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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사들 간의 인종 차별 - 나의 경험

에세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01 14:38
조회
204

나는 미국 고등학교 교사다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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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년 동안 내가 일한 곳은 대학교를 포함 총 4곳의 학교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티칭을 한 결과 미국에 인종 차별이 없는 곳은 없는 것 같다. 특히 내가 거주하고 있는 보수적인 중부는 특히나 더 그런 것 같다. 중부는 예전 독일인, 이탈리아인 등과 같이 유럽에서 이민 온 정착민들이 몇 대에 걸쳐 살아오고 있기 때문에 같은 성씨들이 주를 이루는 성씨촌이 많다. 이들의 대부분은 가톨릭이고 그 종교적 윤리에 따라 이 가정 당 자녀를 5-10명씩 낳았고 그렇게 장성한 자녀는 이제 100-200명이 되어 그 도시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내가 일했던 고등학교는 보수적인 독일인들이 정착하여 만들어진 조그만 도시였기 때문에 그들의 성씨 (Last name)가 그 사람과 그 가족의 사회적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눈으로 본 나는 아무도 아닌 동양인이었다. 엑센트가 섞인 나의 발음을 들으며 대화할 때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그들의 고압적인 태도에 많은 상처를 받곤 했었다. 그렇게 상처 난 곳에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하는 것을 11년째 반복하다 보니 이제 남은 것은 자존심 하나뿐이고 더 이상 그들의 무례함에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 만큼의 강단도 생겼다.

이 이야기는 아마 한 4-5년 전의 이야기 일 것이다. 내가 중부의 시골 고등학교에서 일할 때 겪은 이야기이다. 나는 그때 AP를 가르치고 있었다. 12년 동안 일했던 모든 학교에서 나는 유일한 아시아인이었다. 파란 눈의 금발 혹은 갈색 눈에 갈색 머리만 있는 곳에 유난히 검은 머리는 내가 어디에 가든 눈에 뜨였고, 어릴 적 입양된 한국, 중국인이 아니고서야 나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였다. 그렇게 이유 없이 튀는 나는 나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전부 그들의 눈에 거슬렸다. 동일한 잘못을 해도 그저 웃고 넘어갈 일이 내가 하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유 없는 죄인처럼 기가 죽어 다녔고 내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조그마한 복수는 내가 더 열심히 가르쳐서 내가 가르치는 AP반의 아이들이 다른 AP 반보다 더 많은 passing rate을 내는 것뿐이었다.

매년 5월 AP 시험을 보게 되면 6월 말-7월 초에 결과가 나오게 되는데 그 결과가 너무 적나라하게 나온다. 나의 학생들의  passing rate부터 나의 학생 평균을 주 전체 평균, 미국 전체 평균, 국제 전체 평균과 비교를 한 데이터가 정확하게 나오게 된다. 이것은 많은 AP 선생님들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지점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나의 실력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나는 매일 6:30분에 출근해서 철저하게 수업 준비를 했다. 대부분 선생님들은 숙제 검사를 하지 않았지만 혹은 숙제를 걷더라도 제대로 채점을 하지 않고 숙제 여부만을 확인하고 다시 학생들에게 되돌려 주었지만, 나는 하루에 1-2시간에 걸쳐서 꼭 모든 학생들의 문제 하나하나를 전부 체크하고 점수를 매겼다. 하루에 1-2시간의 시간을 뺄 수 있었던 건 아침에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남들보다 조금 늦게 퇴근하고 점심시간 30분 동안 수다를 떠는 대신에 학생들의 숙제를 채점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 학교에는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 교장이 있었는데 그 학교에서만 35년을 근무했다. 자신의 35년 경력에 아마 아시아인 교사는 내가 처음이었으리라. 그는 늘 내 앞에서 거만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가 나를 싫어하지 않는 만큼 나 역시 그가 맘에 들지 않았다. 하루는 AP 교사들의 모임이 있었다. 학교의 모든 AP 선생님들이 교장실에 모였고, 교장은 들어오는 한 명 한 명 모든 선생님에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했다. 물론 지난 2년간 한 번도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한 적이 없던 그 교장은 나에게는 아무런 인사가 없고 바로 내 뒤에 들어오는 백인 남자 선생님에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책자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책자를 받지 못한 나는 손을 들어 책자를 요청했고 그는 책자를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내 책상 앞으로 던졌다. 그때 내가 받은 모멸감은 정말 "x발 때려치우자"였다. 어쩌면 지난 2년간 꾹꾹 참아 왔던 나의 서러움이 이 사건을 계기로 터지게 된 것이다. 순간 나는 나는 왜 이런 모욕감을 받으며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의 생각과 달리 미팅이 끝날 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뛰져 나가고 싶은 내 다리를 움켜 잡으며 나는 미팅이 끝날 때까지 앉아있었고 그날 나는 사직서를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사진서를 작성하는 동안 나는 눈물을 흘렸다.

고작 이런 대우받자고 지난 시간들을 견뎌냈나...

내가 원했던 꿈은 이게 아니었는데....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었나를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그저 한 교사의 일원으로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접받기를 원했다. 나는 그들에게 철저하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인간이었다. 사직서를 작성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건 나의 학생들이었다. 엑센트가 있는 검정 머리의 선생님이 신기해서 인지 아이들은 점심시간마다 내 교실에 와서 나와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고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그 아이들을 위해 나는 한복을 가져가서 그 아이들에게 입히고 사진도 찍고 했던 순간들이 지나쳐 지나갔다.

작성을 마친 뒤에 나는 사직서를 봉투에 넣어 다음 날 학교에 가져갔다. 그리고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 나는 나의 Chair에게 먼저 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늘 나의 편이었던 그녀는 무슨 그런 일이 있었냐며 나에게 자신이 먼저 가서 교장과 이야기를 해 보겠다고 했다. 교장과 이야기를 하고 온 그녀는 나를 위로해 주며 하루만 더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 인지 교장은 그다음 날 나에게 찾아와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의 미안함은 진정한 미안함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교장의 위치와 지금 당장 내가 그만 두면 학부모에게 엄청난 항의와 동료 교사에게 자신이 받을 질타를 생각해서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는 것을...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이유들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한 것이든 아니든 적어도 한 번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식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에세이는 미국 고등학교 교사 킴 쌤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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