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여행지

오로라 - 초록빛 정령의 춤

여행기
작성자
KReporter
작성일
2023-02-21 13:22
조회
771

낯설고 신비한 존재는 경이롭다. 옐로나이프의 선주민들은 신묘한 빛깔의 오로라를

조상의 영혼이라 믿었다. 옛 중국인들은 용의 춤이라고 생각했고, 유럽인들은 하늘의 촛불이라 불렀다.

 창백하고 푸른 밤하늘을 보다 초록빛 오로라와 조우했다. “오!” 탄성이 절로 우러나왔다.

누군가는 “인생에서 다시 만나기 힘든 특별한 경험”이라며 감탄했다.

 당신의 버킷리스트 중에 오로라가 있다면, 춤추는 초록빛 정령을 만나러

캐나다 옐로나이프로 날아가 보자.

글·사진 / 진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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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빌리지의 밤하늘을 수놓은 초록빛 오로라>

 

오로라와의 황홀한 조우 

-36℃. 공기가 얼음 같았다. 가슴이 답답했다. 눈을 깜빡이자 차가운 물이 눈동자에 흘렀다. 꼬박 하루를 여행해 처음 마주한 것은 매서운 추위였다. 내의에 핫팩을 붙이고, 스웨터와 패딩을 입고 그 위에 또 두꺼운 방한복을 껴입었다. 방한화와 장갑, 얼굴 덮개까지 온몸을 감싼 덕에 그나마 견딜 만했다.

한국에서 캐나다 밴쿠버를 거쳐 옐로나이프까지 날아간 뒤 눈이 얼어붙은 도로를 또 30여 분 달려 오로라빌리지에 도착했다. 오로라빌리지는 도시의 광해가 닿지 않는 야생에 자리 잡은 오로라 관측지다.

보름달이 되려면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달이 어찌나 밝은지. 눈밭이 하얗게 빛났다.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 걱정됐다. 눈밭에 흩어져 있는 ‘티피’ 중 하나로 향했다. 티피는 이곳의 선주민인 북미 인디언 데네족의 천막집이다. 장작 난로가 타고 있는 티피 안은 온기가 가득했다. 치마폭을 닮은 티피는 여성의 몸을 상징한다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옐로나이프에 도착한 첫날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오로라빌리지에서 오로라를 기다렸다. 고요한 밤이었다. 눈 덮인 오로라 호수 건너편에서 썰매견들이 간혹 울었다. 둘째 날은 밤 9시부터 4시간여 동안 또 기대했다. 전날과 달리 가문비나무와 자작나무를 흔들어 대는 바람이 거셌다. 구름이 아예 하늘 전체를 덮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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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이 눈밭에서 오로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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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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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피에서 장작 난로를 쬐며 이야기를 나누는 여행자>

 

이틀 동안 오로라는 아주 잠깐 희미한 녹색을 흘리고 사라졌다. 구름인지 오로라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마음이 더욱 안달 났다. 셋째 날엔 낮부터 몰아치던 눈보라가 밤까지 계속됐다. 예정 시간보다 늦게 버스가 숙소에서 출발했다. 오로라빌리지에 이르자 눈보라는 그치고, 달무리가 반겼다. 둥근 달무리를 보며 또 눈밭에 앉아 오로라를 고대했다.

자정 무렵 가이드가 “오로라! 오로라!”를 외쳤다. 맑고 검푸른 밤하늘에 초록빛 무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신비한 초록빛 오로라는 하늘 이쪽저쪽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여행자들은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으로 감탄사를 쏟아냈다. 북극성 아래 하늘에는 굵고 짙은 녹색 오로라가 일어나 티피 위에서 요동치기도 했다. 사흘 만에 마침내 오로라와 마주했다.

한번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며칠 전에 찍힌 화려한 오로라 사진을 가이드가 보여준 탓도 있었다. 아직 하루가 더 남았지만, 일정을 이틀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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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빌리지의 다이닝홀 처마에 장식된 바이슨(들소) 머리 위로 녹색 오로라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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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물결치는 오로라>

 

다음날엔 한국인 가이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메이들린 호수로 오로라 헌팅에 나섰다. 이날은 유독 더 추웠다. 완전 무장을 하고도 10여 분을 차 밖에 있기가 힘들었다. 야속한 달빛은 북두칠성, 목성, 화성, 베가 등만을 남기고 다른 별빛들을 밤하늘에서 지워버렸다. 하지만 그믐께에는 은하수도 볼 수 있고 하늘에 먼지가 낀 것처럼 별이 수두룩하다고 여행사 사장이 말했다. 이날 오로라는 흔적도 없었다.

캐나다에는 오로라 예보가 따로 있다. 여행 마지막 날인 7일에는 오로라 지수가 10단계 중 7이었다. 지수가 높을수록 오로라 강도가 세다.오로라빌리지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로라가 피어올랐다. 밤하늘에서 녹색의 빛살도 내렸다. 휘영청 밝은 달에도 아랑곳없이 초록빛 정령이 춤추는 듯했다. 물결치는 오로라는 분홍빛을 살짝 보이기도 했다. 선주민의 후예는 북을 치며 조상이 전해 준 노래를 불렀고, 여행자들은 빛의 오케스트라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오로라와의 황홀한 조우를 간직했다.

“버킷리스트였던 오로라를 보게 돼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로라를 보니 갬성(감성)이 폭발해 눈물이 콸콸 흘렀다.” 한 신혼부부는 “4일 중 3일 오로라를 봤다. 10년 후에 아이와 함께 다시 오고 싶다”고 방명록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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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빌리지 액티비티 중 눈밭에서 모닥불을 쬐는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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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빌리지의 방명록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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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행자가 눈밭에서 오로라를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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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가 티피 위로 피어오르고 있다>

 

오로라는 당신의 운을 시험해 볼 기회

오로라는 우주를 여행하는 태양의 바람이 지구의 밤하늘에 펼치는 빛의 축제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적으로 북극광, 남극광이다. 옐로나이프 선주민은 오로라를 ‘나카’라고 불렀다. 오로라란 명칭은 로마신화에 나오는 여명의 여신 아우로라에서 유래했다.

우리가 주로 보는 녹색 오로라는 태양풍의 플라스마 입자가 대략 상공 90~150㎞에서 산소와 만날 때 생겨난다. 플라스마가 150~300㎞의 높은 고도에서 산소와 충돌하면 붉은 오로라가, 상공 100㎞대에서 질소와 부딪히면 분홍 오로라가 빛을 발한다. 특히 태양의 흑점이 폭발한 뒤 거칠고 사나운 태양풍이 지구에 몰아치면 자기폭풍(substorm)이 일어 찬란한 오로라를 마주할 수 있다.

오로라 관측으로 유명한 지역은 오로라대(Aurora Oval)에 위치한 캐나다 지역, 알래스카, 스칸디나비아 일대다. 북위 62.5도에 위치한 캐나다의 옐로나이프는 11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오로라를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인정한 곳이다. 맑은 날이 연중 240일 이상으로, 3일 머물면 95%,4일을 머물면 98% 이상 한 번은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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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빌리지의 밤하늘에 오로라 빛살이 커튼처럼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다>

 

오로라빌리지의 가이드들은 일 년 중 2월 말에서 3월, 그리고 9월을 최적기로 꼽았다. 한국인 가이드 조이 씨는 “오로라를 만나려면 어두운 밤과 맑은 하늘, 그리고 오로라가 떠야 한다”며 세 가지 조건을 강조했다. 다른 가이드는 “가급적 보름달은 피하는 게 좋고, 그믐 무렵 맑은 하늘에 오로라가 생기면 최고”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에 오로라를 보러 오면 허탕 치기가 쉽다”고 한국인 여행사 사장이 충고했다.

가이드들은 오로라 예보를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고 했다. 오로라 지수가 높아도 밤사이 언제 오로라가 제대로 발광할지 알 수 없는 까닭이라고 했다. 자연현상인 오로라와의 조우는 무엇보다 자신의 운에 달려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한겨울에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를 보려면 방한과 동상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40℃ 아래까지 내려가는 기온 탓에 금속 안경테와 액세서리도 동상을 일으킬 수 있다. 되도록 콘택트렌즈를 끼고, 핫팩은 많이 챙겨가는 게 좋다. 극한 추위를 이겨낼 방한복과 방한화에 대한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된다. 오로라빌리지에서 모두 대여할 수 있다. 옐로나이프까지는 한국에서 겨울에 입던 복장으로 가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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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달빛에 아랑곳없이 밤하늘에 물결치는 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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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빌리지에서 대여한 방한복, 방한 장갑, 방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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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피 위로 오로라가 피어오르고 있다>

 

왜 옐로나이프일까?

겨울철 옐로나이프에는 해가 오전 9시 30분쯤 떠서 오후 4시 무렵이면 진다. 짧은 낮 동안 오로라빌리지에서 개 썰매와 스노슈잉(설피)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시베리안·알래스칸 허스키 썰매견들이 끄는 개 썰매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축사에서 선발돼 썰매에 묶인 12마리의 개들은 빨리 달려가고 싶어 컹컹대거나 제자리에서 풀쩍풀쩍 뛰었다. ‘머셔’라고 불리는 개 썰매꾼이 “렛츠고”를 연신 외치자, 개들이 힘차게 눈을 박차고 달려갔다. 개 썰매는 오로라 호수 둘레를 20여 분가량 달려 제자리로 돌아왔다. 관광객들은 썰매견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스노슈잉은 선주민들이 사용했던 라켓 모양의 설피를 신고 숲을 둘러보는 체험이다. 일본인 가이드 카이 씨가 안내했다. 카이는 눈밭에서 토끼 발자국과 동굴을 발견한 뒤 올무를 놓았고, 자작나무에 붙은 마른 이끼와 껍질, 가문비나무 가지로 불을 피웠다. 불 피우기 시범은 처음이라며 성냥으로 이끼에 불을 붙였다. 눈밭에서도 모닥불과 연기가 활활 타올랐다. 1시간가량의 스노슈잉을 마치고 돌아오자 오후 3시 30분쯤인데 날이 벌써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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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견들이 눈을 박차고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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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썰매를 타고 즐거워하는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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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호수 둘레길을 달려가는 개썰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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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민들이 사용했던 설피>

 

옐로나이프를 선주민인 데네족은 ‘솜바케’라 불렀다. ‘재화가 모이는 곳’이란 뜻이다. 유럽인들이 처음 도착했을 때 다른 지역과 달리 이곳의 선주민들은 구리로 만든 부채꼴 모양의 노란색 칼 ‘울루’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실 옐로나이프는 캐나다에서 오로라 관광보다는 예전에는 금광, 최근에는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한국에서 가려면 에어캐나다 편이 용이하다. 밴쿠버 공항에서 수하물을 찾아 다시 부쳐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옐로나이프에서 바로 짐을 찾을 수 있다.

옐로나이프는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로 주 의사당이 있다. 주 의사당 표지석에는 여러 커뮤니티의 의견을 모두 존중하는 뜻으로 영어, 불어, 데네어, 이누이트어 등 11개의 언어가 표기돼 있다. 북극곰에게 피해를 보던 이누이트들이 보낸 북극곰 가죽도 의사당 대회의장 바닥에 전시돼 있다. 옐로나이프 공항에 있는 박물관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에도 북극곰 박제가 있지만 살아있는 북극곰을 옐로나이프에서 마주칠 일은 없다고 한다. 여름철에는 가끔 회색곰과 아메리카불곰이 출몰한다고 했다. 대신 곰 모양의 특이한 자동차 번호판은 시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캐나다 오지이지만 한국, 베트남, 일본, 에티오피아 식당도 있다.

마지막 날 아침 공항으로 마중해 준 대만인 가이드 수 씨에게 왜 이 추운 곳에서 가이드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당연한 듯 “오로라”라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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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슈잉 가이드 카이 씨가 눈밭에서 불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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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슈잉에 나서는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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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나이프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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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나이프 시내에 있는 기념품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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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행객이 박물관에서 무스(말코손바닥사슴)와 캐나다구스 박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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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모양 자동차번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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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 이매진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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