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오월이구나.

울창하게 우거진 햇살아래

수선스런 잎들이 거방지게 푸르르던

언 년의 실록의 계절 

첫 날,

자준 아니지만

촘촘한 흑립을 

장에 가시던 날엔 가끔 쓰시던 할아버지께서

내 손을 잡고 올라간 2층엔

금복주처럼 생긴 아저씨가

누런 난닝굴 입고

불그락해진 얼굴의 열기를

부채로 덜어내고 있었는데

인사가 공손한 걸로 봐선

할아버지와 트고 지내는 사인 것 같았다.

"손준가봐요.

하따 곤석 

자알 생긴 게 

커서 칼좀 쓰겄네."

이런 건 반복으로 써 강졸 해야 돼.

"자알 생긴 게.

자알 생긴 게.

자알 생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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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립을 옆에 벗어 놓으시더니

1번을 

검지로 꾸욱꾸욱 눌러대시며

1번 왼 다른 것은 넘보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졸라 꼬와

뭔지도 모르면서

2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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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눈빛이

당혹과 당황, 황당으로 이어지며

쏠 태셀 갖춘 벌침처럼 날 쏘는데

질 나여?

벽에 걸린 

금복주를 가득채운 잔을

빠알간 입술에 대고 있는

천사같은 여자의 흐느적거리는 눈동자에 

내 눈을 고정시키고

아랫도리론 딴 궁리만 하고 있었더니

졌단 듯

1번하고 2번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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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원.

20원 비싼 2번을 시켰다고

어찌나 인상을 쓰시는지.

지금 생각해 보니

1번은 200원

2번은 220원.

자장면도 첨 먹어보는 거였지만

2번이 삼선자장면인 걸 내 어찌 알았을 리.

걍 찍은 게

삼선자장면였던 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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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

그래, 세가지 생선,

생선은 푸짐했고

게고기는 들어있지도 않았는데

게눈 감추 듯 먹곤 

밸 두드리며 느낀 게

난 타고 났구나.

생선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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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도 추억따라가는 법,

그 땔 그리며

가 삼선자장면을 시키면

부실하게 

모양만 삼선.

제 맛 날 일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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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본능

이 꿈틀댈 때마다

세 가지 생선,

즉,

피조개

맛조개

말조개

가

듬뿍 들어간

삼선자장면이 몹시 마려오는데 

자알 하는 집,

이곳엔 없는 건가?

나만 모르는 건가?

너만 알고 가 즐기는 건가?

있음 좀 알려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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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계절을

강물처럼 

냥 흘려 보낼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도 좀 훑고

자장면실록

도 좀 훑어

내 마음도

신록의 계절

로 푸르게 만들어 보는

실록의 계절

오월로 엮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