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게시판

제자리를 찾은 불교 문화유산들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09-13 19:35
조회
356

불교중앙박물관은 조계종에서 설립한 박물관으로 조계사 옆에 있다. 처음 가면 찾기가 조금 힘들지만 조계사 정문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가면 박물관 입구를 찾을 수 있다. 가장 쉬운 건 우정총국 쪽으로 올라가는 것. 그러면 거의 바로 입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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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지본처'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또는 돌아온다"라는 뜻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목 그대로 본래의 자리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불교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 다만 이들 문화재가 본래의 자리를 벗어나야 했던 이유가 슬프다. 바로 도난이다.


 


사실 사찰에 있는 문화재도 이렇게 도둑들의 표적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으로 실감하게 됐다. 물론 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덤을 도둑질하는 도굴이 만연했을 뿐만 아니라 국립 박물관을 대상으로 한 도난 사건도 종종 발생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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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로 들어가는 입구 양쪽에서 첫 번째 전시품인 "순천 선암사 오십삼불도"를 볼 수 있다. 이름 그대로 53분의 부처님이 그려진 불화였으나 1998년 도난당한 이후 크게 훼손된 채 발견되었고 지금은 네 분의 부처님만 남아있다고 한다. 돌아오긴 돌아왔으나 참 씁쓸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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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쪽 복도를 지나면 공간이 하나 나온다. 여기서 좌우로 전시실이 하나씩 있다. 실질적으로 전시의 첫인상이 결정되는 부분인데 아주 멋있는 분위기로 연출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운데 보이는 불상은 1663년 조성된 것으로 전해지는 "장수 팔상사 목조 아미타불좌상"으로 1993년 도난 되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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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솔직히 전시 설명만 봐서는 구분이 좀 모호한 면이 있으나 일단 내가 이해한 대로 옮겨보기로 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위 사진에 나온 설명처럼 과거 도난되었다가 지난 2014년 또는 2016년 환수된 불상과 불화가 주로 전시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당 사건은 도난 문화유산 몰수 판결로는 불교계 최초의 사례라고 하니 그 의미가 상당히 깊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밖에 할 수 없으나 나름 또 통쾌한 면도 있다. 


 


사건과 관련된 기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만큼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은 사람은 아래 기사 등 관련 보도를 참고하면 좋겠다.


대법원 은닉 불교문화재 '몰수 명령' 확정 - 현대불교신문


불법 유통된 불교 성보 문화재를 수십 년 동안 은닉해온 전직 사립박물관장에게 내려졌던 유죄 선고와 ‘몰수’ 명령이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도난당해 제자리에 갈 수 없었던 불교 성보들


www.hyunbulnews.com


 


전시된 성보의 숫자가 많아서 하나하나 짚을 수는 없고 각 파트에서 내가 보기에 좋았던 것 위주로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려 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도난을 많이 당해왔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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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완주 위봉사 목조 관음보살입상과 지장보살입상"이다. 1605년 조성된 불상으로 1989년 도난되었다고 한다. 주로 크고 작은 좌상이 많이 전시된 가운데 두 점 서 있는 입상이라 눈길이 많이 갔다.


 


설명을 보면 해당 보살상들의 조성 배경 등을 담은 발원문이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같은 양식의 보살 입상이 익산 관음사와 혜봉원에도 봉안되어 있고 이 중 익산 관음사의 보살 입상에서 조성기가 발견되면서 원래 한 세트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원래 소장처를 알기 힘든 도난 불교문화유산의 제자리를 찾는 과정을 전시품 해설에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이 전시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였다.


 


오른쪽 사진에 있는 불상은 "해남 대흥사 목조 아미타삼존불좌상"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아담한 삼존불이 나란히 있어 보기 좋았고 조성발원문이나 중수기와 같은 복장 유물도 함께 전한다는 점에서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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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파트에서는 꼭 2014년, 2016년의 환수 사례뿐만 아니라 조계종을 비롯한 유관기관의 다양한 노력으로 환수한 문화재를 다루고 있다.


 


왼쪽 사진은 부여 무량사 오층석탑 봉안 금동불상이다. 아미타삼존불상은 조선시대 것이고 (오른쪽에 혼자 있는) 보살좌상은 고려 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석탑에 봉안된 불상이라고 하니 국중박 [조선의 승려장인] 전시에서 봤던 수종사 석탑 봉안 금동불상군이 생각났다.


 


오른쪽 사진은 서울 봉은사 청동은입사향완. 고려 시대 물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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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왼쪽으로 가야 하는 마지막 파트에서는 '가장 많이 잃어버린 성보문화재'로 불화가 집중 소개된다. 실제로 불화의 경우 오려서 접거나 말면 부피를 줄일 수 있고 해외 경매 등에서 높은 가격에 팔린 경우가 있기 때문에 도난 피해를 가장 많이 입나 보더라.


 


또 불화는 원래 봉안된 사찰이나 장소를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화기(불화의 조성 배경, 참여한 화승 등을 담은 글)를 고의적으로 훼손하는 경우도 많고 한다. 이번 전시에 나온 불화에서도 실제 이렇게 화기가 훼손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왜들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다른 파트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전시실에서 볼 게 너무 많았다. 특히 불화의 경우 지장시왕도, 신중도 등 같은 테마의 그림이 여러 점 나와 있어 서로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인상적인 작품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화승 신겸이 수화승으로 참여한 "안동 용담사 감로도"(왼쪽 사진)였다. 커다란 스케일에 다양한 볼거리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대작이었다. 특히 이제는 이름이 많이 익숙한 신겸의 작품이라는 점도 괜히 반가웠다.


 


오른쪽 사진은 구례 천은사 영산회상도의 일부인데 보살의 보관 위에 있는 작은 부처님(?)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찍었다. 이렇게 한 작품 안에서 인물들의 의복, 표정, 도구 등등 볼거리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썼다. 원래 불화보다 불상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편이었지만 이번 전시에서 불화 보는 재미를 깨달은 듯.


 


불교중앙박물관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55


 


처음 전시 소식을 접했을 때 재미있는 주제라고는 생각했지만 불교중앙박물관은 첫 방문이고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보고 나니 하나하나 화려하고 특색 있는 전시품의 면면에 '환지본처'라는 전시 콘셉트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대규모 불교문화유산 전시라는 점에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선의 승려장인] 전시가 생각났다. 규모나 연출 면에서는 국중박 전시가 기억에 많이 남지만 불교 작품을 들여다보고 감상하는 재미만큼은 이 전시도 거기에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시 호흡이 짧아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몰입을 유지하기 편했던 것 같기도 하고.


 


불교 신자나 관련 전공자가 아닌 내 수준에서도 즐겁게 본 전시인 만큼 마찬가지로 불교문화유산 보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가보기를 추천한다. 조계사 옆에 있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나 사실 엄밀히 말하면 입구도 달라서(우정총국 쪽으로 올라가면 됨) 특별히 부담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출처: brunch.co.kr/@kowl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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