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인터넷도, 커피도, 술도 없는 삶은 어떤 삶일까? 지난여름 템플스테이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대강 유추할 수 있다. 나는 맹숭맹숭한 시간 속에서 숲을 거닐고, 석탑과 불상을 오랫동안 응시하였다. 나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지금의 나를 저만치 멀리서 바라보았다. 내일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보였다.

미국 시애틀에서 한 시간 떨어진 시골에서 수렵생활을 하며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박혜윤 작가의 < 숲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책을 지난주에 읽었다. 나는 내가 읽은 책 중,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조용한 삶을 선택하고 실천한 책을 골랐다. 열 권 정도의 책을 소개한다.

석학의 통찰력

먼저 고전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은 저자가 월든 호숫가에서 2년간 통나무집 생활을 한 경험을 적은 글이다. 법정 스님도 월든 호수를 세 번이나 방문하였다고 한다. 자연과 교감하고 단순한 삶을 강조한 책으로 각박한 삶에 찌든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오래된 미래>는 히말라야의 고원지역 라다크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가난과 가혹한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를 말해준다. 발간된 지 오래된 책이지만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라다크적인 삶에 대하여 성찰할 수 있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는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이 평생 추구한 삶에 대한 이야기다. '적게 갖되 충만하게 살'다간 그들의 삶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스코트 니어링의 죽음이다. 스코트는 100세 생일을 앞두고 스스로 음식을 끊었다. 가장 엄숙하게 죽음을 준비하고 받아들였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고 내가 소망할 수 있으나 실천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꼈다.

시골 삶을 실천한 이야기  

시골 삶을 실천하고 기록한 책이 두 권이다.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은 역사 지리학자 최영준 교수가 춘천시 홍천강변에 허름한 집 한 채를 마련하고 주말과 방학 동안 농사를 짓고 살았던 이야기다. 저자는 '농사일이야말로 가장 좋은 수신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월송리 김 교수의 고향 만들기>다. 중년에 이른 김재환 교수가 춘천 인근 시골에 땅을 사고, 농사를 짓고, 집을 짓고, 이웃과 어울려 살면서 고향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다. 두 이야기 모두 시골생활에 정착하기 위한 실용서다. 도시인의 농사일기로서의 활용도가 높다. 시골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읽어 볼 만하다.

시골에서 자본주의 실천하기

시골에서 산다고 해서 자본주의를 무시하고 살 수는 없다.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숲속의 자본주의자>에서 잘 알 수 있다. 박혜윤 작가는 자기가 만들고 싶지만 돈이 되는 '통밀빵'과 대강 만들어도 구매자가 줄 서는 '스콘'을 비교한다. 시골에서 자본주의를 적절하게 적용하면서 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자본론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책이다.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다. 자본론의 대안을 찾는 작가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

문인의 시골생활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세 권의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이다. <강아지똥>, <몽실언니>의 저자로 알려진 권정생 선생님은 동화작가로 유명하지만 인간적인 면은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충렬 작가의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은 시골 교회의 종지기로 살아가는 선생님의 이야기다.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소명을 위해 죽을힘을 다한 숭고한 삶을 그려내고 있다. 

함민복 선생님의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도 내가 추천하는 책이다. 충북 중원 군에서 태어난 시인은 강원도 동막리 사람이 되었다. 우연히 찾은 강화도에서 매달 얼마의 돈을 내면 살 수 있는 폐가를 발견하고 눌러앉은 저자는 어부가 되고 시인이 되었다. 

시인이 쓴 산문집은 흐르는 강물처럼 술술 읽힌다. 김해자 시인의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라는 책이 그렇다. 미싱사, 노동운동가, 미술치료사, 강사, 초보 농사꾼인 시인이 시골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시인이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엉뚱하고 이상한 사람들이지만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이상한 사람들 아닌가? 시인은 말한다. "가장 나다운 내가 가장 당신다운 당신을 만날 때 우리는 꽃으로 피어납니다."

*대문사진 출처: 박혜윤(<숲속의 자본주의자> 저자

<그림> 시골에서 기록한 성찰 북매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