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럴웨이 한인마트에서 지갑을 주웠습니다.
아이디가 없어서 남편의 아이디로 글 올립니다. 양해 해주세요.
어제 저녁에 남편이 페드럴웨이 한인마트에 장을 보러갔습니다.
남편이 좋아하는 삼겹살 하구 몇가지 식료품을 사러갔었구요.
원래는 시장은 제가 애기 데리고 가서 보는데,
우리 남편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거든요.
매일 저녁마다 한개씩 먹는 습관이 있어서 항상 집에 아이스크림은 챙겨두어요.
우리집에 아이스크림이 없는 날에는 부부싸움이 일어나는 날이라 항상 조심해요.
하루에 한개씩 먹자고 약속을 했는데요.
제가 애기본다고 한눈을 팔면 두개씩 집어먹고 그러거든요.
육아에 지치고 집안일에 지칠때마다 이런 저는 안중에도 없고 혼자 쇼파에 누워서,
"아이스크림은 누워서 먹어야 제맛!" 이라고 하면서 먹고있는 남편을 보고 제가
"아이스크림하고 결혼을 하지 왜 나랑 결혼했냐고" 서글픈 목소리로 눈 내려깔고
남편에게 이야기하면 남편은 그럴때마다 냉동실에서 쌍쌍바를 꺼내서 반 갈라서 주곤해요.
쌍쌍바 아시죠? 어렸을때 돈없는 시절 유일하게 아이스크림이 두개가 붙어 있는거...
친구들과 50원씩 돈 모아서 100원주고 사서 반 나눠서 먹었던 쵸코아이스크림....
가끔씩 정확하게 반이 안갈리고 삐딱하게 잘라질때마다 우린 서로 가위바위보를 해서
공평하게 누가 큰것을 먹을지 결정을 하곤 한답니다. 이래서 저희집은 싸움이 없어요.
항상 시장도 제가보고 장도 제가보는데 어제 저녁에는 갑자기 남편이 자기가 장을 보고
오겠다고 하더군요. 세상에 이런일이.. 저는 놀란가슴을 부여잡고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 여보 왠일로 장을 보러가겠다는거예요? "
" 응. 아이스크림이 세일한데. 고거 빨리 사러가야되 "
네.. 아이스크림이 세일을 해서 가는거였군요..
남편이 하는말이,
목요일까지 롯데삼광 아이스크림 중에 죠스바 , 스크루바 , 국화빵 , 메로나 , 돼지바
이제품을 $2.99에 특가세일을 한데요. 빨리 안가면 다 팔려서 망한다고..
이러면서 차를 몰고 마트로 간다고 하더군요.
그라지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웅웅~ 소리와 함께 남편은 사라졌어요.
남편은 차를 좋아해서 차가 4대 인데요. 골라타요.
자기 말로는 차는
자신의 신발과 같다며 "똑같은 신발을 어떻게 매일 신고다니냐고" 하면서 새차나오면
사고 일년도 안되서 다시 바꾸고 할때마다 제가 잔소리 하는 저에게 자신을 합리화 시켜요.
우리 남편은 말이 많아요.
말이 없으면 아픈거예요.
말 많은 남편이 저는 좋습니다.
항상 옆에서 웃껴주는데 가끔식 보면은 왜저러나 싶기도 해요.
그래도 부부는 어쩔수 없나봐요. 이런 모자란 남편도 저는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남편이 마트에 간지 한참이 됬는데 오질 않아요.
애기 들쳐매고 밖에 나가보니 그제서야 오더군요.
그런데 지갑을 들거왔어요.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에 갔는데 지갑이 보여서 가지고 왔다고.
저는 막 야단을 쳤어요.
지갑을 주었으면 주인을 찾아주던가 , 마트에 직원분께 맏기던가 해야지 왜 들고오냐구요.
도둑으로 오해 받으면 어쩔라고 그러냐고 제가 호통을 쳤어요.
지금 가뜩이나 남편 어머니 보다 7살 많은 어떤 여자랑 싸운다고 매일 기운쳐져서 다니더니.
왜 그러는건지. 생각이 없는건지 , 멍청한건지.
주운 지갑을 그냥 집으로 들고 온 남편을 보면서 저의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왜 지갑을 그냥 들고왔냐는 저의 추궁에 남편의 말을 듣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 아이스크림이 녹을거 같아서 ... " 빨리 왔다는 남편의 대답.
네. 녹으면 안되지요.
가뜩이나 세일해서 사온건데. 잘했다 엉덩이 토닥여 주고 칭찬해줬어요.
우리 남편 참 착해요.
예전에 아파트 살때 쓰레기버릴때마다 도둑고양이 들이 쓰레기통 뒤지는거 보고
코스트코 가서 고양이 통조림 한박스 32개 들이 사다가 쓰레기통 주변에 쫙 깔아두었던 남편.
다음날 아파트 오피스 매니져한테 항의 전화 받고 그거 다 치운다고 고생한 남편.
이렇게 우리 남편이 참 착해요..
지갑을 가져왔으니 주인을 찾을수 있게 오늘 아침에 제가 마트에 갔어요.
혹시 누가 지갑 잃어 버린 사람 없었냐구요.
마트 직원분이 마침 오늘 아침에 어떤 노신사분이 오셔서 지갑 물어보셨데요.
마트 직원분이 그분 연락처를 가지고 계셔서 제가 전화를 드렸습니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거기에 큰 돈이 있는데 실망과 근심이 너무나 크셨다고 하시더군요.
사실 저희가 지갑을 열어보지 않았어요.
남에 물건에 손대는 것은 나쁜것이잖아요.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어요.
지갑 주인 노신사 분께서
저희에게 큰 상을 내려주신다고
혹시 오실수 있으면 자기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하시더라구요.
자기는 스님인데 오늘 법당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 마트에 다시 갈 시간이 안되신다고,
저희보고 와준다면 중요한 행사에 맞추어 큰 상을 내려주신다고 하시더라구요.
큰 상을 주신다는데 저희가 그분이 계시는 곳으로 바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주소를 받아들고 네비게이션에 입력하니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더군요.
애기랑 저랑 이렇게 그분이 계시는 곳으로 출발을 했고 목적지에 도착하니 절 이더군요.
절 이 미국에도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어요.
수풀이 우거진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절 이였습니다.
절 입구에 표지판을 자세히 보니.
...
.....
.......
..........
만 우 절 이네요.
결국 그분께 지갑 돌려드리고 큰 상을 못받아서 상심했습니다. 아쉽네요.
우리 남편이 요즘 아파요.
밥도 잘 안먹고
말도 별로 없고
항상 기운도 없고
어깨에 힘도 하나도 없고
왜 그런지 물어봤는데
게시판에 글을 이젠 못쓴다며 울면서 가슴을 부여잡더라구요.
" 옵서버님이 다시 돌아오랬는데~"
" 라온미르님이 나 보고 싶다고 하는데~"
" 조커님이 잠수 타라고 했는데 " 라고 하면서 갑자기 쓰러졌어요.
이렇게요...
남편이 게시판에 글을 못 쓴뒤로
우리집에는 달라진 점이 생겼습니다.
항상 글은 정성이다 라고 외치며 방에서 글쓸때마다 몇시간씩 나오지도 않던 남편이
애하고 잘 놀아주고 집안일도 많이 도와 주더군요.
저번에는 게시판에 글 쓸때 "애플 맥프로" 랩탑이 아니면 글을 못쓴다고 해서
제가 사라고 해서 남편이 좋다고 잠옷바람에 타코마몰 애플매장에 가서 사오더군요.
그때 표정이 세상을 다가진 그런 표정으로 말이죠.. 이렇게 저희 남편이 순해요.
사고 싶은거 있어도 항상 허락받고 사고.
나쁜 친구들 없이 혼자 방구석에서 글 쓰고 댓글 쓰고 혼자 웃고 그래요.
예전에 글 안쓸때는 친구들이 부르면 나가서 다음날 들어오고 했는데
게시판에 취미 붙이고 나서는 저한테도 잘하고 집에만 항상 붙어있네요.
삼식이예요.
하루 세끼를 집에서 먹는 사람이죠.
삼식
아침 점심 저녁
돈 많이 벌어와서 이쁘고
말 많이 해주어서 귀엽고
차 많이 바꿔줘서 멋있고
욕 많이 먹고와서 슬프고
이런 남편 저는 사랑 합니다.
여보,
남이 뭐라 해도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가 있어.
그 자리가 비워졌다면 자기가 진거야.
남이 자기에게 뭐라 한다고 피하지마.
그건 자기가 인정한다는 거야.
피하지마 두려워하지마 뒤돌아보지마~ 여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