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업은 '막강' 머스크, 자율주행·우주사업 탄탄대로?
'정부 효율화' 기구 맡아 재정적자 감축·규제 철폐 추진 전망
전기차 보조금 축소, 미중 무역전쟁 가능성 등은 우려 요인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 대해 지원 유세하는 일론 머스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번 대선에서 재계의 가장 큰 우군으로 활약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 '아메리카 팩'을 직접 설립해 운영했으며, 공화당 상·하원의원 후보 지원을 포함해 최소 1억3천200만달러(약 1천840억원)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단순히 정치자금 기부로 끝난 것이 아니라 선거 막바지 주요 경합 주에서 직접 지원 유세를 조직해 개최했으며, 공화당의 주요 기조에 동의하는 유권자들 가운데 1명을 뽑아 매일 100만달러씩 지급하는 '현금 살포' 캠페인을 벌이는 등 공화당을 위한 선거운동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야말로 트럼프에 '올인'했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머스크가 거둘 수 있는 보상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머스크의 주요 사업체인 전기차 테슬라와 우주사업 스페이스X가 기존의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날개를 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5일 트럼프 유세장에서 펄쩍펄쩍 뛰는 일론 머스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규제 철폐' 추진…정부 기구 폐지·축소 시도할 듯
트럼프는 지난 9월부터 자신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하면 연방정부의 재정에 대한 과감한 개혁 권고안을 제시하는 정부효율위원회(government efficiency commission)를 만들고, 이를 머스크에게 맡길 것이라고 밝혀 왔다.
머스크 역시 트럼프 집권 시 정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지난달 27일 트럼프 지원 유세 중에는 향후 자신이 참여할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에서 미 연방정부의 예산을 최소 2조달러 삭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가 정부 예산 삭감 목표치로 제시한 2조달러는 2024년 회계연도 미 연방정부 지출액(6조7천500억달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달 초 머스크의 향후 행보를 예측하는 분석 기사에서 트럼프 당선시 머스크가 200만명이 넘는 연방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해고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 예산에는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과 조직을 운영하는 비용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WP는 트럼프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와 머스크가 구성할 새로운 조직이 머스크의 우주사업이나 전기차사업을 규제하는 기관에 특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머스크는 지난 9월 미 연방항공청(FAA)이 스페이스X 로켓 발사 과정의 안전 규정 위반에 대해 벌금을 물리자 크게 반발하며 FAA 수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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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그동안 로켓을 만드는 것보다 관련 규제 문턱을 넘기가 더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규제 철폐의 필요성을 거듭 촉구해 왔다.
그런 만큼 머스크가 권력을 쥐게 되면 각종 규제 철폐를 위해 해당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의 축소나 폐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사업을 규제하는 FAA에 더해 자동차 안전 문제를 조사하고 규제하는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머스크가 칼을 대는 조직이 될 수 있다.
NHTSA는 지난달 테슬라의 첨단 주행보조 소프트웨어 FSD(Full Self Driving) 작동 중에 발생한 보행자 사망사고 등과 관련해 예비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아울러 머스크는 테슬라의 역점 사업인 자율주행과 관련해서도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는 지난달 23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운전자가 감독하지 않는 완전자율주행차가 주(州)별 규제를 벗어나 미국의 어느 도로든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연방 정부 차원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촉구하면서 "정부에 효율성 부서가 있다면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머스크의 구상대로 미국의 도로에서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펼칠 수 있는 시기가 앞당겨지면 테슬라는 FSD 판매나 로보(무인)택시 사업 등에 힘입어 단순한 전기차 회사가 아니라 첨단 기술회사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전망이 선반영되면서 지난 7월 13일 머스크가 트럼프 지지를 공식 선언한 이후 테슬라 주가는 로보택시 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상승장을 맞았다.
중국 상하이의 테슬라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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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세액공제 축소, 중국사업 난항 우려도
트럼프 정부에서 머스크의 목소리가 전보다 커질 것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지만,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에 일부 부정적인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이전의 조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폐지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그동안 IRA를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신종 녹색 사기)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이를 폐기하고 아직 집행하지 않은 IRA 예산을 전액 환수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IRA에 따라 지급되던 전기차 대당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의 세액공제가 폐지되면 테슬라의 전기차 구매 가격은 더 높아지게 되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실용적인 친환경 차로 꼽히는 하이브리드 차종 등이 더 주목받을 수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 전기차 구매 의향이 더 큰 편인 민주당 지지자들이나 진보 성향의 소비자들이 머스크에 대한 반감으로 테슬라를 더 외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 정책도 테슬라의 중국 사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경우 테슬라의 중국 사업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난달 전망했다.
테슬라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상하이에 직접 공장을 설립하고 현지 생산해 중국시장을 공략해 왔으며, 다른 외국 자동차업체들보다 느슨한 규제를 받아왔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재점화하면 중국과 테슬라의 이런 밀착 관계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 강세론자인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지난 4일 "(미국에서) 더 가혹해질 대중국 관세는 중국에서 테슬라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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