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타고 투표장 온 강남주민 “무상급식 안돼”|
강남구 신사동 투표장 가보니 새벽 긴 줄, 오후 급속히 줄어들어
투표 주민 “빨갱이가 선동해 나라 망할 것 같아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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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상징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안에 마련된 도곡동
제4투표소는 투표율이 53.1%에 이르고 있고 지난달 수해 피해를 크게 입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마련된 대치2동2투표소의 투표율도 38%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서울 지역 전체 투표율은 오후 6시 현재 22.1%다
.
지난 2010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오세훈 시장은 개표 집계 내내 한명숙 민주당
후보에 밀리다가 막판에 강남 3구의 몰표를 받아 전세를 역전했다.
타워팰리스 주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줄까지 서가며 투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표소를 관리하는 강남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아침에 10m 이상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시민들의 투표참여가 높은 상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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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아침 다른 강남구 투표장 일대를 둘러봤다. 어스름 짙은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많은 강남구 주민들이 투표장에 나오는 모습이었다.
지역의 특색을 반영하는 듯 고급 승용차를 몰고 투표장을 찾은 주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신사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 들어서자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0m는 족히 넘는 줄이었다. 투표를 하고
나오는 시민들은 “이 정도면 주민투표가 성사될 것 같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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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투표를 하고 나오는 시민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복지 포퓰리즘 경계”였다.
아침 6시 30분께 신사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강아무개(59·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씨는 “빨갱이들이 복지포퓰리즘을 선동해 나라가 망할 것 같아서
투표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강씨는 일제 혼다 승용차를 타고
부인과 함께 급히 자리를 떠났다.
서울 신사동 신구초등학교 투표소 앞에서 만난 박상진(62·가명)씨는
투표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어느 곳에 투표했는지 물어보면 대체로 “‘
단계 무상급식’에 표를 던졌다”고 답했다. 이철진(가명·50·서울 압구정동)씨는
“복지는 급하게 시행해선 안된다.
단계적으로 천천히 시행해야 하는데 지금의 무상급식은 너무 서두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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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민은 이번 투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자신을 교사라고 밝힌
신아무개(56·서울 압구정동)씨는 “이번 주민투표는 나라의 복지정책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꼭 투표율 33%를 넘겨 주민투표가 성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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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과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는 이번 투표를 ‘나쁜 투표’로
규정하고 투표거부운동을 벌였다. 이에 반발심을 느껴 일부러 투표장을 찾았다고
밝힌 강남 주민들도 많았다. 김향미(50)씨는
“내가 의사표현을 하겠다는데 하지 말라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하지 말라는 얘길 들으니 꼭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근길에
투표소에 들렀다”고 말했다.
직장 상사의 눈치가 보여 억지로 투표장을 찾은 주민도 있었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이아무개(35)씨는 “직장 상사가 꼭 투표하고
오라는 얘기를 했다.
출근하면 투표했는지 물어볼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투표하고 나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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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해야할지 고민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서울 지하철 압구정역 인근에서
만난 김영진(41)씨는 “아이들 급식문제를 놓고 여야 모두 너무 정치적으로
몰고가는 것 같아 불편해 투표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하지 않고 출근길에 나서던 박혜영(36)씨는 “오세훈 시장이
대권행보를 걷기 위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이용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이날 이 시각까지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50대 이상
중장년층이었으며 20~30대 젊은층은 열 명에 한 명꼴도 되지 않았다.
서민경(22·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씨는 “해외에 오래 머물러 무상급식
이슈는 잘 모르지만 부모님이 꼭 투표하라고 해서 투표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오후 들어 투표 참여자수는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이다. 투표소마다 아침에 길게 늘어섰던 줄은 사라졌고 띄엄띄엄 투표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