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립학교 영어능력 개발 서비스
며칠 전 학교에서 우편물이 하나 날아왔다. 열어보니 아이가 9월 초에 받은 WIDA(World class Instructional Design and Assessment) Screener을 통해 영어 능력 개발 서비스를 받을 대상자로 선정되었음을 알리는 편지였다.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아이들은 모두 WIDA Screener 대상이고, 테스트 점수가 5점 미만이면 따로 영어 능력 개발을 위한 지원을 받게 된다. 당연히 우리 아이는 해당 기준에 미달이라 MLL/ELL(Multi-lingual/English Language Learners)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됐다. 일단 이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되면 자율적으로 그만둘 순 없고, 매년 WIDA ACCESS assessment (Assessing Comprehension and Communication in English State-to-State)를 통해 계속 진행할지 아니면 종료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번 학년의 평가는 내년 2월로 예정되어 있다.
그럴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아이가 듣기 수준 1을 가지고 학교 생활을 했을 거라 생각하니 짠하다. 그 와중에 말하기 수준은 3인 건 신기하고. 평소에 나 영어 잘해! 하는 아이라서 전혀 위축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괜한 엄마 마음이 그렇다. 사람들이 무슨 말 하는지 모르고 낯선 상황인데 즐겁게 학교 다니는 아이가 기특해 하교한 아이를 더 꼭 안아주었다.
지역 및 학군에 따라 MLL/ELL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이 지역은 전담 선생님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아이에게 물으니 가끔 MLL/ELL 선생님과 따로 만나 영어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숫자 공부를 한다고 한다. 혼자 만날 때도 있고 다른 친구들과 같이 모일 때도 있다고 하고. 한국어도 잘하는데 이제 영어도 잘하게 되겠다 너무 신난다 하며 우쭈쭈를 마구 해주고 있다.
어제는 지근거리에 사는 같은 반 친구네와 함께 하교를 했다. 아이 친구가 내게 학원 가는 거 없으면 집 앞 공원에서 꼬꼬랑 같이 놀고 싶다고 해서 간식거리를 들고 공원으로 갔다. 영어가 서툰 엄마에겐 진땀 나는 시간이었지만, 영어가 서툰 내 아이는 언어가 무슨 상관이냐는 듯 친구와 마냥 즐겁게 논다. 영어로 대화하는 걸 보니 한 달 사이 부쩍 영어실력이 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그런 아이가 조금은 낯설기도 했다. 내가 전혀 모르는 세계에서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데서 오는 근본적인 불안함이 있는 것 같다. 괜찮아, 잘 크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여 본다.
표지 사진 -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이 글은 브런치 작가 Mika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brunch.co.kr/@mika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