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은 원자력·美는 투자…정상합의이행 첫발뗐지만 우선순위 달라
한미회담 韓측 자료에 강조된 우라늄농축·핵잠, 美자료엔 적시안돼
트럼프 지지율 하락속 핵잠 등 韓 관심 분야 조속 협의 여부 주목
美 부담 적은 무역 합의는 美도 이행 의지 밝히며 일단 순조로운듯

올해 9월에 만난 한미 외교차관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025년 9월 1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차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미 외교 당국이 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분야별 실무협의체의 조속한 가동에 합의하면서 핵추진잠수함 등 한국의 관심 사안에 대한 논의가 조속히 진행될지 주목된다.
다만 미국은 한국의 관심 사안보다는 한미동맹 현대화와 한국의 대미 투자 등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받기로 한 부분에 더 집중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 향후 사안별로 이행 속도에 차이가 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만나 양국 정상 간에 채택한 공동 팩트시트의 이행 문제를 논의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29일 경주에서 회담한 뒤 합의 내용을 정리한 공동 팩트시트를 지난 11월 14일 발표했는데 이후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보와 무역을 포괄한 이 합의의 골자는 한국이 3천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지원 또는 승인키로 했다.
양 차관은 약 40분간 진행된 이날 협의에서 이런 합의를 실무적으로 이행하는 데 필요한 양국 간 대화 틀을 짜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외교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 차관은 원자력과 조선, 핵추진잠수함 등 주요 분야 후속 조치를 신속하고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분야별 실무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해 나가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박 차관은 특히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한미 간 협의 절차의 조속한 개시를 요청했으며, 이에 랜도 부장관은 양측 간 긴밀히 소통해 나가자고 했다.
또 양 차관은 핵추진잠수함, 조선 협력 문제에 관해서도 한미 간 협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 국무부 청사에 입장하는 박윤주 외교1차관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박윤주 외교부 1차관(왼쪽)이 1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 들어가고 있다. 2025.12.2 jhcho@yna.co.kr
그러나 미 국무부 보도자료에는 우라늄 농축이나 핵추진잠수함에 대한 언급이 없다.
회담 내용을 각자 소개하는 보도자료는 양측이 단어 하나하나까지 조율하는 공동성명과 달리 그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상대국이 아니라 자국민을 대상으로 외교 활동을 소개하는 자료다 보니 국내에 홍보하기 좋은 내용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점을 고려해도 차이가 눈에 띈다.
국무부에 따르면 랜도 부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조선업과 같은 핵심 전략 부문 전반에서 한국의 미국 제조업에 대한 전례 없는 투자 약속을 환영한다"면서 "한국의 투자가 미국의 재산업화 노력에 상당히 기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미국의 주된 관심은 한국의 대미 투자와 이를 통한 미국 제조업 재건에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서로 관심사가 다를 경우 사안별로 이행 속도에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강조한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핵추진잠수함은 민감한 사안인데다 미국 내부적으로 상당한 조율과 관련 규정 등의 개정이 필요할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에 강력한 의지가 있지 않으면 추진 동력을 확보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그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면 흐지부지될 위험이 있어 그간 외교가에서는 초기에 속도를 내 차기 미국 행정부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진척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고물가 등으로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고 있고, 집권 여당인 공화당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질 경우 조기에 레임덕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한미간 우라늄 농축 등 원자력 협력을 둘러싼 실무 협의체를 얼마나 조기에 구성해 속도감있게 협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여러 복잡한 국내외 현안에 둘러싸인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합의 이행 의지를 확인할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국무부는 한미동맹 현대화의 이행을 논의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외교부 보도자료에는 없는 내용이다.
미측 입장에서 한미동맹 현대화는 한국의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한편 주한미군은 중국의 위협에 더 집중하게 한다는 속내를 내포한다는 것이 많은 전략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를 강력하게 추구해왔고 한국은 관련 논의에 적극 임하면서도 중국과 엮인 민감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 미국이 관심 갖는 무역, 투자 부분은 합의가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이행되는 양상이다.
무역, 투자의 경우 사실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한 한국의 부담이 크며 미국은 자의적으로 부과한 관세를 인하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한국이 투자를 이행하는 한 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한국이 국회에서 전략적 투자 법안을 시행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움직였다"면서 "이에 미국은 합의에 따라 자동차 관세를 11월 1일부로 15%로 하는 것을 포함해 특정 관세를 인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이 언급한 법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6일 국회에 발의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이다.
앞서 양국은 한국의 대미 투자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이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자로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춰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미국이 관세 인하를 시행하기 위한 내부 행정절차를 완료하고 관보 게재 등을 통해 공식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회담 결과 설명하는 박윤주 외교1차관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 국무부 청사에서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을 갖고 팩트시트 이행 방안을 논의한 뒤 취재진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2025.12.2 jhcho@yna.co.kr
연합뉴스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