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서방의 세상이야기
===
일전에 L.A.에 나갔다가 전철역에서 막 나가는데 젊은 여자들(20대) 여럿이서 행인들에게 어떤 책자를 나누어 주면서 뭐라고 하고 있었다.
그 때 한 여인이 나에게 가까이 오면서 물었다.
“Are you Korean?”이라고 하면서 그 억양이 영어를 한다고 하지만 전혀 영어 억양이 아닌 한국 말 음조였다.
해서 대뜸 이렇게 내가 퉁명스럽게 대답을 해 줬다.
"No, I am not a Korean." (* 이 부분은 그 여자가 하는 말의 음조로..)
"I am a Korean." 이라고 해주었더니 그 여자는 황당한 빛을 하면서 저리로 가버렸다.
그런데 그 책자라는 건 "The Bible.."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녀가 보기엔 내가 모자를 쓰고 색안경을 끼고 있어 얼른 한국인 같으면서도 아닐 수도 있다고 봐서 그렇게 물었던 것 같은 데 내가 그렇게 퉁명스럽게 답을 한 건,
첫째가
내가 한국인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하면 일단 한국말로 '한국분이세요?' 하고 물어봐서 내가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그 때 영어로 해도 될 걸 왜 영어로 묻는가 하는 게 순간 마음이 언짢았었고,
다른 이유는
영어를 하려면 억양을 제대로 해서 해야지 어떻게 처음부터 억양이고 강세고 전혀 무시한 발음으로 내 뱉는가 하는 것인데 이들이 영어를 몰라서 그러리라 고는 생각지 않았어나 하는 짓이 이래저래 기분을 상하게 했었다.
또 하나는
주중 낮에 그런 일을 하는 걸 보니 한창 공부를 하고 있거나 일을 하고 있었어야 할 시간에 그렇게들 모여서 떠들고 저들 간에는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 것 같아 그 자리를 지나 한참을 걸어가면서 멍했었다.
물론 내가 기독교인이 아니라서 더 더욱 이런 감정이 울컥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다소는 그런 감정이 작용 하지 않았다고 부정이야 못 하겠다.
어떻든지 그런 걸 당하고 나니 씁쓸한 감정이 한참 나의 뇌리에 머물렀었다.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