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에 26년만의 공포…올해 살인 200건 훌쩍 넘어
저소득층 거주지 빈발…절반 넘게 미제로 수사중
팬데믹에 수감 줄어 치안 부실화? 소년범 철퇴로 불똥
워싱턴DC의 살인사건 수를 나타내는 현수막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올해 들어 10월 전까지 발생한 살인 사건이 26년 만에 200건을 넘어서 주민들 사이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워싱턴DC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수가 총 209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는데, 이는 10월 전 기준으로 1997년 이후 26년만 최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DC 경찰서장 대행인 패멀라 스미스는 최근 모든 관내 살인 사건을 검토했더니 경찰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8건이 추가로 발견됐다면서 전체 살인 사건 건수가 209건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발생한 사건의 대부분은 피해자를 특정한 공격이었다. 특히 올여름 살인 사건 발생이 급증해 지난 7월은 5일까지 10명이, 8월에는 6일까지 총 16명이 살해당했다.
올해 발생한 살인사건 중 일부는 여전히 미결로 남아있는데, 이번 달 중순까지 종결된 살인 사건은 44%에 불과했다. 이는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워싱턴DC에서 한 해의 200번째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은 26년 전인 지난 1997년 8월 12일이었다. 1997년에는 한 해에만 303건이 살해당했다.
그러나 이후 살인 사건 수는 감소세를 보였고 2004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200건 이하를 기록했으며 2012년에는 88건으로 최저치였다.
그러나 2021년에는 총 221건으로 다시 늘었고 지난해에는 203건을 기록했다.
살인 사건 건수는 흑인들이 많이 사는 저소득 지역과 부유층 거주 지역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수십년간 빈에 시달려온 워싱턴 DC 남동부의 8구역에서는 이번 달 중순까지 최소 75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지만, 부유층이 많이 거주하는 체비 체이스와 클리블랜드 파크, 폭스홀 등 3구역에서는 같은 기간 살인 사건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많은 형사 사법 전문가들은 워싱턴DC 등 미국 내 대도시에서 살인 사건이 급증한 이유로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꼽는다.
팬데믹 기간 사법 절차가 지연되고 교도소 내 수감자 수가 줄어드는 등 치안 방어책이 파열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DC 등을 제외하고는 팬데믹 이후 다시 살인 사건이 감소세를 보였다.
WP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내 주요 대도시의 90개 경찰서에서 올해 들어 1월부터 8월까지 살인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DC의 살인 사건이 급증함에 따라 주민들과 미 의회 의원들은 시 당국에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고 그 결과로 시 당국이 더 강력한 조치를 내놓았다고 WP는 전했다.
올여름 워싱턴DC 시의회는 판사가 폭력 범죄로 기소된 성인과 청소년 일부에 대해 미결 구금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법안을 통과시켰다.
매슈 그레이브스 워싱턴 DC 연방 검사는 시의회가 이 법안을 통과시킨 후 검찰에 특정 사안에서 법적으로 허용되는 경우 16~17세 청소년을 성인과 같이 기소하는 것을 강력히 고려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지난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이어진 일련의 진보적인 정책을 뒤집는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