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 행세는 기본, 교제 빌미로 돈 뜯는 '로맨스 스캠' 주의보
작년 신고건수·피해액 급증…얼굴 합성 딥페이크 활용 등 수법 점차 진화
경찰 "금전 요구 시 범죄 의심 습관들이고 상대방 신원 재확인 노력 필요"
로맨스 스캠(PG)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산가 행세를 하며 이성에게 접근한 뒤 돈을 뜯어내는 일명 '로맨스 스캠'이 늘면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원 111센터에 접수된 로맨스 스캠 신고 건수는 126건으로 2020년 37건과 비교해 약 3.4배 증가했다.
피해액도 지난해 55억1천200만원을 기록해 2020년(3억2천만원)보다 약 17배나 급증했다.
로맨스 스캠은 SNS로 피해자들과 친밀감을 쌓은 뒤 연인 관계인 것처럼 가장해 돈을 받아 챙기는 국제 범죄다.
주로 자산가를 행세하며 이성의 연애 감정을 이용해 돈을 뺏는 것이 특징이다.
경남 김해에 사는 A씨도 자신을 100억대 자산을 가진 외국 항공사 기장이라고 속인 50대 B씨에게 홀린 듯 범행에 속아 넘어갔다.
B씨는 해외 발신 번호로 A씨에게 연락하거나 국내 공항에 나타나 A씨를 만나며 자기 신분을 철저히 속였다.
해외에 있는 돈을 A씨에게 주겠다며 해외 은행에서 발송한 것처럼 조작된 '자금 이체 예정'이라는 영문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A씨가 받은 번호는 모두 국제번호로 전화나 문자가 가도록 하는 전화번호 변작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것이었다.
B씨는 이후 "모든 자산이 미국에 있는데 이민 정책으로 자산이 동결됐다"며 현금을 빌려주면 원금과 이자까지 주겠다며 A씨를 속였다.
이를 믿은 A씨는 약 4억원을 뜯기고 말았다.
B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A씨를 포함해 총 4명에게서 9억7천만원을 받아 챙겼다가 최근 창원지법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예멘에 파견된 유엔 소속 의사를 사칭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17명의 피해자로부터 6억6천만원을 뜯어낸 범죄에 가담한 피해금 전달책이 징역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들 조직은 피해자들에게 한국에서 같이 살자며 한국에 보낸 소포 택배 요금과 세금을 대신 내달라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최근에는 수법도 진화하고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에 따르면 가상화폐에 투자를 유도하거나 특정 인물을 합성한 딥페이크를 활용해 영상통화를 하며 상대를 속이는 경우도 있다.
이에 경찰은 로맨스 스캠 등 '민생 침해 신종 사기 범죄 근절'을 올해 주요 정책 추진 계획으로 정하고 첩보 활동 등을 강화하고 나섰다.
최치훈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로맨스 스캠은 이성의 호감과 심리를 이용해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파고드는 경우가 많아 범행에 당하기 쉬운 측면이 있다"며 "금전을 요구할 때는 범죄를 의심하는 습관을 들이고 상대방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들을 재확인하는 등의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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