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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을 찾아서: 살며 사랑하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

화약고의 불꽃을 바라보며: 3차 대전이라는 공포의 그림자

작성자
LaVie
작성일
2026-03-10 11:17
조회
272

세계는 얼어있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돌아가지만 길가에는 어김없이 찾아온 봄의 정령으로 벚꽃들이 피어나 있습다. 자연의 이치는 한치의 어긋남이 없습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가로수를 보다가도 스마트폰 화면에 뜨는 '미국-이란 격돌' 뉴스 속보를 마주하면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집니다. 미사일이 밤하늘을 가르고, 보복의 언사가 오가는 풍경. 우리는 문득 자문하게 됩니다. "우리가 쌓아 올린 이 문명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3차 대전의 전야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죠.

역사는 늘 평온한 오후에 느닷없이 찾아온 비극으로 기록되곤 했습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 '세계대전'의 시작도 그랬습니다.

 

1. 붉은 장미와 철조망: 사라예보의 총성 (1차 대전)

1914년의 여름은 유난히 푸르렀다고 합니다. 유럽의 귀족들은 화려한 무도회를 즐겼고, 시민들은 진보하는 기술이 영원한 풍요를 가져다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겉모습 아래엔 '제국'이라는 괴물들이 서로의 목구멍에 칼을 겨누고 있었죠.

그날, 사라예보의 좁은 골목에서 울려 퍼진 총성 한 발은 거대한 도미노의 첫 조각이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동맹이라는 쇠사슬은 각 나라를 원치 않는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청년들은 "크리스마스 전에는 돌아오겠다"며 웃으며 기차에 올랐지만, 그들이 마주한 것은 낭만이 아닌 진흙탕과 가스, 그리고 끝도 없는 철조망이었습니다. 어리석은 자존심과 맹목적인 애국심이 빚어낸 인재(人災), 그것이 인류가 처음 맛본 '세계대전'의 비릿한 피 냄새였습니다.

 

2. 잿더미 위에서 피어난 광기: 악마의 행진 (2차 대전)

그로부터 고작 20년 뒤, 인류는 더 깊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경제 대공황이라는 허기에 지친 사람들은 달콤한 선동을 일삼는 독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나치의 장화 소리가 유럽의 돌바닥을 울릴 때, 세계는 이미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죠.

단순한 영토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거대한 실험실 같았습니다. 아우슈비츠의 연기와 히로시마의 버섯구름은 인류 문명이 스스로를 파멸시킬 힘을 가졌음을 증명해 버렸습니다. 증오가 지성을 압도했을 때, 세상이 얼마나 거대한 지옥으로 변할 수 있는지 우리는 뼈아픈 대가를 치르며 배웠습니다.

 

이란 "휴전·협상 없다" 엿새째 전방위 보복으로 확전[미국-이란 전쟁] - 아시아경제

 

3. 고래 싸움에 낀 새우의 숙명: 한반도의 시선

이런 역사의 파편을 지켜보는 한국인의 마음은 유독 복잡합니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단층선' 위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동의 전운이 감돌 때마다 우리가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단순히 기름값이 오를까 봐서만은 아닙니다.

미국과 이란, 그리고 그 배후에 얽힌 강대국들의 대립은 한반도의 안보 지형과도 직결됩니다. 미국의 전략 자산이 중동으로 쏠릴 때 북한이 보여주는 행보,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우리 수출길에 주는 압박 등은 우리가 결코 이 전쟁의 '구경꾼'이 될 수 없음을 일깨워줍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옛말은 농담이 아니라 우리 삶을 관통하는 실존적 위협입니다. 우리는 늘 누군가의 결단에 의해 우리 운명이 결정되지 않도록,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며 평화를 지탱해 나가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습니다.

 

4. 지금, 우리 시대의 화약고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세계는 과거와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전쟁의 끝이 '승리'가 아닌 '공멸'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핵무기라는 거대한 공포가 역설적으로 평화의 족쇄가 되어 강대국들의 손을 묶고 있고, 전 세계가 거미줄처럼 연결된 경제망은 전쟁이 곧 나의 파멸임을 경고합니다.

지금의 긴장은 과거처럼 '대폭발'을 향한 질주라기보다는, 아슬아슬한 벼랑 끝에서 서로의 패를 살피는 고도의 심리전에 가깝습니다. 총성이 들린다고 해서 곧장 종말로 이어지지는 않는 시대인 것이죠.

 

5. 공포를 넘어 우리가 보아야 할 것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합니다. 뉴스 속의 전황에 일희일비하며 내일 지구가 망할 것 같은 공포에 빠져들 필요는 없습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교훈은 '언제 전쟁이 터질까'를 맞히는 예언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광기를 멈출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끓어오르는 증오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가 서로를 향한 혐오를 멈추고, 타국의 아픔에 공감하며, 지도자들에게 평화의 가치를 끊임없이 요구한다면, 3차 대전이라는 비극의 각본은 영원히 서랍 속에 잠들어 있을 것입니다.

오늘 밤, 저 멀리 중동의 하늘에 미사일 대신 별빛이 가득하기를 빌어봅니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얇은 살얼음 위를 걷듯 매 순간 조심스레 지켜내야 할 실존적 숙명이니까요.

 

 

  • 글쓴이 LaVie
  • 전 금성출판사 지점장
  • 전 중앙일보 국장
  • 전 원더풀 헬스라이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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