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고민'…아기 4명 양육 외면한 지적장애 여성에 실형
사회
작성자
KReporter
작성일
2023-01-17 00:50
조회
365
양형 수위는 구형 보다 낮춰 "아기들 위해 한 번 더 기회"
젖병
[촬영 이충원]
"엄마, 하루만 아기 좀 봐주세요."
광주에 사는 A(28)씨는 2021년 8월 21일 넷째 아들을 출산했다.
아기와 엄마 모두 축복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었지만, 홀로 네 아이를 맡은 A씨의 얼굴은 어두웠다.
앞서 낳은 아이들의 생부와 넷째 아이의 생부 모두 양육에 아무런 경제적·정신적 도움을 주지 않았고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오래전 지적장애 진단을 받은 A씨는 별다른 직업을 갖지 못한 채 월 80만원 안팎의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지해 어렵게 생활해왔다.
때때로 홀로 자신을 키운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부탁했지만 어머니 역시 형편이 좋지 않았다.
A씨는 자녀 3명을 방임한 죄로 법원에서 2021년 11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그 사이 넷째 아기를 돌보는 일을 또 소홀히 했다.
아기에게 BCG 1차 예방접종만 한 뒤 B형 간염, 파상풍, 백일해, 폐렴구균, 인플루엔자 등 다른 필수 예방접종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아기가 생후 20일도 안 된 2021년 9월 초 친정어머니에게 "하루만 봐달라"고 아기를 맡긴 뒤 한 달간 가출했다.
어머니가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입양을 보내라"며 외면했다.
우리 사회는 어려운 처지의 임신부를 미혼모자 시설에서 임시 보호한다.
출산 후에는 주민센터와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을 통해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저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고, 양육비 청구에 대한 도움도 받을 수 있지만 A씨는 이를 몰라 그저 회피했다.
광주지방법원 전경
[촬영 장아름]
결국 A씨는 또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번에는 실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아동유기·방임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검찰은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광주지법 형사2단독 박민우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가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 중인 자녀들에게 너무 늦지 않게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살기를 희망하고 A씨가 고용지원 서비스 등을 통해 자립 능력을 갖추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위원회의 심사와 원가정 복구 프로그램을 거쳐 다시 함께 살 수 있다.
박 부장판사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아동복지법 규정을 언급했다.
"A씨는 누구보다 피해 아동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무책임한 행위를 했다"면서도 "그러나 친부가 떠나고 혼자인 상황에서 A씨를 무조건 비난만 할 수는 없다"고 고민의 지점을 표했다.
또 "피해자에게는 하나뿐인 엄마에게 무거운 형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피해자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능성이 작더라도 교정을 통해 A씨가 출소 후 애정과 관심으로 아이들을 돌볼 것이라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하루빨리 엄마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