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독감
아들 부부가 맡긴 22개월짜리 손자가 우리 집에서 감기에 걸렸다.
녀석은 밤새 기침을 하고 높은 열이 올라 잠을 못자고 괴로워 몸부림치며 울어댔다.
정말 작은 꼬맹이가 감기에 걸려 앓으니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녀석은 할아버지가 처방한 한약을 잘 받아먹었고 침치료도 잘 받아내면서 꼬박 밤을 새웠고, 감사하게도 이튿날은 많이 좋아졌으나 아직도 여열이 남았고 기침도 남아있었기에 더 치료를 했다.
사실 지난 주 토요일이 문제였다.
필자의 어머님이 일주일에 한 번 증손자를 보시는 재미가 너무 쏠쏠하여 아기에게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님께 갔다가 그만 거기서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기에게는 그게 큰 무리였던 것이어서 맹렬하게 악화하는 감기기운을 해제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이틀 만에 감기를 쫒아낼 수 있었던 것은 실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요즘 여기저기서 콜록이는 분들을 많이 보면서 감기에 대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아서 한의학적인 입장에서 보는 감기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할 필요가 있겠다 싶은데 사실 생각해 보면 감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것 같아 좀 무거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한의사들이 빼놓기 않고 보며 연구하는 매우 중요한 고서들 중 세 가지를 들라면 황제내경, 상한론, 동의보감을 필자는 꼽는다. 그 중에 상한론이라는 책은 약 이천 년 전에 지어졌는데 그 책에는 급성열병, 즉 독감바이러스에 감염 되었을 때 고열이 나면서 땀이 나는 사람은 고열을 일으키며 땀이 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입하는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힘이 부족한 체질이라고 설명한다.
감염되었을 때 즉각적으로 몸의 면역기능이 강하게 반발하여 쫒아내려고 하는 게 “열이 나는 것”이므로 열이 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기혈이 충실하다는 것은 바로 면역기능이 비교적 충실하게 기능한다는 의미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감기는 앓을 만큼 앓으면 낫는다”고 잘못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통하는 게 아닌데도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감기에 걸린 후 낫지 않다가 급기야 자신의 면역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말미암아 생명을 잃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감기를 제때 치료하지 않아 생긴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주로 노약자들에게 생기는 문제이긴 해도 말이다.
서양의학계의 일부에서도 “독감, 감기 등의 바이러스에 감염 되었을 때 억지로 해열제를 써서 열을 내리려는 것은 몸 안에 침투한 적군을 돕는 것으로, 오히려 적군을 물리치려는 아군을 약화시키는 처방” 이라는 견해를 보인다고 한다.
서양의학에서는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요법은 없고 해열제로 열만 내리려 하는데 이것은 병 주고 약 주는 매우 위험한 처방임에도 뾰족한 수가 없다. 해열이 어느 정도되더라도 환자 본인의 기혈의 약함(면역기능의 저하상태)이 그대로 있다면 여간해서 개선이 되지도 않고 오히려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독감이나 감기 또는 얼마 전에 많은 생명을 앗아간 에볼라 같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아주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먼저 열을 내려야다는 원칙은 양방과 같다. 그러나 열만 내려서는 이미 침투한 바이러스나 계속 침입하고 있을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은 서지 않는다. 그에 대한 답은 바로 면역기능이다. 그래서 열을 내리면서 한편으로는 환자의 면역기능을 도와 침입한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도록 돕고, 나아가 침투하려는 바이러스를 차단하여 감기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치료 목표를 세운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진찰을 하고 체질을 분석하여 그 환자에게 맞는 처방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며 특히 감기는 시간마다 다르고 하루하루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시각을 다투어 정확한 처방으로 환자를 도와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다 다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치료를 받으면 밑져야 본전이 아니라 오히려 손해가 된다.
비슷하지만 다른 게 있다. 그래서 한의학은 맞춤의학이라는 말을 한다.
모쪼록 독자 여러분들은 감기에 걸리지 않고 좋은 건강을 유지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