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시

케이시애틀 연재 에세이 시리즈:

38살, 박사 유학을 떠나다 | 될 때까지 하는 영어 회화 도전기 | 미운 오리 문과생 치과 의사 되다

나는 미국 고등학교 교사 (완결) | 시애틀로 간 백미와 현미 (완결) | 나의 첫 포틀랜드 (완결)

사과를 따는 일

작성자
rainrain
작성일
2019-10-16 02:22
조회
522

  나는 아버지 땅이 내 것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런 마음을


먹은 뒤부터 아버지 땅에 개가 한 마리 산다 깨진 타일 조각같은 송곳


니는 바람을 들쑤신다 비옥한 땅은 질기고 촘촘한 가죽의 눈치를 살피다 


장악되고, 과잉되다, 갈라진다 아버지는 땅을 방치하고, 나는 그 


것을 납치한다 깊은 목젖을 끌어올려 목줄을 뜯은 늙은 개가 간신히


사과 하나를 놓고 엎드렸다 세상 혼자 짊어지려던 남자는 무게를 견디다


어깨가 굽었다 힘은, 무기의 정차역 같았다 엎드린 개가 일어서지 


못하고, 사과는 지하의 고요한 관(棺)을 기억해 낸다


 


 


  아버지 땅에 몰래 사과나무 한 그루 심은 날 그해 사과는 한 개도 달리지 


않았다 아버지 땅이 내 땅 되던 날 나는 사과나무 아래 아버지를


묻었다 병 걸린,


   아버지를 먹고 자란 사과나무


   붉은,


   사과 따는 일을


 


 


——————————————  권 기선  


매일 신문 신춘 문예 2019년 당선 작


 


 


 


 


아픈 마음이 든다


짧은 가방 끈은 아무 것도 묶지 못하고


자꾸 잦은 기침으로 목이 쉰다


입 언저리 올리며 송곳니 들어내는 개는


늙지도 않은 앞 다리에 상처를 보인다


 


 벌써 떨어져 벌레 먹은 사과는


아버지가 한 번 바라보고


내가 보기를 마다해도


관 처럼 땅으로 스며든다, 간다


 


물려 받은 사과 나무에


붉은 


아버지의 목을 건다

전체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484

사과를 따는 일

rainrain | 2019.10.16 | 추천 0 | 조회 522
rainrain 2019.10.16 0 522
483

뇌우(雷雨)

rainrain | 2019.09.11 | 추천 0 | 조회 475
rainrain 2019.09.11 0 475
482

산책

rainrain | 2019.06.20 | 추천 0 | 조회 630
rainrain 2019.06.20 0 630
481

꽃이 지던 날

rainrain | 2019.04.10 | 추천 0 | 조회 385
rainrain 2019.04.10 0 385
480

우중 설경

rainrain | 2019.02.26 | 추천 0 | 조회 368
rainrain 2019.02.26 0 368
479

감사해요

ㅇㅇ | 2019.01.25 | 추천 0 | 조회 304
ㅇㅇ 2019.01.25 0 304
478

아궁이 불쬐던 고양이

ㅇㅇ | 2019.01.05 | 추천 0 | 조회 460
ㅇㅇ 2019.01.05 0 460
477

겨울 강가에서

rainrain | 2018.12.15 | 추천 0 | 조회 451
rainrain 2018.12.15 0 451
476

꾸엑이

이승현 | 2018.12.02 | 추천 0 | 조회 219
이승현 2018.12.02 0 219
475

추워요.

이승현 | 2018.11.25 | 추천 0 | 조회 234
이승현 2018.11.25 0 234
474

가난한 사람에게

rainrain | 2018.09.08 | 추천 0 | 조회 305
rainrain 2018.09.08 0 305
473

물안개

rainrain | 2018.06.26 | 추천 0 | 조회 274
rainrain 2018.06.26 0 274
472

소금이 온다

펌글 | 2018.05.19 | 추천 0 | 조회 247
펌글 2018.05.19 0 247
471

봄이에게

펌글 | 2018.05.19 | 추천 0 | 조회 467
펌글 2018.05.19 0 467
470

묘비

rainrain | 2018.05.18 | 추천 0 | 조회 220
rainrain 2018.05.18 0 220
469

한용운 시인의 사랑

가슴이시킨다 | 2018.04.11 | 추천 0 | 조회 542
가슴이시킨다 2018.04.11 0 542
468

비가 오는 일

rainrain | 2018.04.10 | 추천 0 | 조회 293
rainrain 2018.04.10 0 293
467

모놀로그

무명초 | 2018.04.07 | 추천 0 | 조회 283
무명초 2018.04.07 0 283
466

그리움

rainrain | 2018.01.31 | 추천 0 | 조회 404
rainrain 2018.01.31 0 404
465

다시 친우에게

rainrain | 2018.01.16 | 추천 0 | 조회 595
rainrain 2018.01.16 0 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