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정보

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음주에 대한 속설들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09-19 22:54
조회
647

5,155명. 2020년 한 해 동안 알코올성 간질환이나 위염 등 음주에 의한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다. 이 기간 코로나19에 의한 사망자수 950명의 무려 5배가 넘는다. 여기에 해당 기간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자 수 287명까지 더하면, 2020년 한 해 하루 평균 15명이 술 때문에 유명을 달리하였다.


 


한편, 폭음하는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8.5일로 2020년의 9일보다 약간 줄었지만, 하루 평균 음주량은 6.7잔에서 7잔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에 따른 거리 두기로 음주 횟수가 줄어든 대신 한 번 마실 때 더 많이 마셨다는 의미다. 건강에는 별로 좋을 게 없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음주 문제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흔히들 사실이라고 알고 있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것들이다. 


 


이런 잘못된 정보만 바로잡아도 음주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적잖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음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들 가운데 대표적인 몇 가지를 함께 짚어보고 바로잡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술에 대한 오해는 크게 ‘취하지 않는 방법’, ‘술 깨는 방법’, 그리고 ‘술과 건강의 관계’에 대한 것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럼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술과 커피를 함께 마시면 취하지 않는다?


 


세간에는 술을 마실 때 커피나 에너지 음료를 섞으면 쉽게 취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특히 술이 약한 사람들이 애용하는 방법으로도 알려져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못된 정보이다.


 


그런 속설이 퍼진 이유는 커피나 에너지 음료에 포함된 카페인 성분이 각성효과를 일으켜서 정신이 말짱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효과는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각성효과 때문에 자신의 주량을 넘어서 과음하게 될 위험이 있다.


 


음주 후 사우나에서 땀을 빼면 좋다?


 


술을 마신 뒤 사우나나 찜질방에 가는 사람들이 많다. 따뜻한 곳에서 땀을 내다보면 술기운도 함께 사라질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무척 위험한 행동인데, 음주 후에 사우나에 들어가서 급격하게 몸을 덥히면 혈관이 확장되고 심장에 과도한 혈류가 몰려서 무리를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음주자가 사우나 중 겪게 되는 탈수 상태는 체내의 알코올 분해를 더디게 하고 호흡 곤란과 뇌의 저산소증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음주 후 사우나의 위험성은 최근 연구 결과로도 확인되었다.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팀이 사우나에서 사망한 103명을 부검한 결과, 81명(78.6%)의 혈액에서 과도한 수준의 알코올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음주 후 사우나는 사망으로 이어질 만큼 위험한 행동인 것이다.


 


해장술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숙취는 왜 생기는 것일까?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간의 알코올 분해효소(alcohol dehydrogenase, ADH)에 의해 독성이 있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로 바뀐다. 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바로 숙취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간에 있는 아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acetaldehyde dehydrogenase, ALDH)에 의해 독성이 없는 아세트산으로 바뀐 뒤 소변과 함께 배출된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술을 통해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의 대사가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숙취를 위해서 해장술을 마신다면 어떻게 될까요? 술을 마시니 감각이 무뎌져서 잠시 숙취를 잊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체내에 더 많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쌓이게 해서 더 심한 숙취로 이어지게 된다. 해장술이 숙취 해소를 위한 방법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주량은 술을 마실수록 는다?


 


술을 마시면 곧바로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도 숙취와 마찬가지로 아세트알데하이드 때문이다. 얼굴이 붉어졌다는 것은 체내에 독성물질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축적된 상태라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고 술을 자주 마신다고 늘어나는 게 아니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쉽게 빨개지는 사람이 술을 특히 멀리해야 하는 이유다.


 


처음에는 술 한 잔만 마셔도 몸을 못 가누던 사람도 술을 마실수록 덜 취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 이걸 보고 ‘주량은 술을 마실수록 는다’는 근거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술을 마시는 게 습관이 되면 뇌가 알코올에 적응되어서 그런 것일 뿐, 간의 해독 기능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체내의 아세트알데하이드도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 결국, 감당이 안되는 술로 몸만 상하게 된다. 술은 많이 마신다고 느는 게 아니란 사실, 꼭 기억하자.


 


술을 적당히 마시는 건 건강에 좋다?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게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데, 실제로 적당량의 음주는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을 증가시켜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와인에 풍부한 폴리페놀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도 입증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술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맞는 말일까요?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그렇지는 않다. 음주가 심혈관계에 일부 유익한 면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건강에 해롭다는 최신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연구로 꼽히는 것이 2018년에 저명한 의학 학술지인 <란셋(The Lancet)>에 실린 <2016년 글로벌 질병부담 연구를 위한 체계적인 분석>이다. 15년 동안 195개의 나라에서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보았더니, 건강에 유익한 음주량은 0으로 나타났다. 약간의 음주도 건강에는 궁극적으로 해가 된다는 것이다.


 


술 잘 마시는 건 능력이 아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술을 잘 마시는 게 능력의 지표처럼 여겨지는 관행이 있다. 오늘 살펴본 음주와 관련된 잘못된 상식들도 술을 잘 마시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술을 못 마시는 것은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권하는 것이야말로 지탄받을 일이다. 그렇다. 이제는 술을 잘 마시는 게 능력이 아니라 절제하는 게 진짜 능력인 시대이다.


 



 


이 글은 외과 전문의 신승건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brunch.co.kr/@shinseu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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