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편견이란 무엇인가 - 데카르트, 칸트, 하이데거, 가다머로 이어진 편견에 관한 철학 논쟁을 다시 시작한다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0-31 13:14
조회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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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란 단어가 있고, 선입견이란 단어가 있다. 둘 다 건강하지 못하다. 치우쳐있다. 불쾌하다. 선입견이라는 것은 다소 수정될 기미가 보이지만, 편견은 도무지 틈이 없어 보인다. 굳어있다. 전적으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절대 편견이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 또한 문제다. 더 나쁜 것은 편견은 내 생각이 아니고, 당신 생각이라는 것. 내 생각은 언제나 정견(?)이라는 편견 속에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편견’이라는 것은 현재 우리가 받아들이는 단편적인 생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그의 논지를 펼쳐나가고 있다. “편견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 포착한 것은 임마누엘 칸트의 계몽에 대한 정의이다. 그는 계몽을 편견 일반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정의했다. 확실히 여기서 칸트가 말하는 ‘편견’이란 정당화되지 않은 증오 이상의 것이다. (....) 칸트가 관심을 갖는 편견에는 전통, 습관, 관습, 교육 같은 것이 포함된다. 거기엔 심지어 인간의 타고난 욕망까지 포함된다. 이런 것들은 의식적인 성찰을 피해가면서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도전하고자 하는 것은 판단에 관한 편협한 사고방식, 즉 편견을 무조건 배격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그의 도전은 서로 구분되는 두 가지 판단 개념에 근거한다.

“첫째는 비관여적 판단개념이다. 판단에 어떤 외부적인 영향력을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개념이다. 두 번째는 정황적 판단개념이다. 이 개념에 따르면 완전한 판단이란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다. 숙고와 판단은 언제나 우리가 처한 구체적 삶의 환경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황적 판단 개념에 따르면 우리가 처한 삶의 환경은 합리적 사유에 대한 방해물이 아니라 합리적 사유에 정보를 제공하여 판단을 가능하게 해주는 관점을 기능한다.”

저자는 이 두 가지 판단개념 중에서 후자인 ‘정황적 판단개념’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울러 편견에 반대하는 주장에 대한 비관여적 개념과 정황적 개념의 대비가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이 생각을 보완하기 위해 마르틴 하이데거와 한스게오르크 가다머라는 20세기 독일 철학자의 저작을 살펴보고 있다. 이 두 사람은 “우리의 이해와 판단은 언제나 우리가 관여하는 전통과 기획, 실행에 의해 형성된 세계 내에서 혹은 지평 안에서 정황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것은 우리가 판단을 내릴 때, 즉 정치나 법의 영역에서 서로 상충하는 주장들을 평가할 때, 철학 텍스트에 대한 이해를 시도할 때, 이러저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숙고할 때 완전한 무의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가 내리는 판단은 언제나, 아직 정당화되지 않은, 대부분 우리의 의식적 관심 아래에 깔려 있는 선(先)개념(선입견)과 참여에 영향을 받는다. 저자는 대체적으로 ‘편견’이라는 단어에 호의적이다. ‘배경지식’이라는 표현과 같은 곳에 올려놓기도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 르네 데카르트, 애덤 스미스, 이마누엘 칸트, 에드먼드 버크 등의 ‘편견에 반대하는 주장’을 시작으로, 하이데거의 세계로 넘어간다. 하이데거의 말을 들어본다. " ‘위함’은 ‘무엇을 하기 위함’이라는 의미다. 이것은 또한 ‘무엇을 향함’의 의미다. 이것은 다시 무언가가 그 ‘안에’ 개입함. 그리고 다시 무엇과 함께 개입함을 의미한다. 이 관계는 시원적 총체성으로서 서로 엮여 있다. 이 관계들은 이러한 의미로서 그 자신이다....이것이 곧 세계의 구조, 즉 현존재가 이미 그러한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구조가 구성되는 방식이다." 저자는 ‘현존재’를 이렇게 풀이한다. “‘현존재’라는 용어에 대한 하이데거의 정당화는 이렇다. 즉 ‘현존재’는 인간 삶에 대한 주관주의적 이해를 배격한다(왜냐하면 우리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우리가 하는 행동에 몰입하는 존재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존재는 우리의 비 반성적 활동ㅡ무엇인가와 관련을 맺고,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이용하며,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내려놓으며, 또 무엇인가에 착수하고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등의 활동ㅡ이 이미 우리가 속해있는 지평 혹은 세계를 상정하고 있다는 의미를 포착하고 있다. 인간의 삶은 현존재, 즉 ‘거기에 있음’ 혹은 ‘세계ㅡ내ㅡ존재’라는 말로 정의된다. 인간의 삶은 결코 고립된 자아ㅡ그것이 ‘생각하는 사물’이건(데카르트) 아니면 무한히 창조적인 개인이건ㅡ의 행동일 수 없다는 것이다.

편견에 대한 가다머의 우호적 입장도 읽어볼만하다. 가다머는 에드먼드 버크의 뒤를 이어 ‘편견’을 전통의 영향력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편견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계몽 사상가들에 맞서 편견을 옹호했다. 가다머가 버크와 다른 점은 편견을 이성과 연결시킨 점이다. 가다머는 편견을 ‘이해를 위한 조건(conditions of understanding)’이라고 여겼다.

도덕 판단에서 편견의 역할은 어떨까? 아리스토텔레스를 초대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처한 포괄적 상황 혹은 삶의 관점을 ‘좋은 삶’이라는 견지에서 파악한다. 그는 선은 우리가 그것에게 인도를 원하는 추상적 형식이 아니라, 우리의 행위(프락시스)에서 표현되는 구체적인 목적인(目的因)이라고 했다.

 

이 책의 저자 애덤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센델의 아들이다.

부자지간에 ‘~무엇인가’ 시리즈로 뭔가 해보겠다는 거냐는 편견을 접어놓고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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