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에 “고해성사 비밀 위반하라?” WA 새 법안에 미 법무부 헌법 소송

워싱턴주가 성직자에게 아동 학대 사실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새 법률에 대해, 미국 법무부가 헌법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미 법무부는 24일, 워싱턴주 상원 법안 5375호(Senate Bill 5375)에 대해 연방법원을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은 고해성사 중 알게 된 아동 학대 사실도 당국에 신고하도록 요구해, 종교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다.
이 법안에 따르면, 성직자는 고해성사를 통해 알게 된 아동 학대 사실이라도 반드시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는 고해성사의 비밀을 철저히 지키는 것을 신성한 의무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즉각 파문(출교) 조치가 내려진다.
폴 에티엔 시애틀 대교구장은 “사도들이 감옥에 갇혔을 때 베드로는 ‘사람보다 하느님께 순종해야 한다’(사도행전 5:29)고 했다”며 “가톨릭 성직자는 고해성사의 비밀을 결코 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민권국 하르밋 딜런 차관보는 “가톨릭 교회의 성사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법률은 미국 사회에 설 자리가 없다”며 “이 법은 성직자들에게 신앙과 교회 의무를 저버리거나 형사 처벌을 받으라는 부당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무부는 종교 자유를 침해하는 주 정부의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법무부는 이번 법률이 수정헌법 제1조의 종교 자유 조항과 수정헌법 제14조의 평등 보호 조항을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 보호 옹호자들은 해당 법안이 아동 보호에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반박한다. 현재 워싱턴주는 성직자에게 아동 학대 신고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 전국 5개 주 중 하나로, 이는 학대 은폐와 처벌 회피를 초래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 내 대표적 지지자인 나탸샤 힐(스포캔 지역구) 주 하원의원은 “이 법으로 인해 일부가 고해성사에서 아동 학대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들었지만, 종교든 어떤 기관이든 아동 보호 앞에서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교회와 국가가 협력해 필요한 치료와 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 누구도 아동 학대라는 문제 앞에서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무부가 제기한 개입 신청(Motion to Intervene)은 워싱턴 서부 연방지방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번 소송은 종교 자유와 아동 보호 간 충돌이라는 민감한 사회적 쟁점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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