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아시아계, 소득 높아도 '내 집 마련' 험난…왜?
워싱턴주의 주택 보유율이 지난 10년간 증가했지만, 높은 주택 가격과 임대료 부담으로 인해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가구의 주택 보유율은 여전히 백인과 아시아계 가구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워싱턴주의 주택 보유율은 64%로 2013년보다 2%포인트 증가했지만, 전국 평균인 65.2%에는 미치지 못했다. 주택 보유율은 전체 가구 중 자가 거주 가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특히 인종별 격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워싱턴주의 흑인 가구 주택 보유율은 34%, 히스패닉 가구는 47%로, 각각 10년 전보다 4.6%포인트, 5.5%포인트 상승했지만 백인(68%)과 아시아계(63.5%) 가구와의 차이는 여전히 컸다.
NAR 분석에 따르면, 워싱턴주의 흑인·히스패닉 가구 주택 보유율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반면, 아시아계 가구는 전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백인 가구의 보유율 역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워싱턴주의 주택 보유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이유로는 높은 주택 가격과 임대료 부담이 꼽힌다.
NAR의 수석 분석가 나디아 에반젤루는 “워싱턴주, 특히 시애틀과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는 주택 가격이 너무 높아 많은 임차인들이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부담은 히스패닉과 흑인 가구에 더욱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주에서는 임차인 중 아시아계 가구의 32%가 중간 가격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을 갖추고 있었지만, 백인 가구는 12%, 흑인 가구는 8%, 히스패닉 가구는 7%에 불과했다.
이는 가구별 임대료 부담과도 관련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워싱턴주의 백인·아시아계·히스패닉 가구 중 약 25%가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으며, 흑인 가구의 경우 그 비율이 30%를 넘는다. 일반적으로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면 저축이 어려워지고 재정적으로 취약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워싱턴주의 높은 주택 가격 역시 주택 보유율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레드핀(Redfin)에 따르면, 2024년 2월 기준 워싱턴주의 주택 중위 가격은 62만9,100달러로 전국 평균인 42만5,061달러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시애틀은 미국 내에서도 주택 구입이 어려운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2023년 기준 시애틀의 주택 중위 가격은 83만1,457달러로, 해당 지역 중위 소득(12만6,034달러)의 54%를 주택 대출 상환에 사용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승인에서도 흑인과 히스패닉 가구는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NAR의 ‘주택담보대출 공시법(Home Mortgage Disclosure Act)’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흑인 주택담보대출 신청자의 21%, 히스패닉 신청자의 17%가 거절당했다. 반면, 백인 신청자는 11%, 아시아계 신청자는 9%만 거절됐다.
워싱턴주의 경우 거절률이 전국 평균보다 낮았지만, 여전히 흑인(11%)과 히스패닉(13%) 신청자의 거절률이 백인(8%)과 아시아계(7%)보다 높았다.
워싱턴주에서는 주택 보유율을 높일 수 있는 몇 가지 긍정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특히 25~40세 연령층의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것이 주목할 만하다. 이 연령대는 생애 첫 주택 구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향후 주택 보유율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에반젤루 분석가는 “젊은 세대들이 주택 구입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으며, 주택 가격이 부담스럽더라도 내 집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는 향후 주택 보유율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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