협 집행부 '면허정지' 맞불

KReporter | 2024.02.19 | 추천 0 | 조회 63
KReporter 2024.02.19 0 63
549

인천서 "현금 10억 절도 당했다" 112 신고…용의자 추적

KReporter | 2024.02.19 | 추천 0 | 조회 78
KReporter 2024.02.19 0 78
548

검찰, '30억대 투자사기' 전청조 징역 12년에 항소

KReporter | 2024.02.16 | 추천 0 | 조회 85
KReporter 2024.02.16 0 85
547

9명 출산 中 30대부부 "띠별로 아이 가질것"…남편 '7조원 거부'

KReporter | 2024.02.16 | 추천 0 | 조회 130
KReporter 2024.02.16 0 130
546

"가족과 보기에 민망" 논란 경주 보문단지 남녀 나체조각상 철거

KReporter | 2024.02.16 | 추천 0 | 조회 164
KReporter 2024.02.16 0 164
545

자산가 행세는 기본, 교제 빌미로 돈 뜯는 '로맨스 스캠' 주의보

KReporter | 2024.02.15 | 추천 0 | 조회 102
KReporter 2024.02.15 0 102
544

이런 황당한 실수가…시립화장장서 2명 유골가루 뒤섞여

KReporter | 2024.02.15 | 추천 0 | 조회 78
KReporter 2024.02.15 0 78
543

말다툼 중 회사 동료 흉기로 찌른 20대 여성 체포돼

KReporter | 2024.02.15 | 추천 0 | 조회 85
KReporter 2024.02.15 0 85
542

'30억대 투자사기' 전청조 징역12년…"소설 뛰어넘은 막장현실"

KReporter | 2024.02.14 | 추천 0 | 조회 102
KReporter 2024.02.14 0 102
541

"'좀비 마약' 펜타닐,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KReporter | 2024.02.14 | 추천 0 | 조회 89
KReporter 2024.02.14 0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