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뉴스

손자 잃은 '급발진 의심 사고' 할머니 조사…"부실 조사로 누명"

사회
작성자
KReporter
작성일
2023-03-20 07:23
조회
531

변호인 "소프트웨어 빼고 하드웨어만 검사…사실·기록 간 모순"

"전국 탄원서 7천200부 제출…소비자 대변하는 법으로 개정돼야"

경찰서 나서는 급발진 의심 사고 할머니

경찰서 나서는 급발진 의심 사고 할머니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20일 첫 경찰조사를 마치고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2023.3.20 yoo21@yna.co.kr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첫 경찰조사를 받았다.

할머니 A(68)씨와 그의 아들, A씨의 변호와 급발진 사고 민사소송 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사고 이후 세 달여 만인 20일 오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강릉경찰서를 찾았다.

경찰 조사에 들어가기 전 하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반드시 해야 할 소프트웨어 결함은 분석하지 않고 하드웨어만 검사하는 부실 조사를 통해서 할머니에게 누명을 씌우고, 자동차 제조사에는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급발진 사고는 자동차의 주 컴퓨터인,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의 결함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국과수에서는 이를 전혀 분석하지 않고, 사고기록장치(EDR)만 분석했다"며 "다시 소프트웨어를 분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ECU가 오작동해 가속 명령을 내리게 되면 하부에 연결된 EDR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음에도 '전혀 밟지 않은 것'으로 잘못 기록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 변호사는 사고 5초 전 차량의 속도가 110㎞인 상태에서 분당 회전수(RPM)가 5천500까지 올랐으나 속도가 거의 증가하지 않은 사실과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국과수의 EDR 검사 결과가 모순되는 점을 들어 급발진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정상적인 급가속과 급발진의 엔진 소리가 다르다는 자동차 학계의 논문, 미국에서 실시한 인체 공학적 분석 결과에 의하면 가속 페달을 잘못 밟는 '페달 오조작' 사례는 7천여 회 중에 단 2회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변호인 의견서에 포함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사고 당시 모습

지난해 12월 사고 당시 모습

[강릉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특이점으로 사고 전 '전방 추돌 경고'가 울렸음에도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꼽으며 이를 검사하지 않은 국과수의 검사 결과를 부정했다.

A씨의 아들이자 숨진 아동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다시 기억해내야 할 끔찍한 아픔과 기억, 고통의 아픔이 이번 조사 한 번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며 "전국에서 보내온 처벌불원 탄원서 7천296부를 경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가 기존의 사례들처럼 운전자 과실로 끝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머니는 죄가 없다는 것"이라며 "급발진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끊임없이 제조사와 싸우는 힘 없는 소비자들을 대변해서 관련법이 꼭 개정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A씨 가족이 작성한 대국민 호소문

A씨 가족이 작성한 대국민 호소문

[A씨 가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조사는 약 2시간 동안 이뤄졌다.

하 변호사는 조사가 끝난 뒤 "국과수 조사 결과 차량 급발진 전 앞서가던 모닝 승용차를 추돌하기 전에 A씨가 변속레버를 주행(D)에서 중립(N)으로 바꿨다고 분석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A씨가 변속레버를 바꾼 적이 없기 때문에 납득할 수 없으며, 이는 잘못된 분석이라는 의견을 밝혔다"며 "국과수에서 AEB가 작동하지 않은 것에 궁색한 변명을 찾으려고 인위적인 가설을 내세운듯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경찰에 사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으며, 이날 조사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A씨가 손자를 태우고 운전한 SUV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12살 손자가 숨졌다.

A씨가 크게 다쳤음에도 형사 입건되고 급발진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A씨 가족이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5만 명이 동의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을 위해 나서는 등 A씨 가족을 돕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급발진 의심 사고' 할머니 경찰 출석

'급발진 의심 사고' 할머니 경찰 출석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20일 첫 경찰조사를 위해 아들,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고 있다. 2023.3.20 yoo21@yna.co.kr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전체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675

New 정부, 내년도 모든 의대에 증원분 50~100% 자율모집 허용

KReporter | 09:52 | 추천 0 | 조회 13
KReporter 09:52 0 13
674

New "부모 죽여줘" 청부살인 의뢰한 10대…그 돈만 챙긴 사기범

KReporter | 09:51 | 추천 0 | 조회 14
KReporter 09:51 0 14
673

"의대정원 절반까지 줄여 모집 허용" 국립대 총장 제안 해법될까

KReporter | 2024.04.18 | 추천 0 | 조회 19
KReporter 2024.04.18 0 19
672

파주 4명 사망사건 남성들 '빚 있었다'…'죽일까' '그래' 대화

KReporter | 2024.04.18 | 추천 0 | 조회 27
KReporter 2024.04.18 0 27
671

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 사고…같은 장소·차량으로 재연 시험

KReporter | 2024.04.18 | 추천 0 | 조회 23
KReporter 2024.04.18 0 23
670

"'17%' 양육비 회수율, 학자금 대출처럼 국세청 위탁징수해야"

KReporter | 2024.04.17 | 추천 0 | 조회 22
KReporter 2024.04.17 0 22
669

552만 한국인 무슬림 유튜버 "인천에 대형 무슬림 사원 짓겠다"

KReporter | 2024.04.17 | 추천 0 | 조회 22
KReporter 2024.04.17 0 22
668

출근길 한강대교 고공시위 50대 5시간만에 내려와…경찰 체포

KReporter | 2024.04.17 | 추천 0 | 조회 20
KReporter 2024.04.17 0 20
667

아내와 불륜관계 여성 살해하려 한 30대 징역 2년6개월 확정

KReporter | 2024.04.16 | 추천 0 | 조회 38
KReporter 2024.04.16 0 38
666

람보르기니 주차하다 시비 붙자 흉기…30대 운전자 징역 2년

KReporter | 2024.04.16 | 추천 0 | 조회 24
KReporter 2024.04.16 0 24
665

"잊지 않겠습니다"…세월호 기억공간에 시민 1천명 추모행렬

KReporter | 2024.04.16 | 추천 0 | 조회 23
KReporter 2024.04.16 0 23
664

파주 4명 사망사건, '사람기절' 검색…"돈 노리고 여성들 유인"

KReporter | 2024.04.15 | 추천 0 | 조회 32
KReporter 2024.04.15 0 32
663

"경쟁 조직에 지지 않는다" 종합격투기 수련까지 한 MZ조폭들

KReporter | 2024.04.15 | 추천 0 | 조회 21
KReporter 2024.04.15 0 21
662

교사 76% "세월호 수업 지원 없어"…13% "참사 이야기 안 해"

KReporter | 2024.04.15 | 추천 0 | 조회 26
KReporter 2024.04.15 0 26
661

의대교수들 "4월25일 대규모 사직…정부, 대화의 장 마련해야"

KReporter | 2024.04.12 | 추천 0 | 조회 39
KReporter 2024.04.12 0 39
660

파주 4명 사망 "계획범행 정황"…남성들이 케이블타이 미리 준비

KReporter | 2024.04.12 | 추천 0 | 조회 35
KReporter 2024.04.12 0 35
659

국민 40% 이상 "한국교육 한계점, 과도한 사교육비와 학벌주의"

KReporter | 2024.04.12 | 추천 0 | 조회 29
KReporter 2024.04.12 0 29
658

의료노조·환자단체 "이젠 국회가 나서야" 한목소리 촉구

KReporter | 2024.04.11 | 추천 0 | 조회 36
KReporter 2024.04.11 0 36
657

파주서 숨진 남녀 4명 앱으로 만나…국과수 "여성 사인 목졸림"

KReporter | 2024.04.11 | 추천 0 | 조회 29
KReporter 2024.04.11 0 29
656

포항 해안서 야생 조류 200여마리 사체 발견…폐사 원인 조사

KReporter | 2024.04.11 | 추천 0 | 조회 21
KReporter 2024.04.11 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