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시

케이시애틀 연재 에세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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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 - Life in the hottest city in the U.S.

에세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28 01:35
조회
387

38살, 박사 유학을 떠나다 (16화)

 

얼마 전 친구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2050년에는 지구 온난화로 피닉스는 살 수 없는 도시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살 수 없는 도시에 집 사면 안 되겠다는 게 요지였다. 이곳의 제일 더운 날씨 기록은 2020년 화씨로 120도 (섭씨 약 50도) 찍고 Phoenix에서 200명 정도 더위로 사망했다고 한다. 작년 8월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밤까지 열기로 가득 찬 건식 사우나 같은 도시를 체험하면서, 아 이런 더위가 있구나...라는 걸 경험했다. 여름이면 우기 몬순이지만, 다행히 습도가 없다. 건조하기 때문에 그늘에만 가도 시원해서 살 수 있는 곳 같다. 습도가 없다 보니 해가 없는 밤에 38도 정도만 돼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이곳 사람들은 플로리다나 텍사스와 비교하면서 '그래도 우리는 습도가 없으니깐' 하면서 다행으로 여긴다. 그러면서 매일 날씨를 확인한다. 오늘은 나갈 수 있는 날씨인지 아닌지 말이다. 1-2도 정도의 차이가 크다는 걸 알게 됐다. 이곳의 여름을 보내보니 45도-48도는 밖에 나가면 안 되는 날씨이다.

 

이곳은 6개월 정도가 굉장히 더운 거 같은데 7월부터 점점 시작돼서 7,8,9월이 피크라고 한다.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햇살이 강해서 너무 더운 곳은 긴 팔을 입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간혹 우산 같은 양산을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완전한 여름을 이곳에서 처음 보내면서 궁금해졌다. 이 더운 여름에 이곳 사람들은 뭘 할까. 밖에 야외 활동을 못하니 모두 집에서 생활하는 건가.  이곳에 오래 산 로컬 (local) 지인들 말에 따르면, Arizona 사람들은 여름에 다른 주로 떠난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미국에 있는 박사 동기 친구들은 집으로 혹은 다른 주로 여행을 다닌다. 그래서 7,8,9 세 번 여름을 지낸 사람이어야 진짜 애리조나 사람이라고 한다. 이 번 여름을 보내면서, 나 또한 내년 여름에는 무조건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해로 충분하다는 생각. 다들 그렇다고 한다. 애리조나 사람들도 이곳 여름을 싫어한다.

 

그럼 왜 이 더운 곳에 학교를 지원하게 됐는가. 사실 학부를 미국에서 제일 추운 도시, Minneapolis에서 보냈기 때문에 추운 곳에서 4-5년을 보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박사 지원할 때 춥고 눈이 오는 곳에 있는 학교는 지원하지 않았다. 겨울이 되면 보통 -18-20도 정도가 되는데 4년 동안 평생 살면서 볼 정도의 눈을 경험한 것 같다. 코로 숨을 쉬면 코털까지 어는 듯한 느낌이 들고, 시동을 켜고 앞유리에 얼어있는 눈을 치우고 10분 정도 차를 데운 후 출발해야 하고, 밖에 나가려면 장갑, 목도리, 모자 등 꽁꽁 싸매서 나가야 한다. 그곳은 옷은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라서 옷과 신발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미국에서 가장 큰 Mall of America가 있다. 우리나라 롯데월드처럼 몰 안에 작은 놀이기구들도 있고, 백화점 4개, 영화관 등이 모두 붙어 있는 일종의 복합몰(Complex)이다. 6개월 정도 너무 춥다 보니 실내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가장 큰 몰이 생긴 거다. 재밌는 건 이곳 사람들은 추위를 잘 견딜 수 있다는 걸 자랑스러워한다. "Oh, Ya, Minnesotan" 자기는 미네소타 사람이라서 이 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자주 표현한다. 더위를 싫어하는 애리조나 사람과 추위를 싫어하지만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미네소타 사람의 태도가 재밌다. 추운 곳에서는 그래도 살만 한데 더운 곳은 살기 어려운 곳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가장 추운 도시에서 있다가 가장 더운 곳에서 또 살게 됐다고 하니 친구가 놀리듯이 나중에 "나의 인생은"이라는 책을 쓰려고 하냐고 묻는다. 너무 극단적인 생활 때문인가. 그래도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더 나은 거 같다. 물론 다음 여름에는 이곳에 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말이다. 미네소타의 긴 겨울만큼 긴 여름을 가진 이곳에는 그다지 큰 몰이 없다. 사람들이 뜨거운 여름을 피해서 다 떠나서 그런가 보다. 추운 곳에서 큰 기업들이 많이 생겨난 반면, 더운 곳에는 큰 기업이 적다. 그렇게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추운 곳이 더 나은 건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졸업 후에는 이제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곳에 정착해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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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는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 Pause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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