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게 없다.
칠순을 바라보며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정말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서울 안암동에서 태어나 자란 필자는 어릴 때 신설동에서 자랐는데 지금은 보문동이라는 곳이 되었다.
집 동네 뒤로는 낙산이 있어서 선친께서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아들(필자)을 데리고 아침마다 산에 올라 운동을 가르쳐 주셨고, 한길 건너 시장을 지나면 안암천이 있어서 겨울엔 썰매를 탔었고, 여름에 냇물이 가물면 커다란 운동장이 되어 그곳에서 잠자리를 잡거나 공차기 등을 하며 뛰어놀기도 했었다.
여름방학엔 아이들이 창경원이나 정릉으로 놀러다니기도 했으며, 안암동 쪽 애기능이 있는 야트막한 동산을 넘어서면 멀리 고려대학이 보이고 농사를 짓는 넓은 들판이 있었는데 가끔 거기서 옥수수 같은 것들을 서리하기도 했고, 하다가 들키면 원두막에서 달려온 아저씨께 작대기로 얻어맞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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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그땐 가까운 곳에 논밭이 많아서 미꾸라지를 잡으러 다니기도 했고, 지나가다가 과일도 따먹기도 하는 등 6.25 전쟁으로 인하여 수복된 서울로 돌아온 사람들의 경제적인 형편은 어려웠을지라도 식품은 그야말로 유기농만 먹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별로 없다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
유전자 변형된 식품들, 맛을 내기 위해 또는 보기에 좋게 하기 위해 각종 첨가물들이 들어가 있다. 안내문을 볼라치면 너무 깨알같이 작게 써놔서 돋보기를 사용해야 겨우 읽을 수 있다.
뭔가 크게 써놓으면 켕기는 부분이 분명이 있다는 반증이리라.
한때 현미가 좋다고 현미만 먹는 사람도 봤다.
현미가 좋긴 좋다. 나쁘지 않다.
그러나 현미를 먹으면 모든 질병이 예방되거나 걸리지 않는다고 지나치게 믿는 것이 문제다.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도 일제 시대때 정미소가 들어서기 전의 구한말까지는 모두 현미를 먹었었고 채소류도 몽땅 유기농만을 먹었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의 의서 동의보감이 발행되었을 때도 역시 모두 현미였고 유기농 채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의보감에 실린 질병은 참 많다.
참 많다는 걸 “오만가지”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좌우간 많다.
조선시대의 평균수명은 일반적으로 50세 정도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만 60세를 기념하는 환갑잔치를 크게 벌였다.
지금의 여성 84세, 남성 77.3세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수명은 식품뿐만 아니라 모든 환경과 신체 및 정신 관리와 깊은 관계가 있다.
최근 보도된 바에 따르면 사회 불평등과 같은 원인 때문에 미국인의 건강상태와 수명이 열악한 성적을 냈다고 어느 연구소가 분석했다.
청소년의 피임수단 확보 제한, 걷기 등 신체활동을 저해하는 구조적 특징, 공기오염 및 총기사용과 같은 사회적 문제와 고열량 섭취 등 개인습관이 합쳐져 부유한 미국인조차 다른 선진국 국민에 비해 수명이 짧고 건강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스티븐 울프 박사는 “건강을 결정하는 요소가 의료시스템 외에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훌륭한 의료시스템이더라도 건강개선을 부분적으로 보조할 뿐이다. 선진국들 중에서 미국의 낮은 점수는 의료시스템 외적 요인에 크게 기인한다.”
필자는 체질에 맞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지만, 가급적 골고루 잘 먹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또한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세 개 더 있다.
먹은 다음엔 움직이는 것이다.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을 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아야 한다.
영양만점의 음식, 고열량 식품을 먹었으면 반드시 써야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단계가 있으니 그게 바로 몸에 남겨두지 말고 버릴 것은 가차 없이
대변과 소변으로 내보내야 한다.
나가야 할 것들이 나가지 않으면 “독”이 된다.
이 “독”이 바로 암을 비롯한 고혈압이나 당뇨를 비롯한 갖가지 성인병의 원인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중요한 게 숙면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잘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건강에 이상이 왔다는 느낌이 들면, 속히 진찰을 받도록 하자.
차일피일 미루는 건 어리석은 짓이며, 일시적인 문제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더 큰문제로
진행하므로 가급적 늦기 전에 치료를 하는 게 좋다.
아직까지 그런대로 건강하다면 참 고마운 일이다.
비록 믿고 먹을 게 없다지만 잘 선별하여 골고루 먹으며 적절한 운동을 반드시 실천하자.
대소변의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여 이상이 있다면 속히 치료받아 정상상태를 유지하자.
단 며칠간이라도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이것도 버려두지 말고 치료받도록 하자.
독자 여러분의 건승과 평안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