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시

케이시애틀 연재 에세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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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미국 여행의 어려움

에세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11 09:41
조회
223

될 때까지 하는 영어 회화 도전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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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는 모건타운이라는 작은 소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에서 웨스트버지니아로 직접 가는 국제항공편이 없었기 때문에 뉴욕에 있는 존 F. 케네디(이하 JFK) 공항에서 피츠버그 공항으로 경유해가는 항공편을 예약하였고, 피츠버그 공항에서 모건타운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했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JFK 공항까지는 14시간이 넘는 비행거리였기 때문에 나는 가는 동안 공부할 상황별 영어회화 책을 한 권 챙겨갔다. 비행기 안에서 책을 보며 상황별 문장을 암기하였고 그대로 의사소통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을 하니 나름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국 땅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내 기대는 점차 두려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입국 심사부터 문제가 생겼다. 심사 직원은 퉁명스러운 태도로 나에게 왜 미국에 왔는지, 숙소는 어디인지, 직업은 무엇인지, 왜 한 달이나 미국에 체류하려고 하는지 등등의 질문을 하였다. 당시에는 에어비앤비가 한국에 서비스가 되기 전이었고, 한국에서 모건타운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미리 숙소를 알아보지 않고 출발을 한 상태였다. 실습 시작일보다 며칠 일찍 도착하여 주변을 둘러보며 병원, 식당, 마트 등과 멀지 않은 곳을 직접 알아볼 생각이었다. 출입국 직원은 내가 숙소가 없다고 하자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을 하는 듯하였다. 나는 직원의 질문에 단답형으로 겨우 대답을 할 뿐 내 상황을 차분히 영어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점점 머릿속이 하얘지던 와중에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에 도착하면 교학과를 찾아갈 때 보여주려고 출력해왔던 직원과 주고받은 메일이 떠올랐다. Sorry를 연발하며 손짓으로 잠시만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한 후 가방에서 메일을 꺼내서 보여주었고 그제야 출입국 직원은 나를 통과시켜주었다.

 

겨우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JFK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피츠버그 공항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눈이 와서 악천후로 인해 피츠버그행 비행기가 취소가 되었다. 다행히 미리 온 덕분에 실습 시작 전 며칠간의 시간적 여유는 있었지만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했다. 취소된 항공사 직원에게 다른 비행기로 바꿔줄 수 있는지를 물었으나, 내가 한국 항공사를 통해 예약을 했기 때문에 변경도 한국 항공사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하였다. 알겠다고 하고 내가 타고 온 OOOO 항공을 찾아 나섰지만, 사무실과 직원들을 모두 공항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공항 안내 직원한테 물어봐도 OOOO항공사의 사무실 위치를 알 수가 없었고, 그나마 안내해준 번호로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았다. 시차 때문에 한국 본사로도 또한 연락이 되지 않았다. JFK 공항은 4-5개의 터미널이 열차로 연결이 되어있는 구조인데, 나는 2시간이 넘게 열차를 타고 공항을 이곳저곳 돌아다녔으나 OOOO 항공 부스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원래 예약이 되어있던 미국 항공사로 다시 찾아가 다음날로 예약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서는 1박을 할 장소를 찾아야 했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에 직원한테 물어서 안내 지도를 받아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숙소를 확인하였다. 공항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있는 자메이카라는 지역의 호텔에 묵게 되었는데 거기서도 문제가 발생하였다. 저녁을 먹으려 나가보려고 했으나 호텔 직원이 식당이 걸어서 15분 정도 가야 하고 밖이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호텔 방 안에는 전화 주문을 할 수 있도록 피자집과 중국집 번호가 비치되어 있었지만, 난 전화로 영어를 할 자신이 없었다. 그냥 저녁은 굶기로 하였고 호텔에 있던 자판기에서 초콜릿과 음료를 사서 먹은 후 다음 날을 맞이하였다. 다음날은 그래도 이왕 뉴욕이란 곳에 왔으니 밖이나 둘러보자는 생각으로 음식점을 찾아 돌아다녔다.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음산한 기분이 들었다. 도착한 음식점 주변에서는 무슨 사고가 났는지 경찰차가 한대 서있고 경찰관이 나와 있었다. 나중에 모건타운에 도착해서야 알았지만 자메이카는 치안이 불안정한 곳이라고 한다. 식사를 한 후 짐을 챙겨 공항에 갔으나 그날도 눈이 와서 비행기가 뜨지 못했고 나는 공항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한 후 다시 자메이카에 있는 호텔로 돌아갔다. JFK 공항에 도착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피츠버그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첫 미국 여행의 신고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이 에세이는 브런치 작가 정신적 자유 연구소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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