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죽 - 위로의 방법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은 오래 기억하고 믿는다. 심지어 그것이 옳다고도 생각한다.
언젠가 <초콜릿 >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는데 애틋한 사랑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음식>을 두고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이해가 되고 특히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사실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음식은 그냥 배고프니 배를 채우는 기능을 담당하는 그 무언가가 아니다. 21년 전 부모님 두 분이 4개월 간격으로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세상에 태어나서 그만큼 절망했던 적이 없었다. 며칠을 굶고 넋이 나가서 어느 누구의 위로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때 가까이 지내던 이웃 언니가 전복죽을 끓여 주었다. 처음엔 거부하다가 미안함에 한입 먹었는데... 엄마가 해주시던 그 전복죽의 맛이 그대로 나는 거다. 엄마 생각에 펑펑 눈물 쏟으면서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서 다시 힘을 내고 살 수가 있었다.
그 전복죽은 엄마의 전복죽과 똑같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 속에 있는 많은 위로를 내가 먹었던 것 같다. 그 후로 나는 음식을 만들 때 국수 한 그릇을 만들어도 내 마음을 담게 되었다. 내가 만든 음식에 먹을 이를 향해서 사랑한다 건강해라 행복해라 힘내라 슬프지 마라.... 이런 마음을 넘치게 담게 되었다.
그래서 음식을 하는 순간 나 자신이 행복하고 기쁜 마음이 되기 위해 93.1을 듣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텐데 나에게는 <음식>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겐 꿈이 있다. 조금은 넓은 시골집에서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한 명씩 초대하여 그 사람만을 위한 음식을 한 번씩 해주고 싶다. 이루어질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꿈이란 꾸라고 있는 것이니 계속 꾸어볼까 한다.
이 에세이는 29년차 주부 명랑엄마의 아침일기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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