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기름값·항공권·식료품 '후폭풍'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잠정 합의에 도달하면서 국제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휘발유와 식료품, 항공권 등 소비자 물가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3개월 넘게 이어진 중동 분쟁이 단순히 원유 공급만이 아니라 비료와 식품, 해운·물류망 전반에 충격을 준 만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안정까지는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휴전 소식 이후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다. 정유사들이 통상 수주에서 수개월 전 확보한 원유를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유소 가격 역시 즉각 하락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 서부 해안과 같이 정제시설이 부족한 지역은 휘발유 가격 하락 속도가 더욱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권 가격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항공사들이 연료를 미리 구매하고 운항 계획을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만큼 유가 하락 효과가 운임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식료품 가격 역시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료비는 식품 생산과 운송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전쟁 기간 급등한 에너지 비용이 식품 공급망 전반에 반영되고 있어서다.
미국 농무부(USDA)는 올해 미국 식료품 가격 상승률을 3.2%로 전망했다. 이는 장기 평균치인 2.6%를 웃도는 수준이다.
농업 부문도 여전히 부담을 안고 있다. 전쟁 이전 전 세계 비료 물동량의 약 3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지만 공급 차질로 비료 가격이 급등했다. 일부 농가는 필요한 비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파종기를 보내고 있어 향후 수확량 감소와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통업계 역시 상황을 낙관하지 않고 있다. 신발과 의류 등 수입 소비재 업체들은 운송비와 원자재 비용 상승분이 앞으로 수개월간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2027년까지 물류비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류업계도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해운 운임과 유류할증료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온라인 쇼핑 배송비 상승과 일부 상품 품절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가격이 곧바로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가보다 더 복잡한 공급망 충격이 남아 있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안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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