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어 공용어’ 행정명령, 시애틀 한인에도 영향 미칠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월 1일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영어를 미국의 공식 언어로 지정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공식 언어를 지정한 적이 없었으나, 이번 조치로 국가 차원의 공용어가 영어로 확정됐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이 “국민 통합을 촉진하고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며 시민 참여의 기회를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이를 반이민적이고 외국인 배척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32개 주가 영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하고 있으며, 이 중 사우스다코타, 알래스카, 하와이는 영어 외에도 원주민 언어를 공용어로 인정하고 있다. 워싱턴주는 별도의 공식 언어를 두고 있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으로 인해 연방정부 및 연방 기금을 지원받는 기관들은 더 이상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언어 지원을 제공할 의무가 없어진다. 이는 세금 신고서 작성부터 정부 서비스 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5세 이상 인구 중 약 2,760만 명(8.7%)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애틀 지역에서는 그 비율이 조금 더 높아, 약 36만5,000명(9.5%)이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데이터는 2023년 미국 커뮤니티 조사에서 수집된 것으로, 시애틀 대도시권에는 킹, 피어스, 스노호미시 카운티가 포함된다. 2023년 기준 해당 지역의 5세 이상 인구는 380만 명을 넘었다.
미국 내 50대 대도시권 중 시애틀은 영어 미숙 인구 비율이 18번째로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는 이민자 비율이 높은 지역이었다. 마이애미가 25%로 1위를 차지했고, 로스앤젤레스(22.5%), 산호세(21%), 뉴욕(18%), 샌프란시스코(17.5%)가 뒤를 이었다. 반면, 피츠버그(1.9%)는 영어 미숙 인구 비율이 가장 낮았으며, 버지니아비치(2.5%), 세인트루이스(2.6%), 신시내티(2.8%), 버밍엄(3%)이 그 뒤를 이었다.
시애틀 지역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36만5,000명의 주민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는 스페인어(약 10만5,900명)였다. 그다음으로 중국어(만다린 및 광둥어 포함, 약 5만7,400명), 베트남어(약 3만3,800명), 러시아어 및 한국어(각각 약 2만2,500명)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영어 구사 능력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시애틀 지역에서 약 4만2,200명이 힌디어를 사용하지만, 이 중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4,300명(약 10%)에 불과했다. 이는 인도에서 영어가 널리 사용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가정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 38%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했으며, 중국어 사용자 중 45%, 한국어 사용자 중 51%가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제한적 영어 사용 가구(limited English-speaking households)’도 집계하는데, 이는 14세 이상 가구원 중 누구도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가정을 의미한다. 시애틀 대도시권에서는 약 7만7,000가구가 이에 해당하며, 전체 160만 가구 중 약 5%에 달한다.
또한, 2023년 처음으로 시애틀 지역에서 5세 이상 인구 중 100만 명 이상이 가정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중 대다수는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정부 기관에 미칠 영향은 시간이 지나야 분명해질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언어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기관마다 대응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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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FOX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